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질랜드의 첫 겨울올림픽 금메달리스트가 된 스노보드 선수 조이 사도스키 시노트가 6일 시상대 위에서 국기를 펴 보이고 있다. 장저커우/UPI 연합뉴스
뉴질랜드는 6일 겨울올림픽 사상 처음으로 금메달을 땄다. 고국에 금빛 영광을 안긴 선수는 다름아닌 스노보더 조이 사도스키 시노트다. 2001년 3월6일생인 그는 2018 평창겨울올림픽에서는 17살 나이로 스노보드 빅에어에서 동메달을 땄다.
사도스키 시노트를 포함해 이날 여자 스노보드 슬로프스타일 결선에 오른 12명 중 7명이 2000년대생이었다. 앞서 열린 예선(5일)에서 뛴 선수 28명으로 범위를 넓혀도 2000년대생 선수는 절반(14명)에 이른다. 이 중 10대가 9명. 다른 종목에서는 유망주로 분류됐을 나이지만 스노보드에서는 막 전성기에 진입한 선수들이다.
스노보드에서는 유독 10대의 기세가 두드러진다.
세계 랭킹을 보면 여자 선수 상위 랭커 10명 중 4명이 십대다. 지난해 17살 나이로 세계 랭킹 1위 자리에 오른 일본의 무라세 코코모는 이미 13살 때부터 ‘사실상 세계 최고의 선수’라는 평가를 들었다. 영국의 스노보드 해설자 에드 리는 2018년
<비비시>(BBC)에서 “무라세는 아마도 현재 세계 최고의 여성 스노보더”라고 평했다. 당시 무라세는 나이 제한으로 올림픽에 나가지 못했다. 그는 이번 베이징대회 슬로프스타일 예선에서 81.45점을 따며 2위로 결선에 진출했지만 메달은 놓쳤다.
어릴수록 스노보드를 잘 타는 이유는 뭘까. 에드 리는 “경험은 확실한 이점이지만 나이가 들면 어렸을 때처럼 위험을 무릅쓰지 못하게 된다”고 설명했다. 한 바퀴 더 돌고, 더 어려운 그립을 잡기 위해 도전했다가 실패하는 일을 두려워 않는 젊은 패기가 곧 비결이라는 것이다. 다만 결선에서 미끄러진 무라세의 경우에서 볼 수 있듯, 메달을 따기 위해서는 단순히 잘 타는 것을 넘어 바람과 같은 통제할 수 없는 변수로부터 살아남는 일 또한 중요하다.
중국의 스노보드 선수 쑤이밍이 6일 남자 슬로프파이프 예선 1차 시기를 마친 뒤 환호하고 있다. 신화통신 연합뉴스
스노보드의 또 다른 매력은 ‘젊은 문화’다. 스노보드는 자유분방함과 다양성에 뿌리를 두고 스포츠를 넘어 하나의 라이프스타일로 발전해 왔다. 보드 위에서 선수들은 기술보다 문화를 먼저 흡수한다. 그들은 본선 경기에서도 귀에 이어폰을 꽂은 채 자신만의 트랙리스트에 맞춰 보드를 타고, 선수 숫자가 적힌 조끼도 한 쪽 어깨를 내려 입는 등 저마다 개성을 뽐낸다. 넘어진 선수도 웃으며 인사하고, 경기가 끝나면 참가자들이 함께 얼싸안고 축하를 건넨다. 평창올림픽 여자 스노보드 슬로프스타일 금메달리스트인 미국의 전설적인 스노보더 제이미 앤더슨(32)은
“이런 소속감이야말로 내가 스노보드를 타는 이유”라고 말한 바 있다.
설원 위 젊은 피들의 도전은 이제 시작이다. 6일 오후 치러진 스노보드 남자 슬로프스타일 예선에서는 중국의 2004년생 스노보더 쑤이밍이 86.8점으로 1위를 기록하는 등 10대의 존재감을 뽐냈다. 2018 평창겨울올림픽에서 스노보드 여자 하프파이프 최연소 우승 기록을 갈아치웠던 클로이 김(미국·2000년 4월생), 같은 대회에서 그보다 약 2개월 이른 나이로 남자 슬로프스타일을 제패했던 레드먼드 제라드(미국·2000년 6월생)처럼 ‘Z세대’의 돌풍이 베이징도 삼키려 하고 있다.
박강수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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