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구원의 노래가 울려퍼졌던 분수

등록 2012-12-05 17:09수정 2012-12-08 13:34

[매거진 esc] 유럽 소도시 여행
체코의 숨은 보석, 올로모우츠
체코 브르노에서 북동쪽으로 약 60㎞ 떨어진 곳에 위치한 올로모우츠는 여행자들에게 잘 알려지지 않은 도시다. 하지만 이 작은 도시가 보유한 문화재와 중세 건축물의 수는 수도 프라하의 뒤를 이어 체코 제2위를 차지할 정도로 풍부한 매력적인 도시이다. 12세기 이후 로마네스크, 고딕 양식의 대성당, 고대 신화가 영감이 되어 형상화된 수많은 분수들, 프라하의 천문시계와는 색다른 느낌의 우아한 천문시계, 모차르트가 교향곡 제6번(Symphony No.6 F-major)을 작곡한 도시, 올로모우츠. 시청사 앞 드넓은 광장에 들어서자 웅장한 바로크 양식의 성삼위일체 석주(Holy Trinity Column)가 높이 솟아 있다. 이 석주는 높이가 무려 35m에 이르는데, 시청사와 함께 유네스코 세계문화유산에 등재되었을 뿐만 아니라 중부 유럽의 바로크 걸작 중의 하나로 평가받는 기념비이다. 시선을 땅으로 향할 틈을 주지 않는 올로모우츠의 성삼위일체 석주와 아름다운 천문시계, 수많은 고대 신화가 담긴 분수들을 바라보며 광장을 배회했다. 1593년 빌렌베르크가 그린 그림을 보면 부드러운 곡선의 논밭들 뒤로 수많은 첨탑들이 하늘을 찌를 듯이 솟아 있는 우아한 스카이라인의 올로모우츠가 담겨 있다. 느리게 걸을수록 소도시에 숨겨진 비밀들은 더욱 환하게 드러난다. 로마의 황제 카이사르(시저)의 분수를 비롯해, 고대 신화에 등장하는 넵투누스(넵튠), 헤라클레스, 트리톤, 메르쿠리우스(머큐리), 유피테르(주피터), 아레이온(아리온)의 분수들이 제각각 개성을 뽐내며 광장과 골목 곳곳에 솟아 있다. 높이가 100m에 이르는 성 바츨라프(벤체슬라스) 성당은 황제의 권력을 넘어섰던 영화로운 종교의 시대를 떠올리게 한다.

땅거미가 지고 저녁 어스름이 서서히 몰려온다. 아레이온의 분수 앞에 앉아 어둠에 덮여가는 도시를 가만히 바라본다. 이 아레이온의 분수에는 영감 넘치는 전설이 전해온다. 그리스 코린토스(고린도) 출신의 유명한 가수가 이탈리아에서 하프처럼 생긴 전통악기 키타라를 연주하며 노래를 불러 많은 재산과 명성을 얻었다. 금의환향하는 길에 선원들이 그를 바다 한가운데 던져 죽이고 재산을 가로채기로 공모했다. 파도가 넘실대는 바다로 뛰어들기 전에 그는 생의 마지막으로 아름다운 노래를 불렀다. 노래를 끝내고 절망 속에 바다로 몸을 던졌을 때 놀랍게도 돌고래가 그를 구해주었다. 그의 아름다운 노래를 듣고서 깊은 바다에서 헤엄쳐 온 돌고래였다. 신은 그 돌고래를 갸륵히 여겨 하늘의 별로 영원토록 빛나게 해주었다. 돌고래의 선행 때문이기도 했지만 결국 그는 자신의 노래로 자신의 생명을 구한 것이다.

글·사진 백상현 여행작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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