[매거진 esc] 주말 어쩔거야
호출이다. 둘째 누님이 집들이를 하겠단다. 그는 중학교 졸업 이후 이곳저곳을 떠돌다 예순이 넘어 고향으로 갔다. 좋은 일에 빠질 수 없는 일. 지난 주말 얇은 봉투를 품고 충주호 가까운 새집을 찾았다. 석달 가까이 애를 끓인 끝에 지은 집은 누나 혼자 지내기에는 넓었다. 때때로 형제들이 모여 회포를 풀 수 있었으면 하는 바람에서란다.
다 늦은 저녁, 소파에 앉아 아버지 팔순 때 찍은 비디오를 보았다. 화면 속에서 형제들은 10년 전 나이로 젊은 노래를 불렀다. 얼마간의 유산을 싸고 아옹다옹하는 후일담은 보이지 않고 오로지 흥성스러움이 넘쳤다. 늙은 아비는 장성한 자식들 앞에서 울었다. 아비의 울음에 텔레비전 앞의 자식들은 덩달아 훌쩍였다. 이제는 곁에 없는 아버지의 부재와, 나이가 들어버린 서로의 얼굴 앞에서 이해도 세월도 속절없는 것. 여동생이 모는 트럭 뒤칸에 올라 한밤 드라이브를 나간 것도 그런 연유이리라.
이튿날, 유람선을 탔다. 충주호는 녹조 탓에 온통 녹색이었다. 물빛은 그러해도 산빛은 푸르고 물보라 섞인 맞바람은 시원했다. 형제들은 뻥튀기를 한장씩 물고 붐비는 사람들 틈에서 기념사진을 찍었다. 파인더 속의 형제들은 눈물주머니가 불룩하고, 뺨에 핀 검버섯이 도드라졌다. 무슨 상관이랴. 한나절 소풍은 즐거웠다. 돌아오는 길, 이번 모임에 빠진 형의 동창이 하는 ‘가든’에서 칡냉면 한 그릇씩을 비웠다.
아차! 추석이 한달 앞이다. 성묘에 앞서 벌초를 해야 할 때가 됐다. 부모님의 합장 무덤에 다북쑥이 무성하겠다.
임종업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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