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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포츠 스포츠일반

우리 동네 체육관은 주민 사랑방

등록 2006-08-18 18:48

나고야시 체육시설 선수·시민 함께 이용
방과후 학교 체육관도 일반인에 문 활짝
으라차차 생활 스포츠 ④ 일본 생활체육시설 /

“첨벙~”

다이빙대를 떠난 날씬한 몸이 물속을 파고든다. 수면 위로 솟구치더니 멋진 접영으로 물살을 가른다. 50m를 왕복하고도 별로 숨이 차 보이지 않는다. 지난 4일 오후 일본 나고야시의 교육스포츠센터 수영장인 레인보우풀. 이 지역 도호고 수영팀 선수인 3년생 후쿠오카 모에미(18·개인혼영)는 “이달 말 열릴 전국수영선수권에 대비해 연습하고 있다”며 “이번엔 꼭 우승해 학교의 명예도 떨치고, 국가대표에도 뽑혀 세계무대에도 서고 싶다”는 포부를 밝혔다. 도호고는 나고야시의 명문 수영팀으로, 지난해까지 현대회 종합우승 12연패를 달성했다.

■ 체육시설이 스포츠경기력과 대중화 선도

방콕아시아경기대회 수영대표팀 코치 출신 와타나베 모토유키(40) 도호고 수영 코치는 “학교 풀은 2밖에 안돼 일주일에 두차례씩 50m의 레인보우풀을 찾아 실전에 대비한 경기력을 향상시킨다”며 “하루 1인당 150엔(약 1300원)의 저렴한 이용료 때문에 선수들에게 부담스럽지도 않다”고 말했다.

그는 훌륭한 시설이 경기력 향상에 크게 기여하고 있다고 강조했다. 2시간 동안의 수영 연습량만 대략 7~8㎞ 정도인데, 기록단축을 위한 훈련은 이곳에서 가능하기 때문이다.


수영장 옆 종합체육관에서는 나고야시 남부지역의 학생탁구대회가 한창이다. 15개의 탁구대 위에서 동시에 30여명의 선수들이 단식 경기를 펼치는데 심판도 학생이다. 탁구수준이 높아 보이지 않아 확인해보니 대부분 일반학생들이 평소 학교체육과 지역클럽활동 등에서 배운 실력들을 겨루는 대회다. 학교 운동부 출신이라고 해도 특별히 운동선수가 꿈이 아닌 학생들이 수두룩하다.

이 시설을 관리하는 총무과의 마에즈 도모아키(34) 주사는 “탁구뿐 아니라 테니스 수영 육상 농구 배구 검도 등 시설이 허용하는 모든 종목의 크고 작은 대회를 열고 있어 전문 선수는 물론 일반인들까지 참가가 가능해졌다”고 말했다. 실제 6~7월 두달동안 나고야시스포츠센터가 관리하는 31개의 체육시설에서는 모두 187개의 각종 경기대회가 열렸다. 나고야시체육협회 등 스포츠단체는 대회 운영에 치중하고, 체육시설 관리와 운영은 교육스포츠센터가 맡는 등 역할분담이 잘 이뤄지고 있음을 알수 있다.

■ 운영방법 개선으로 이용률 극대화

나고야시는 체육서비스의 전문화와 효율적 운영을 위해 1983년 교육스포츠사업단을 발족시켜 시 산하 체육시설의 운영을 맡겼다. 민간 운영기법을 적극 도입한 이후 시민들의 참여가 높아지면서 500만명에 못미치던 이용 인구수가 10년 사이에 750만명에 이르게 됐다. 나고야시 인구가 220만명이니 한사람이 연간 3번 이상 시 체육시설을 이용한 셈이다.

쓰사카 마사키(45) 총무과장은 “민간의 유연성에 의거해 시설을 관리하면서 주민들과의 커뮤니케이션이 매우 좋아졌다”며 “주 1~3회 체육활동을 하던 시민의 비율이 37.8%에 그쳤지만, 10년이 지난 지난해 57.6%로 크게 증가한 것으로 조사됐다”고 설명했다.

실제로 스포츠교실 강좌 등을 개설하면서 주민들의 요구사항을 받아들여 다음 프로그램 시행 때 반영한 것이 참여율을 높이게 한 좋은 사례다. 또 산하 31개의 스포츠시설에 전문 상담요원을 두고 스포츠상담을 실시한 것도 주민들의 체육참가에 대한 관심을 이끌었다.

마사키 과장은 “스포츠닥터 상담프로그램이 있는데, 주민들이 자신에게 적합한 운동을 설계받거나, 운동 상해시 치료방법과 회복운동에 대해 안내하고 있다”고 말했다. 스포츠닥터 프로그램은 지역스포츠센터는 물론 일반병원에서 일하는 스포츠 전문의들까지 네트워크로 연결해 스포츠의학 상담시스템을 구축한 것으로 일본 전역에서 실시되고 있다.

■ 방과 후 학교시설 활용

주민들의 접근성 편의를 위한 학교체육시설의 개방사업에도 적극적이다. 나고야시내 110개교의 중학교(체육관·무도장·운동장·테니스코트)와 87개교의 초등학교(체육관·운동장·특별활동실) 등 197개교가 주중·주말을 가리지 않고 문을 열고 있다. 수업이 있는 평일엔 오후 6시부터, 수업이 없는 주말엔 오전 9시부터 개방되는데, 중학교 체육시설의 경우 단체이용에 한해 관리유지비로 400~2000엔의 사용료를 받고 있다.

교육스포츠센터 쪽은 이 중 25개의 중학교에서 개인이나 단체를 대상으로 평생스포츠교실이나 평생학습교실을 유료로 운영하고 있다. 이와 별도로 157개교의 초등학교에서는 수업을 마친 초등학생들의 여가활용을 위해 수업 종료 후 오후 6시까지 방과후 체육활동 교실도 운영해 맞벌이 부부 등의 가정으로부터 좋은 호응을 얻고 있다.

마사키 과장은 “방과후 교실의 개설을 통해 지역주민 자원봉사자들과 어린이들의 만남을 통해 지역사회의 활기가 살아나고 있다”고 말했다. 일본에는 나고야교육스포츠센터처럼 체육시설의 관리와 프로그램 운영을 맡고 있는 법인들이 지방자치단체마다 설립돼 있어, 지역주민들의 건강과 복지 서비스를 제공하고 있다.

나고야/글·사진 권오상 기자 kos@hani.co.kr

네모토 평생스포츠클럽 육성과장,
“소외 등 사회문제 스포츠로 해결”

저출산과 도시화, 개인주의의 발달은 일본에서도 사회적인 문제다. 생활체육을 맡고 있는 일본체육협회가 2년전부터 정부(문부과학성)로부터 위탁을 받아 실시하고 있는 ‘지역통합 스포츠클럽 육성사업’은 바로 이런 문제를 스포츠관점에서 해결하려는 시도이다.

“학생수의 감소로 학교운동부의 팀 구성이 점차 어려워지고 있습니다. 게다가 야구나 축구 등 인기스포츠에만 몰리는 경향도 여전하구요. 이런 불균형을 해소하려고 시작한 게 바로 지역통합스포츠클럽입니다.”

네모토 미쓰노리(44·사진) 평생스포츠클럽 육성과장은 “학교운동부의 육성지원만으로는 국민들의 다양한 스포츠활동을 기대하기 어렵게 됐다”며 “지역 거점을 중심으로 하나의 클럽에서 여러개의 스포츠종목을 수준에 관계없이 함께 즐길수 있도록 클럽의 창립단계부터 홀로서기까지 협회가 지원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정부는 이 사업을 11년전인 1995년부터 시작했지만, 주관단체인 지자체의 교육위원회 위원들이 2~3년에 한번씩 바뀌면서 관리운영에 허점이 드러나자 최근 협회로 위탁하게 됐다. 이 클럽정책을 협회가 맡은 뒤 활기를 띠기 시작해 8월 현재 전국적으로 2155개에 이르고 있다. 네모토 과장은 “2년새 300개가 늘었고, 연간 클럽 지속율도 95%를 넘고 있어 낙관적으로 전망하고 있다”며 “클럽 출범단계에선 지도자 섭외와 체육시설 임대 등 보조비용으로 첫해 150만엔(1270여만원), 이듬해 180만엔(1530여만원)을 지원한 뒤 클럽이 자립적으로 운영할수 있도록 돕고 있다”고 말했다.

연간 200개의 신규 클럽을 목표로 하고 있는 이 사업의 궁극적인 목적은 전국 2337개의 기초 지자체별로 여러개의 다양한 클럽을 정착시키고, 이를 통해 주민들의 지역통합을 모색하는 것이다. 어린이부터 노인에 이르기까지 주민들이 활발한 교류를 하게 함으로써 개인화에 따른 소외문제, 건강증진을 통한 의료비 감축, 소년비행 예방 등 각종 현대사회의 문제를 예방해보겠다는 취지가 깔려있다.

흥미로운 점은 일본이 처음으로 이런 시도를 한 것은 아니라는 것이다. 일본체육협회는 창립 50주년인 1961년 스포츠소년단 육성사업을 펼치기 시작했다. 이 소년단은 유럽형 스포츠클럽의 모델을 본 딴 것으로, 지역내 어린이들의 스포츠클럽을 만들고, 어른들이 자원봉사자로 나서게 함으로써 자연스런 지역스포츠클럽을 유도하기 위한 것이었다. 사업시행 45년째를 맞은 스포츠소년단은 전국적으로 3만4238개에 93만7천여명의 회원을 두고 있다.

고바야시 히로시(49) 일본체육협회 스포츠소년단 담당과장은 “이 활동을 통해 어린이들이 나이가 들어서도 지역클럽에서 활동할수 있는 시민이 되도록 하는 게 궁극적인 목표”라고 말했다.

도쿄/글·사진 권오상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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