등록 : 2012.08.31 20:43
수정 : 2012.08.31 21:20
사격 박세균, 패럴림픽 한국 ‘첫금’
동점서 슛오프 한발로 승부갈라
고 3때 교통사고로 하반신 마비
시드니 패럴림픽서 사격에 빠져
권총 들자 승승장구 ‘세계신’도
‘어? 동점이잖아?’
박세균(41·청주시청)은 순간 멍했다. 2위와 점수 차가 커 당연히 금메달인 줄 알았다. 착각이었다. 9번째 발사까지 박세균은 터키의 코르한 야마츠에 0.5점을 앞섰다. 하지만 마지막 10번째 발사에서 야마츠가 10.3점을 쏘며 9.8점에 머문 박세균과 기어이 동점을 만들었다. 박세균은 “10번째 발사를 마친 뒤 모니터 점수판을 보고 잠시 충격에 빠졌다”고 털어놨다.
마지막 한 발로 승부를 결정짓는 슛오프. 야마츠의 사대에서 먼저 총소리가 울렸다. 9.9점이었다. 박세균은 야마츠가 총을 쏜 뒤에도 한참을 더 과녁을 노려봤다. 이윽고 “탕” 하는 총성이 들렸다. 만점(10.9점)에 가까운 10.8점이었다. 숨죽이던 관중석에서 환호성이 터졌고, 박세균도 그제야 환한 웃음을 지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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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세균(41·청주시청)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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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세균이 31일 새벽(한국시각) 영국 런던 그리니치 왕립포병대 사격장에서 열린 2012 런던장애인올림픽(패럴림픽) 사격 남자 P1 10m 공기권총 결선에서 총점 664.7점으로 터키의 야마츠와 동점을 이룬 뒤 슛오프 끝에 금메달을 목에 걸었다. 이번 대회 한국 선수 첫 금메달이다. 이주희(40·강릉시청)도 662.7점으로 동메달을 차지했다.
경남 남해 출신인 박세균은 고등학교 3학년이던 1989년 교통사고로 하반신이 마비됐다. 그는 재활운동으로 학창시절 즐기던 농구를 택했고, 2000년 시드니패럴림픽에는 휠체어농구 국가대표로 출전하기도 했다. 그런데 시드니에서 우연히 본 사격의 매력에 빠져들었고 한국에 돌아오자마자 농구공 대신 권총을 잡았다.
하지만 소속팀도 없이 태릉사격장과 정립회관을 오가며 개인적으로 훈련하는 게 쉽지는 않았다. 그는 “괜한 짓을 하는 것 같다는 생각에 몇번이고 그만두고 싶었다”고 했다.
궁하면 통하고 뜻이 있으면 길이 있다고 했던가. 그의 열정에 하늘도 감복했는지 때마침 2004년 국내 유일의 장애인사격 실업팀 청주시청이 창단됐다. 생활이 안정된 그는 국제대회에서 꾸준히 좋은 성적을 내더니 마침내 2008 베이징패럴림픽에서 꽃을 피웠다. 혼성 50m 권총 본선과 결선에서 잇따라 세계신기록을 세우는 신기의 사격 솜씨로 금메달을 목에 걸었다. 베이징대회가 끝나고 금메달은 ‘예물’이 됐다. 중학교 사격 코치인 비장애인 임연주(34)씨와 사격장에서 만나 사랑을 키워오다가 2009년 봄 웨딩마치를 울렸다.
박세균은 숨막히는 슛오프 상황에 대해 “솔직히 상대가 치고 올라올 것이라고는 생각도 못했다”며 “마지막 한 발에 1, 2등이 바뀐다는 생각에 당황도 하고 긴장도 많이 했다”며 웃었다. 이어 그는 “내가 한국의 첫 금메달 주인공이 됐는데 우리 동료들도 4년을 열심히 노력한 결과가 잘 나올 것”이라며 “한국이 금메달을 많이 땄으면 좋겠다”고 소감을 밝혔다. 그는 3일 25m 권총과 6일 50m 권총에 잇따라 출전해 다관왕에 도전한다.
김동훈 기자
cano@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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