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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사재개 항의 주민 체포놓고 충돌
경찰, 석방 합의…검찰이 영장지시

등록 2011-08-26 20:18수정 2011-08-26 22:49

<b>“불법 행동 엄단”</b> 2009년 쌍용자동차 점거농성 이후 2년 만에 대검찰청 공안부장이 주재하는 공안대책협의회가 열린 26일 오후 서울 서초구 대검찰청 기자실에서 임정혁 공안부장이 회의 결과를 설명하고 있다.  이정아 기자 leej@hani.co.kr
“불법 행동 엄단” 2009년 쌍용자동차 점거농성 이후 2년 만에 대검찰청 공안부장이 주재하는 공안대책협의회가 열린 26일 오후 서울 서초구 대검찰청 기자실에서 임정혁 공안부장이 회의 결과를 설명하고 있다. 이정아 기자 leej@hani.co.kr
24일 강정마을에 무슨일이
제주 해군기지 건설현장인 서귀포시 강정마을에서 지난 24일 주민·시민단체와 경찰 사이에 충돌이 빚어졌다. 국방부 출입기자들이 방문한 시점에 두 달 가까이 멈췄던 크레인이 기계음을 울리자 주민들이 항의했고, 경찰은 강동균 강정마을회장 등을 체포했다. 강 회장 등은 천주교 신부와 제주도의회 의장의 중재로 ‘조사한 뒤 석방한다’는 경찰서장의 약속을 믿고 연행에 응했다. 하지만 약속은 지켜지지 않았다. 경찰은 26일 강 회장 등 3명을 구속했다.

■ 때맞춘 공사재개 시도 24일 오후 1시30분께 해군의 안내로 제주 해군기지 공사 현장 시찰에 나선 국방부 출입기자들을 태운 버스가 강정마을 공사 현장으로 들어왔다. 기자들이 탄 버스가 해군제주기지사업단에 도착하기 직전, 공사 현장 정문 부근에 있던 대형크레인 등이 요란한 기계음을 내기 시작했다. 지난 6월 말 이후 두 달 가까이 멈춰 있던 중장비였다.

소리를 듣고 모여든 주민들이 작업 인부들에게 “왜 공사를 하려고 하느냐”고 항의했다. 강 회장 등이 크레인 캐터필러(궤도) 위에 올라가 5~10분가량 “크레인을 가동하려는 이유가 뭐냐”고 따지며 항의하다 내려오자, 경찰이 갑자기 체포했다.

기자들이 도착하고, 멈춰섰던 기계가 돌아가고, 주민들이 항의하는 과정이 이어졌다. 강정마을 주민 고아무개(48)씨는 “해군이 공사를 재개하면 주민들이 당연히 항의하리라는 것을 예상할 수 있었는데, 국가안보 사업에 항의하는 주민들의 모습을 보여줘 부정적인 여론을 만들려는 것 아니냐”고 불만을 터뜨렸다.

■ 공권력, 무력화됐나? 조현오 경찰청장은 ‘24일 7시간 남짓 무력화한 상태로 상황에 제대로 대처하지 못했다’며 송양화 서귀포경찰서장을 전격 경질했다. 그러나 당시 현장에 있던 주민들과 경찰들은 “어떻게 경찰이 무력화됐느냐”며 항변했다.

오후 2시쯤 공사 현장에서 항의하는 주민들과 시민단체 활동가들은 기껏해야 10명 안팎이었다. 경찰은 70여명이 주변에 있다가 갑자기 강 회장 등 5명을 체포했다. 하지만 곧바로 몰려든 주민과 활동가들이 50~60여명으로 불어나면서 강 회장을 태운 경찰 승합차를 막았다.

저녁 7시께 주민들이 70~80명으로 불어나고, 경찰력도 350여명으로 늘어났다. 일부 주민과 활동가들은 경찰에 의해 격리된 상태였다. 경찰이 이 상황에서 밀어붙였더라면 주민들을 해산시키고 강 회장 등 2명이 탄 승합차를 이동시킬 수 있었다.

그러나 밤이 깊어지면서 주변이 어둡고 주민들 가운데 70대 노인들도 여럿 있어 강제 해산을 시킬 경우 주민과 경찰이 부상당하는 등 불상사가 일어날 수도 있는 상황이었다. 현장에 있던 한 경찰 간부는 “경찰이 일방적으로 밀어붙였으면 어떻게 됐겠느냐”라며 “최악의 불상사를 막고자 애썼는데 이를 두고 공권력이 무력화됐다고 할 수 있느냐”고 항변했다.

송 서장도 이날 줄곧 물리적 충돌 없이 강 회장 등을 경찰서로 데려가기 위해 주민·활동가들과 협의를 벌였다. 중재에 나섰던 천주교 제주교구 고병수 신부는 “감정이 격해져서 악화될 수 있는 상황이었다”며 “양쪽이 ‘다치면 안 된다, 파국을 막아야 한다’고 인식했다”고 말했다.

■ 송 서장 경질, 문제없나? 연행자 석방 약속이 송 서장 차원에서 이뤄진 것이 아니라는 정황이 드러나고 있다.

24일 밤 8시께 송 서장은 고 신부에게 “연행자들을 빨리 내보내도록 하겠다”며 “위에 얘기가 됐다”고 말했다. 송 서장은 현장에서 휴대전화로 여러 차례 외부와 통화했다. 밤 9시30분께 고 신부가 “강 회장 등을 조사한 뒤 (24일) 자정까지 석방하기로 경찰과 합의했다”고 주민들에게 전하면서 충돌이 끝났다. 서귀포시가 지역구인 김재윤 민주당 의원은 “밤 9시께 경찰청 고위 간부에게 전화해 협조를 구했고, 그 고위 간부가 잠시 뒤 전화를 걸어와 ‘자정 이전에 연행자들을 귀가 조처하도록 하겠다’고 합의했다”고 말했다.

경찰은 강 회장 등을 조사한 뒤 제주지방검찰청에 불구속 의견을 냈으나, 검찰은 강 회장 등 3명에 대해선 구속영장을 신청하라고 지시했다. 25일 조현오 청장을 만난 김 의원은 “조 청장한테서 ‘경찰은 불구속 의견을 냈는데 수사지휘권을 갖고 있는 검찰이 그렇게 의견을 냈다고 보고받았다’는 말을 들었다”고 말했다.

제주/허호준 기자 hojoon@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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