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거진 esc] 주말 어쩔거야
세밑 새해초 이런저런 술자리가 많았다. 해장국도 참 많이 먹었다. 가장 많이 섭취한 것은 황태(또는 북어)국이었다. 그 뽀얗고 뜨거운 국물, 그 부드러우면서도 졸깃한 황태 살. 내가 냉면(그 서늘한 육수, 그 쌀쌀맞고도 탄력있는 메밀 면발) 버금가게 좋아하는 음식이다. 언젠가 저녁에 노가리(말린 명태 새끼) 안주에 소폭을 마시고, 아침에 황태(눈보라 속에 서너달 말린 명태) 해장국으로 속을 푼 다음, 점심에 코다리(사나흘 말린 명태) 백반을, 저녁엔 생태(얼리지 않은 명태)찌개 안주에 소주를, 아침엔 다시 황태국을 들이켠 적도 있다. 황태는 내게 해외출장 동반자이기도 하다. 황태채와 매운 컵라면의 조화! 먼저 황태채를 찢어 넣고, 뜨거운 물을 표시선 조금 위까지 부은 뒤, 묵묵히 5분을 기다려 완성된 하나의 황태컵라면(이걸 왜 개발 안 하는지?)은, 타국의 생소하고 느끼한 끼니 행렬에 강력한 쉼표를 찍어준다.
지난번 출장 때 인제 용대리(황태덕장 마을)에 들러 오랜만에 맛있는 황태국을 먹고, 황태채를 한 보따리 사왔다. 이번 주말, 이걸로 맛있는 황태국을 직접 끓여볼 참이다. 황태국은 황태채를 듬뿍 넣고(무·감자·콩나물·두부·달걀·대파를 곁들여) 아주 오래 끓여야 뽀얀 국물이 우러나고 제맛이 난다. 더 맛있게 먹는 방법은 물론 그 전날 한잔 걸치는 것이다. 맛있는 황태국 완성을 위해, 수작 벌일 상대 찾는 일만 남았다.
이병학 기자 leebh99@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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