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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람과 풍경] “방사탑 돌멩이 하나에도 제주 역사 새겨있죠”

등록 2009-02-26 18:22수정 2009-02-26 19:12

산악인이자 사진작가인 강정효씨가 제주시 이호동 골왓마을 거욱대(방사탑) 앞에서 카메라 앞에 섰다.
산악인이자 사진작가인 강정효씨가 제주시 이호동 골왓마을 거욱대(방사탑) 앞에서 카메라 앞에 섰다.
‘제주 거욱대’ 펴낸 강정효씨
나쁜 기운 막는 ‘마을 수호탑’
현대사 역정따라 헐고 쌓고
사진·좌표로 거욱대 현황 기록

깡마른 몸매인 그는 언제나 등산복과 등산화 차림이다. 그의 차에는 늘 카메라와 배낭이 실려 있다. 틈만 나면 제주의 ‘원형’을 찾아 나서기 위해서다.

지방 일간지에서 10여년 동안 사진기자 생활을 한 강정효(45)씨는 1996년에는 북미 최고봉 매킨리봉 등정에 나섰던 산악인이기도 하다. 2003년에는 한라산 등산 400회 기념으로 <한라산>이라는 책을 펴낼 정도로 한라산은 그의 삶의 중요한 부분을 차지한다.

그가 이번에 펴낸 <제주 거욱대>(도서출판 각)는 또다른 그의 관심사다. 거욱대는 마을의 나쁜 기운을 막고 안녕을 비는 방사탑을 말한다.

“지금은 방사탑이라고 표현하지만 촌로들은 답, 탑, 거욱대, 솔대, 까마귀 등으로 부른다”는 그는 “이러한 돌탑이 왜 세워졌는지를 살펴보려는 마음에서 작업을 시작했다”고 발간 의도를 밝혔다.

거욱대는 제주 현대사의 역정과도 궤를 같이한다. 거욱대는 4·3사건 때는 민간인들로부터 유격대를 분리한다는 취지로 ‘성담’을 쌓는 과정에서 훼손됐고, 한국전쟁 당시에는 제1훈련소 막사를 짓기 위해 헐어내기도 했다. 또 새마을운동이 한창이던 1970년대에 마을길을 넓히면서 원형을 잃기도 했다.

하지만 90년대 후반부터는 방사탑을 쌓는 바람이 불어 98년 제주시 신산공원에 ‘4·3 해원 방사탑’이 세워졌고, 가정집 정원에까지 등장하고 있다. 이 책에는 사진기자 출신답게 자신이 직접 찍은 370여장의 각종 사진과 위치표시장치(GPS)를 이용해 산정한 거욱대의 좌표, 지도 등이 담겼다.


요즘 제주전통문화연구소 연구원들과 함께 제주시 지역 신당 찾기에 나서 머잖아 책으로 정리할 계획인 그는 최근 제주시 애월읍 광령리에 강정효 사진공방을 열었다.

“앞으로 제주의 자연과 전통문화를 관광과 연계시키는 방안을 찾아보겠다”며 올해 제주대 박사과정에 들어가는 그는 오는 5월 말 우리나라에서는 최초로 에베레스트 정상에 올랐다가 79년 매킨리봉에서 눈사태를 만나 영원히 산으로 돌아간 제주 출신 산악인 고 고상돈씨의 추모일에 맞춰 <정상의 사나이 고상돈>을 펴낼 예정이다.

글·사진 허호준 기자 hojoon@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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