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거진 esc] 주말 어쩔거야
언젠가 뒷목이 땅기기 시작했다. 하루이틀 푹 쉬면 사라지려니 했다. 하지만 날이 갈수록 통증은 심해져 고개를 좌우로 돌리는 게 고통스러웠다.
고혈압이 왔나? 조금씩 배가 불룩해지는 것으로 미루어 몸이 나잇값을 말하는지도 모를 일이다. 기사 압박 때문인가? 라이프면 취재가 맨땅에 헤딩하는 식인데다 월요일 마감이라 누적된 스트레스가 통증으로 드러났는지도 모른다. 말없이 전하는 몸의 메시지를 해석하느라 고심했지만 그것은 답이 아니었다. 혈압을 재보니 그다지 높지 않고 기사 압박이라고 핑계하기엔 아직 재미가 없지 않다.
범인은 휴대전화였다. 몇 달 전부터 중순이 되면 기본 데이터를 소진했다는 통신사의 메시지가 떴다. 지하철 이동중, 누군가를 기다리는 중이면 어김없이 스마트폰을 꺼내 기사를 검색해 읽었던 탓. 취재원을 찾아가기 위해 위치 서비스를 이용하는 것을 빼면 데이터를 이용할 일이 없으니 어지간히도 고개를 꺾어 액정화면 속 기사를 들여다본 셈이다. 단재 선생이 대야에 고개 숙이기 싫어 꼿꼿이 세수를 하는 통에 앞섶을 적셨다는데, 나는 어느새 경멸해 마지않는 지하철 스마트폰족에 편입되고 스스로 잠시의 한가함도 허용하지 않는 소인배가 된 형국이다.
고육책은 눈높이로 올려서 휴대전화 보기. 통증을 꼴불견과 바꾼 셈이다. 굳이 그렇게까지 할 필요가 있는가. 새해부터는 지하철에서 스마트폰을 보지 않을 참이다. 그리고 주말에는 휴대전화 꺼두기다.
임종업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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