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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포츠 스포츠일반

‘5번 결석=출전정지’ 공부하세요!

등록 2006-08-08 02:23수정 2006-08-08 15:53

플로리다대학의 학생들이 방학 중인데도 학교의 피트니스센터에 나와 열심히 체력을 다지고 있다.
플로리다대학의 학생들이 방학 중인데도 학교의 피트니스센터에 나와 열심히 체력을 다지고 있다.
[으라차차 생활스포츠] 스포츠 선진국에서 배운다
① 미국 학교체육

‘뿌리가 튼튼한 나무는 바람에 흔들리지 않고, 샘이 깊은 물은 가물에 마르지 않는다.’ 무릇 기초가 틈실해야 함을 강조하는 용비어천가의 한 대목이다.

한국스포츠의 위기를 진단할 때 빠지지 않고 나오는 말이 ‘기초의 부실’과 ‘엘리트체육의 한계’이다. 뿌리(선수층)는 부실한데 과일(금메달)만 따려는 욕심(엘리트체육정책)을 앞세우면, 나무도 죽고 과일도 딸 수 없다. 한국 스포츠는 바로 이 지점에 와 있다.

<한겨레>는 2008 베이징올림픽을 앞에 둔 시점에서, 기초부실의 한국스포츠를 바로잡는 방안으로 학원스포츠와 생활스포츠의 활성화를 제언한다. 그 구체적인 방안을 모색하기 위해 미국, 일본, 유럽, 오세아니아 등 스포츠 선진국의 사례를 매주 두 차례(화·토) 연재한다.

<장면1>

1.학점은 평균 2.3 이상을 유지해야 한다.
2.수업은 절대 빼먹어서는 안 된다.
3.교실에서는 맨 첫줄에 앉아야 한다.

미국 캘리포니아주의 가난한 흑인 거주지역에 있는 리치몬드고등학교에서 실제 있었던 일을 영화화한 <코치 카터>(2005년·토마스 카터 감독)에서, 코치 켄 카터(사무엘 잭슨 역)가 농구부 감독으로 부임한 뒤 학생들에게 내건 계약이다. 4년 연속 최하위를 기록했던 이 학교 농구부는 카터의 독특한 훈련 방식에 힘입어 승승장구를 한다.


하지만 카터는 주 챔피언전 직전 학생들이 이 약속을 지키지 못하자 체육관을 폐쇄하고 운동을 중지시킨다. 지역주민과 학부모들이 크게 반발하지만 카터는 뜻을 굽히지 않는다. 결국 학생들은 카터의 뜻을 이해하고 학업기준을 통과해 운동을 다시 재개한다. 비록 챔피언전 우승은 놓쳤지만, 대부분의 졸업생이 대학팀에 스카우트되는 성과를 이룬다.

미국대학체육협회(NCAA)는 운동선수나 팀이 기준학점을 이수하지 못할 경우, 장학금 및 재정지원 취소 등의 벌을 내린다. 표는 미국대학체육협회가 기준으로 제시한 팀의 학점기준과, 기준을 이수하지 못한 팀의 수와 비율.
미국대학체육협회(NCAA)는 운동선수나 팀이 기준학점을 이수하지 못할 경우, 장학금 및 재정지원 취소 등의 벌을 내린다. 표는 미국대학체육협회가 기준으로 제시한 팀의 학점기준과, 기준을 이수하지 못한 팀의 수와 비율.
<장면2>

미식축구, 농구, 수영 등 여러 종목에서 선두권에 있는 미국 대학스포츠의 명문 플로리다대학은 올해 초 마약 소지와 음주로 경찰에 적발된 이 학교 소속 유명 테니스 선수를 1년간 정학조처했다. 이와 함께 고향에 있는 학교의 교화프로그램에 참가할 것을 명령했다. 제레미 폴리 이 학교 체육위원회 위원장은 “운동선수라고 해서 적당하게 봐주는 것은 없다. 그에게 1년간 선수로 뛸 수 없게 하고, 언론에 보도돼 불명예를 당한 것은 큰 타격”이라면서 “운동능력, 학업성적, 인격을 고려해 훌륭한 선수를 가릴 수 있지만, 이 중에서 한가지 기준을 꼽으라면 단연 인격이라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운동과 학업의 병행은 기본?=운동선수의 운동과 학업 병행은 미국 아마추어스포츠계에 막강한 영향력을 행사하는 미국대학체육협회(NCAA)가 가장 고민하는 분야의 하나이다.

미국대학체육협회는 이를 위해 두가지 주안점을 두고 있다. 첫째는 운동선수들의 연습시간 제한이다. 시즌 중에는 주당 20시간, 시즌 외에는 8시간 이상 연습을 하지 못하도록 규정하고 있다. 여기에 1주일에 연습이 없는 날을 반드시 하루 이상 두도록 하고 있다. 둘째는 학업의 강조이다. 1학년 또는 2학년을 마친 뒤 일정정도의 학업성적을 올리지 못했거나, 이수과목이 부족한 운동선수는 운동을 중지해야 한다.

이에 더해 플로리다대학은 운동선수의 수업출석을 강제하는 엄격한 자체 규정을 시행하고 있다. 이 학교는 운동선수들이 수업을 5번 이상 빠지면 가차없이 경기출전을 중지시킨다. 또 학교체육위원회에서 교수들에게 정기적으로 편지를 보내 선수들의 학업태도와 출결상황을 점검한다. 이런 노력의 결과인지 미국대학체육협회 및 학교 규정을 위반해 탈락하는 운동선수는 1% 미만이고, 최근 몇년간은 1명도 없었다고 학교 쪽은 설명했다.

폴리 체육위원장은 “아무리 운동프로그램이 좋아도 선수들의 1% 정도만 프로로 진출한다”면서 “미래의 진로를 생각해 대학수업이 매우 중요하다”고 강조했다.

이 대학은 일반학생들의 체육활동을 위한 투자도 많이 한다. 학생들의 체육 프로그램에 매년 2억7천만원 정도를 투자하고 있고, 학생들이 언제든지 이용할 수 있는 세개의 대형 피트니스센터를 운영하고 있다.

찰스 윌리엄스 체육대학 부학장은 “공부하느라 너무 스트레스를 받아 가출한 딸을 둔 옛 총장이 학생들의 스트레스를 풀어주고 여가활용을 하게 하자고 제안한 것이 학생용 피트니스센터를 만든 계기가 됐다”면서 “지금은 이런 시설이 주위에 좋게 알려지면서 학생 유치에도 큰 도움을 받고 있다”고 말했다.

코치의 역할이 중요=운동선수의 학업병행에 대해, 한때 메이저리그 볼티모어 오리올스의 마이너리그 팀 포수로 뛴 바 있는 더글러스 네이브 이 학교 피트니스 교육 담당은 코치 역할의 중요성을 강조했다. 그는 “운동선수는 운동 외에도 친구와 어울리고 술마시고 프로진출을 생각하느라 학업을 경시하기 십상이다. 나도 거의 안 잘릴 정도로만 공부를 했다”면서 “프로 직전까지 가서 공부로 방향을 틀었지만 매우 힘들었다”고 토로했다.

그는 “운동선수에게 교육의 중요성을 가르쳐 주는데 코치의 역할이 중요하다. 학문의 중요성이 공부보다 먼저라는 것을 가르쳐야 한다. 공부하지 않으면 선수가 끝난 뒤 월마트나 맥도널드에서 일할 수밖에 없다는 것을 일깨워 줘야 한다”고 말했다. 폴리 체육위원회 위원장도 “선수가 공부도 못하고 인격도 나쁜데 운동만 잘 하면 그것은 코치의 잘못이다. 코치와 지도자들이 공부와 운동이 조화를 이뤄야 한다는 것을 어렸을 때부터 교육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가방을 내동댕이쳐놓고 대회 순위에만 매달리는 한국 학원 스포츠계가 귀담아 들어야 할 대목이다.

게인스빌(폴로리다)/글·사진 오태규 선임기자 ohtak@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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