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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ESC] 강아지 그림 앞의 강아지

등록 2017-09-21 11:32수정 2017-09-21 11:41

[ESC] SO COOL, SNS
장 줄리앙의 인스타그램 갈무리.
장 줄리앙의 인스타그램 갈무리.
시각 예술가들에게 소셜네트워크는 새로운 매체다. 자신의 계정을 만들어 작품을 선보일 수 있기 때문이다. 여러 나라의 관객과 접촉할 수 있고, 보여주기를 원하는 작품만 모아두는 지속적인 전시 공간으로 사용할 수도 있다.

프랑스 작가 장 줄리앙은 지난해 한국에서 연 개인전 때문에 우리에게 알려지기도 했지만, 그 전에 이미 소셜네트워크에서 유명했다. 복잡한 상황을 선 몇 개로 단순화시키는 능력이 발군이다. 그러한 스타일 덕분에 소셜네트워크의 비교적 작은 화면을 통해서도 작품을 온전히 볼 수 있다.

나는 그의 수채화를 좋아하는데, 이런 표현이 부적절하겠지만, 사물이나 현상을 대충 뭉개놓는 경우가 많다. 그에게 중요한 것은 세부가 아니라 전체적인 형태 그리고 현상 자체가 아닐까 싶다. 혹은 우리를 골치 아프게 만드는 일들을 가볍게 뭉개면서, 그따위가 뭐기에, 라고 피식 웃게 만드는 것은 아닐까 싶기도 하고. 장 줄리앙의 소셜네트워크에 올라온 사진 중 몇 개는 자신이 그린 일러스트를, 실재하는 그 풍경 속으로 가져가 나란히 두고 찍은 것이다. 풍경과 그림이 현실인 듯 가상인 듯 섞여 있는 모습을 보는 것이 흥미롭다. 예를 들어 강아지 그림 앞에 그 강아지가 앉아 있다.

해변의 사람들을 그린 그림을 해변에 가져가서 사진 찍어 올린다. 그림 속의 사람들이 그림 밖으로 걸어 나간다. 소셜네트워크가 등장하지 않았다면 이런 사진을 보기가 어려웠을 것이다. 전시장은 작가와 관객을 엄숙하게 만드니까. 하지만 소셜네트워크 안에선 뭐든 마음대로 해도 된다. 아무도 뭐라고 하지 않는다. 보고 넘기거나 웃으며 ‘하트’를 누를 뿐. 여름은 갔지만 장 줄리앙의 소셜네트워크 안엔 아직 해변 그림들이 있다. 하트 누르러 갈까? 하트는 아무리 눌러도 떨어지지 않는다. 소셜네트워크 안에선 우린 모두 하트 부자다. 뜬금없지만 정말 다행 아닌가!

이우성(시인, ‘미남 컴퍼니’ 대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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