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복싱 국가대표선수들이 지난 4일 태릉선수촌에서 샌드백을 치며 강훈련을 하고 있다. 김진수 기자 jsk@hani.co.kr
베이징올림픽 훈련현장을 가다 ①복싱
“훅으로 툭, 툭, 툭!” “스스슥 앞으로 가다가 오른손으로 팍!”
링 밖 코치의 말과 링 위 복서의 몸이 하나가 돼 움직인다. 오후훈련은 4라운드 스파링이다. 주니어대표급인 상대들은 2라운드씩 2명이 교대로 올라온다. 팔팔한 동생들이 형들을 좀 더 괴롭혀야 훈련효과를 높일 수 있다. 훈련은 카메라에 담긴다. 영상분석에 쓰일 자료다. 스파링을 마친 신명훈(27·2006도하아시아대회 은메달·64㎏이하)은 링에서 내려와서도 ‘야,야,야’ 소리를 치며 한참동안 코치 손에 걸린 미트를 때린다. 저런 주먹을 허공에, 샌드백에, 하루 4천~5천번 뻗어야 한다. “맥박이 최고로 오른 상태를 계속 이어가는 훈련이죠. 정말 힘들 때 주먹을 한번 더 뻗을 수 있게.” 수염이 덥수룩하다. “자주 깎으면 (땀 흐를 때) 쓰라려서.” 그는 “이 땀은 배반하지 않는다”고 했다.
운동장 20바퀴 돌고 맥박 최고상태서 트레이닝
“링에서 쓰러지고 싶은 순간과 같은 느낌이죠”
“권투는 꿈을 향해 살아가게 만드는 내 밥줄” 김정주(27·69㎏이하)는 2004아테네올림픽에서 동메달을 땄다. “그 땐 어리둥절했는데 이번엔 느낌이 좋아요.” 그는 “큰 누나가 12월28일 아기를 낳았는데, 조카한테 금메달을 꼭 주고 싶다”고 했다. 그는 열두살에 아버지를 간암으로, 열여섯살에 어머니를 심장마비로 잃었다. 큰 누나는 그런 어린 동생을 거두었다. “오늘이요? 와, 쓰러질 것 같죠.” 아침에 400m 운동장을 20바퀴 돌았다. 오전엔 맥박 180 이상에서 웨이트를 하는 파워서키트트레이닝도 했다. 선수들은 “링에서 쓰러지고 싶은 순간과 같은 느낌의 훈련”이라 했다. 오후엔 스파링까지 하는데도 김정주는 “땀을 쭉 흘리고 나면 정말 상쾌해요. 쾌감, 뭐 그런거요”라고 했다. 4일 태릉선수촌 복싱대표팀 훈련장. 선수들이 ‘비룡’(非龍)이라 적힌 액자 밑에서 줄넘기와 ‘쉐도우 복싱’(가상의 상대를 놓고 주먹뻗기)을 하자, 묵직한 매트가 출렁였다. 천인호 감독이 말했다. “이번에 따면 20년 만에 올림픽 금메달인데…. 이뤄주고 싶어요. 침체된 복싱을 위해서라도.” 복싱은 88서울올림픽에서 금메달 둘을 딴 뒤 금빛소식을 전하지 못했다. 복싱 인기하락은 성적부진으로 이어졌다. 2004아테네올림픽에선 동메달만 둘을 땄다. 대표팀은 5일 결혼하고 다음날 복귀한 이옥성(28·51㎏급 이하·2005세계선수권 우승)과 신명훈 김정주 등 경량급에서 금메달 하나를 바라고 있다. 아마복싱은 동유럽의 강세가 좀 주춤해진 반면, 중국과 동남아가 크게 성장했다. 쿠바도 여전한 강자다. 일단 대표팀은 아시아지역 1차예선(1월25일~2월3일·타이)과 2차예선(3월15일~25일·카자흐스탄)에서 올림픽 티켓을 따야 한다. 1차예선에서 각 체급 최소 2위를 하면 티켓을 쥘 수 있다. 2차예선은 패자부활전 성격이다. 한국은 11명 중 최소 5명의 올림픽진출을 넘보고 있다.
예선이 임박해 본격적인 살빼기에 들어가는 송학성(29·2006도하아시아대회 은메달·81㎏이하)은 “텔레비전에서 얼큰한 음식이 나올 때 가장 참기 어렵다”고 했다. 선수촌엔 풍성한 뷔페음식이 나오지만, 체중종목을 배려한 식단은 없다. 한순철(24·2006도하아시아대회 은메달·51㎏이하)은 “굶을 때도 있다”고 했다. 그런데도, 왜 그 손에 글러브를 끼고 있냐고 물었다. 김정주가 답했다. “이렇게 말해도 되나요? 권투는 밥줄이죠. 올림픽이란 꿈을 향해 살아가게 만드는 내 밥줄.” 송호진 기자 dmzsong@hani.co.kr
“링에서 쓰러지고 싶은 순간과 같은 느낌이죠”
“권투는 꿈을 향해 살아가게 만드는 내 밥줄” 김정주(27·69㎏이하)는 2004아테네올림픽에서 동메달을 땄다. “그 땐 어리둥절했는데 이번엔 느낌이 좋아요.” 그는 “큰 누나가 12월28일 아기를 낳았는데, 조카한테 금메달을 꼭 주고 싶다”고 했다. 그는 열두살에 아버지를 간암으로, 열여섯살에 어머니를 심장마비로 잃었다. 큰 누나는 그런 어린 동생을 거두었다. “오늘이요? 와, 쓰러질 것 같죠.” 아침에 400m 운동장을 20바퀴 돌았다. 오전엔 맥박 180 이상에서 웨이트를 하는 파워서키트트레이닝도 했다. 선수들은 “링에서 쓰러지고 싶은 순간과 같은 느낌의 훈련”이라 했다. 오후엔 스파링까지 하는데도 김정주는 “땀을 쭉 흘리고 나면 정말 상쾌해요. 쾌감, 뭐 그런거요”라고 했다. 4일 태릉선수촌 복싱대표팀 훈련장. 선수들이 ‘비룡’(非龍)이라 적힌 액자 밑에서 줄넘기와 ‘쉐도우 복싱’(가상의 상대를 놓고 주먹뻗기)을 하자, 묵직한 매트가 출렁였다. 천인호 감독이 말했다. “이번에 따면 20년 만에 올림픽 금메달인데…. 이뤄주고 싶어요. 침체된 복싱을 위해서라도.” 복싱은 88서울올림픽에서 금메달 둘을 딴 뒤 금빛소식을 전하지 못했다. 복싱 인기하락은 성적부진으로 이어졌다. 2004아테네올림픽에선 동메달만 둘을 땄다. 대표팀은 5일 결혼하고 다음날 복귀한 이옥성(28·51㎏급 이하·2005세계선수권 우승)과 신명훈 김정주 등 경량급에서 금메달 하나를 바라고 있다. 아마복싱은 동유럽의 강세가 좀 주춤해진 반면, 중국과 동남아가 크게 성장했다. 쿠바도 여전한 강자다. 일단 대표팀은 아시아지역 1차예선(1월25일~2월3일·타이)과 2차예선(3월15일~25일·카자흐스탄)에서 올림픽 티켓을 따야 한다. 1차예선에서 각 체급 최소 2위를 하면 티켓을 쥘 수 있다. 2차예선은 패자부활전 성격이다. 한국은 11명 중 최소 5명의 올림픽진출을 넘보고 있다.
선전을 다짐하는 한국복싱 국가대표선수들. 김진수 기자 jsk@hani.co.kr
예선이 임박해 본격적인 살빼기에 들어가는 송학성(29·2006도하아시아대회 은메달·81㎏이하)은 “텔레비전에서 얼큰한 음식이 나올 때 가장 참기 어렵다”고 했다. 선수촌엔 풍성한 뷔페음식이 나오지만, 체중종목을 배려한 식단은 없다. 한순철(24·2006도하아시아대회 은메달·51㎏이하)은 “굶을 때도 있다”고 했다. 그런데도, 왜 그 손에 글러브를 끼고 있냐고 물었다. 김정주가 답했다. “이렇게 말해도 되나요? 권투는 밥줄이죠. 올림픽이란 꿈을 향해 살아가게 만드는 내 밥줄.” 송호진 기자 dmzsong@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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