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거진 esc] 주말 어쩔거야
손이 게으르다. 손이 하는 ‘일’이라곤 노트북의 자판을 칠 때뿐이다. 음식은 밖에서 사먹기 일쑤니 요리를 할 일도 많지 않고, 세탁은 알아서 세탁기가 해주고, 심지어 손글씨 쓰는 일도 드물다.
게으른 손을 바쁘게 움직이고 싶어졌다. 무엇인가를 만들고 싶어졌다. 문득 든 생각은 아니다. 언젠가 스스로 갈고닦아 마음에 꼭 드는 책상을 만들고 싶다는 생각을 품어왔다. 하지만 용기가 나질 않았다. 톱질도 대패질도 영 소질이 없을 것만 같았다. 겁이 났다는 게 꼭 맞는 표현일 듯싶다.
2주 전 ‘문화로놀이짱’이라는 재활용 가구 제작 사회적 기업을 취재차 찾았다. 취재는 인터뷰 형식으로 이뤄졌다. 그 장소에 가보니 잿밥에 더 눈이 갔다. 목재가 쌓인 창고, 톱을 비롯한 공구들에 눈을 빼앗겼다. ‘나도 여기서 무엇이든 만들 수 있을까?’라는 생각이 떠올랐다.
마침 생활가구를 만드는 워크숍이 26일 열린다. 이곳에서는 간단한 생활가구를 만드는 방법을 소개하고, 직접 만드는 과정을 엮어 워크숍을 진행하고 있었다. 26일 워크숍에서는 나무 스탠드를 만든다. 쓰이는 목재는 역시 재활용 목재이다. 포스터에 찍힌 사진을 보니, 이 정도 간단한 소품이라면 나도 만들어볼 수 있겠다는 자신감이 솟구친다. 이렇게 써놓고, 땀만 뻘뻘 흘리다 만들다 만 스탠드를 보며 한숨이나 내쉴 수도 있을 것이다. 하지만, 설렌다. 나무 스탠드 만들기가 손을 부지런히 움직이는 계기가 되길 바라 본다.
이정연 기자 xingxing@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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