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겨울 산자락에 붙으리라

등록 2012-11-28 18:19수정 2012-11-30 10:32

[매거진 esc] 주말 어쩔거야
여기저기 송년회 약속을 잡는다고 부산하다. 새 아침에 세웠던 계획은 가뭇없이 일상에 묻혔다. 이렇게 또 한해를 보내야 하는가.

날씨가 좋을 때는 자전거를 타고 한강변에서 바람을 쐬는 것이 한가로웠다. 단풍이 질 무렵에는 북한산 둘레길 걷기도 운치 있었다. 덕분에 주중 집 안에 갇혔던 강아지는 코에 바람을 넣을 수 있었다. 암벽교육이 있었던 6주간 주말은 깔깔한 바위맛이 더없이 좋았다.

2012년 끝자락에서 되돌아본 한해는 잔망스런 것들의 연속. 무엇 하나 건져올려 기릴 만한 게 없다. 무릎뼈 깊숙한 데서 불어오는 찬 바람은 해마다 찾아오는 세밑 우울증의 또다른 증상이리라.

12월이 오면 북쪽에서부터 폭포가 얼어오지 않겠는가. 봄가을 바위에 붙었던 바위꾼들은 얼음폭포를 오르는 꿈으로 근질근질하리라. 직벽과 같은 빙폭은 경사진 바위를 오르는 팔힘으로 오르기는 언감생심. 단단한 얼음에 피켈을 박아 넣으려면 팔굽혀펴기로 근력을 키울 일이다. 그럴 형편이 못 되면 여름내 온몸에 붙은 군살이라도 떨궈내야 한다.

게으른 몸에 붙은 군더더기는 무릇 얼마나 될까.

경사진 비탈이 힘겨워 숨이 턱에 찰지라도 산자락에 붙으리라. 움츠려 단단히 굳은 바위, 거추장스런 잎을 떨군 나무들한테서 겨우살이를 배워야 한다. 그러면 불뚝 뱃살에 숨겨진 부끄러운 이름 석자가 드러날 터이다. 지난 것이 속절없다면 다가오는 시간이라도 똑바로 응시해야 하지 않겠는가.

임종업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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