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풍운아 추성훈의 ‘끝나지 않은 도전’

등록 2008-01-03 11:37

28일 저녁 서울 장충체육관에서 열린 ‘올림피아 히어로스 코리아 2007’ 대회 빅매치 추성훈과 데니스 강의 경기에서 추성훈이 1라운드 TKO승을 거둔 후 포효하고 있다. 연합
28일 저녁 서울 장충체육관에서 열린 ‘올림피아 히어로스 코리아 2007’ 대회 빅매치 추성훈과 데니스 강의 경기에서 추성훈이 1라운드 TKO승을 거둔 후 포효하고 있다. 연합
재일동포 4세 격투기 선수 추성훈(32·일본명 아키야마 요시히로). 추성훈은 1년전 의도성이 불분명한 ‘로션 사건’으로 무기한 출장정지라는 중징계를 받았다. 며칠전 경기에선 무릎과 양손이 땅에 닿은 무방비 상태에서 과격한 사커킥을 당했다. 상대 선수는 패배를 인정하려 다가서던 그에게 굴욕적 언사를 퍼부었다. 그가 한국 혈통이 섞인 반쪽 일본인이 아니었다면, 일본의 격투기 영웅을 이기지 않았더라도 지금과 같은 대우를 방았을까?

“패자에게 말은 필요없다.” 지난달 31일 미사키 가즈오(31·일본)에게 패한 추성훈에 대한 일본 언론의 냉정한 평가다. 일본쪽은 1년전 ‘규정 위반’ 논란 속에 자국의 격투기 영웅을 꺾었던 추성훈을 쉽게 용서하지 않았다.

2006년 12월31일 열린 K-1 다이너마이트대회에서 이른바 ‘로션 사건’이 발단이 됐다. ‘로션 사건’은 당시 몸에 로션을 바른 채 경기장에 올라 일본의 격투기 영웅 사쿠라바 가즈시(39)를 이기며 시작됐다. 이 대회 규칙은 경기를 앞두고 오일, 바셀린 로션 등을 바르지 못하게 하고 있다. 추성훈이 1라운드 KO승을 거두자 사쿠라바쪽이 이 문제를 주최쪽에 제소했고, 논란 끝에 추성훈은 무기한 출장정지 처분을 받았다.

애초 땀이 많이 나는 ‘다한증’ 때문이라며 로션 사용을 부인하던 추성훈은 몸에 로션을 발랐다는 점을 뒤늦게 인정했다. 방송 카메라에도 로션을 바르는 장면이 잡힌 것으로 확인됐다. 하지만 K-1쪽조차 공식 기자회견을 통해 “건성 피부인 추성훈이 평상시 사용하던 로션을 그대로 사용한 것 같다”고 했고, 추성훈이 TV카메라 앞에서 자연스럽게 로션을 바르고 있었던 점을 미루어 의도성이 있는 행동이었는지가 의문스럽다.

추성훈은 유도 국가대표로 출전하기 위해 2001년 일본으로 귀화했다. 2002 부산아시아게임에서 일본 대표로 금메달을 딴 뒤 종합격투기로 전향했다. 그뒤 그는 유도복 양 어깨에 일장기와 함께 태극기를 달고 나왔다. 2005년 서울에서 열린 ‘K-1 히어로스’ 대회엔 아예 한국팀 주장으로 출전해 일본팀 오쿠다 마사카쓰(31)에 펀치를 퍼부어 TKO승을 거둔다.


그가 일본에서 미움을 받는 이유로 ‘로션 사건’ 뒤 10개월만의 복귀전은 한국에서 치러졌다. 추성훈은 ‘K-1 히어로스 서울대회’ 데니스 강(30)을 상대로 4분45초 만에 KO승을 거뒀다. 그는 경기 뒤 유창한 한국말로 “한국에 돌아와서 여러분을 보는 것이 힘이다. 우리 대한민국 최고”라고 승리 소감을 밝혔다.

하지만 그는 2개월 뒤 일본쪽 복귀전에서 미사키에게 패했고, 미사키는 기다렸다는 듯 경기장을 가득 메운 관중 앞에서 “너는 많은 사람과 어린이들을 배신했다. 나는 너를 절대로 용서하지 않는다”고 했다. 미사키는 “그러나 오늘 경기를 통해 너의 진심이 전해졌다. 이제부터 성의를 보이며 싸워주길 바란다”고 했다. 일본 언론들도 “이제부터 한경기씩 결과로 신뢰를 회복할 수 밖에 없다”고 했다. 추성훈으로선 모욕을 대가로 그의 반쪽 조국이기도 한 일본으로부터 면죄부를 받은 셈이다.

일본어로 된 그의 홈페이지(http://www.judo-saiko.com) 첫 화면에는 여전히 ‘I♡Korea-한국말을 배워보자’는 코너가 있다. 그는 이 동영상에서 “쥬도는 유도, 사이코는 최고라고 한다. (한국어와 일본어가) 아주 비슷하다”면서 “다음 강좌도 즐겨달라”고 했다. 아직 끝나지 않은 ‘풍운아’ 추성훈의 다음 한국어 강좌를 기대해본다.

홍석재 기자 forchis@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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