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주마가 고개만 물 밖으로 내민 채 수영을 하며 더위를 식히고 있다
말(馬)도 사람처럼 더위를 먹는다. “말은 추위에 강하고 더위에 약해요. 고개 푹 숙이고 혀까지 내밀고. 더위 먹으면 기력을 잃죠.”(신우철 조교사)
KRA(종전 한국마사회) 소속 1400여필의 경주마는 여름을 어떻게 이겨낼까? KRA에 있는 수심 3m20짜리 수영장은 말들의 최고 피서지다. 신우철 조교사는 “매일 수영과 목욕을 시키는데 처음엔 잘 안들어가려다가 일단 들어가면 고개만 물 밖으로 내밀고 수영을 꽤 잘한다. 시원하니까 잘 안나오려 한다”고 했다. 수영은 경주마의 폐활량도 키운다.
사람들이 찜질방을 가듯 ‘이열치열’로 더위를 이기는 말도 있다. 신 조교사는 “따뜻하게 원적외선을 비쳐주면 뭉쳤던 근육이 풀리니까 아주 좋아한다. 그럴 땐 사람처럼 느긋하게 적외선을 쬔다”고 말했다. 다리에 ‘얼음찜질’도 매일 해줘야 한다. 들판을 달리는 말은 피가 쏠리는 다리에 열이 가장 많다.
말도 보양식을 먹는다. 몸무게가 500㎏ 안팎인 말들은 하루에 공기밥 35그릇 남짓 열량을 필요로 한다. 신 조교사는 “초식동물인데도 어떤 조교사는 뱀을 달여 먹이기도 한다. 사료에 인삼가루 등을 넣어주고, 때로는 한약을 먹이는데 한번에 사람 10배의 양을 주어야 한다”고 설명했다.
무엇보다 모기를 잘 쫓아줘야 사랑받는 조교사가 된다. 모기들이 피부가 연한 말을 좋아하는데, 말들은 모기가 붙으면 고작 꼬리를 흔드는 ‘소극적 방어’ 밖에 못한다. 밤새 모기와 싸우느라 스트레스로 몸무게가 빠지기도 한다. 소독 외에도 전자파 전등과 선풍기 설치는 여름철 마방의 필수 품목이다.
송호진 기자 dmzsong@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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