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등록 : 2012.08.14 19:56 수정 : 2012.08.15 10:25

런던 시민들은 성공한 올림픽이라고 자평하면서도, 유난히 불거진 오심 판정과 적자를 보전하기 위해 더 내야 할 세금을 걱정했다.

[이길우 기자의 런던 클로즈업]
⑧ 런던 시민들

세번이나 올림픽 개최 자긍심
“64년전엔 궁핍, 선수촌도 없어”
아련한 옛기억 떠올리며 감회
“신아람 오심, 한국인들에 죄송”
적자 우려 ‘세금 더 걷나’ 걱정도

“처음에는 올림픽에 대해 매우 냉소적이었다. 그러나 점차 빠져들었다. 이제 자부심을 갖는다.”

런던 워털루역 근처에서 제과점을 하는 톰 런들(24)은 이번 런던올림픽 기간 동안 매출이 반으로 줄었다. 많은 런던 시민들이 휴가철과 겹친 올림픽 기간 동안 런던을 떠난 탓이다. 그럼에도 런들은 ‘지구촌 축제’인 올림픽의 가치를 느낀다고 했다. 그것은 올림픽 기간 전세계의 눈이 런던으로 쏠렸고, 자신도 올림픽을 주최한 런던의 자랑스런 ‘런더너’임을 느꼈기 때문이다.

대학에서 학생을 가르치다가 은퇴한 폴 커글(71)은 런던에서 처음 올림픽을 개최했던 1948년 당시 7살의 어린이였다. 아직도 당시 발행된 기념우표와 올림픽 소식을 담았던 신문을 소장하고 있는 커글은 이번 올림픽과 아련한 기억의 64년 전 올림픽과 비교할 수 있어 색다른 느낌을 가질 수 있었다고 한다.

“그때는 정말 궁핍한 시기였다. 외국에서 온 선수들이 민박을 했다. 지금처럼 올림픽 선수촌을 지을 수 없었기 때문에 런던 시내에 흩어져 숙박을 해야 했다. 비교적 부유했던 이웃집에 외국 선수들이 들락거렸던 기억이 난다. 텔레비전도 없어 영화관에 가서 필름으로 찍은 경기 모습을 조금씩 봐야 했다.” 평생 세번씩이나 올림픽을 주최한 런던에서 살아 온 커글은 이번 올림픽 기간에 비치발리볼과 수영 경기장을 직접 가서 변화된 올림픽을 절실히 느꼈다고 한다.

역사 교사인 로버트 헤지(34)는 6살짜리 아들을 데리고 육상 경기가 벌어진 올림픽 스타디움을 두차례 갔다고 한다. 그는 더이상의 살아 있는 교육 현장이 없을 것이라고 여겨 비싼 입장권을 힘겹게 구입했다. “정말 장관이었다. 8만명의 관중이 하나가 돼 영국뿐 아니라 모든 나라 선수들을 진심으로 응원했다. 자라나는 어린 세대에겐 이번 올림픽이 좋은 자극제가 될 것이다”라고 말했다.

평생을 유치원 교사로 지내다 은퇴한 안 커글(71·여)은 올림픽 자원봉사를 하지 못해 안타까웠다.

“자원봉사자를 7만여명 뽑는다고 해 지원했으나 25만명이 몰려 기회를 잡지 못했다. 보라색 유니폼을 입은 자원봉사자들은 이번 올림픽을 성공으로 이끈 주역이다. 그들이 자랑스럽다”고 말하는 커글은 개막식과 폐막식에 런던이 보여준 다채로운 문화에 자부심을 느낀다고 했다.

“그 순간은 감동 그 자체였다. 폴 매카트니가 개막식 때 무대 위에서 피아노를 치며 자신이 속했던 비틀스의 히트곡 ‘헤이 주드’를 부를땐 나의 젊은 시절 열정이 살아나는 것 같았다. 폐막식에 스타디움에 울려퍼졌던 많은 영국의 음악들은 문화국민의 자긍심을 새삼 일깨워줬다.”

어릴 적 런던올림픽의 기억이 남아 있는 밀레 나이트(73·여)는 이번 올림픽 때문에 더욱 깨끗해진 거리가 좋기는 하지만 세금 걱정을 떨칠 수 없다.

“런던 시민들은 영국이 금메달을 딸 때마다 열광했다. 영국이 예상외로 선전해 좋은 성적을 거둬 기쁘기는 하지만 세금이 늘어날 것을 생각하니 걱정이다. 대부분의 올림픽 주최국이 적자에 시달렸다는 것을 알고 있다.”

로런스 런(24)은 오심 때문에 런던올림픽에 대한 이미지가 나빠질 것을 걱정했다. “한국의 펜싱선수인 신아람이 경기장에서 눈물을 흘릴 때 가슴이 아팠다. 누가 보아도 명백한 잘못이다. 이해하기 어려웠다. 100분의 1초를 다투는 현대 스포츠에서 나와서는 안되는 일이었다. 너무 융통성이 없는 대회 진행에 화가 많이 났다”는 런은 “런던 올림픽조직위원회를 대신해 한국인들에게 사과하고 싶다”고 말했다.

런던 중심부를 가로지르는 템스 강변의 워털루역 인근에 사는 이들 런더너들은 런던올림픽이 끝난 지 하루가 지났지만 올림픽이라는 큰 행사를 치른 세계적인 대도시 시민답게 차분하고 냉정한 모습을 보였다. 그리고 테러 등 큰 사고 없이 17일간의 열전이 무사히 지나간 것을 다행스럽게 여겼다.

“이제 잔치는 끝났다. 우리는 손님들이 가고 난 자리에서 과연 부끄럽지 않은 모습을 보였는지 살펴야 한다”고 말하는 폴 커글의 말에 모두들 고개를 끄덕거렸다. 그리고 와인과 미지근한 맥주로 건배를 했다. 습기를 한껏 머금은 템스강의 강바람이 불어온다.

이길우 nihao@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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