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1일 오후 서울 용산구 전쟁기념관에서 국내 복무 고엽제 휴유증 피해자인 김동윤(가운데)씨가 피해 상황에 대해 이야기하고 있다. 왼쪽은 소송대리인 이유호 변호사, 오른쪽은 피해자인 오동주씨. 김태형 기자 xogud555@hani.co.kr
50년 동안 베일에 가려 있던 휴전선 근무 국군 장병의 고엽제 피해 문제가 드러났다.
지난달 7일 오동주(69·예비역 육군원사)씨가 대전지법에 육군참모총장을 상대로 제기한 ‘고엽제 살포 지역 복무사실 비해당 결정 처분 취소 청구’ 행정소송에서 승소했다. 이는 ‘고엽제를 67년엔 미 2사단과 국군 21사단 지역에서만 살포했다’는 군 당국의 공식 주장을 뒤엎고 다른 부대에서도 고엽제 피해가 발생했을 것이라고 인정한 첫 판결이다. 1967년 하반기에 오씨와 같이 휴전선에서 근무하며 고엽제에 노출된 병력은 육군 10개 사단 15만명가량으로 추산된다.
오씨는 국가보훈처에 고엽제 후유증 환자 등록 신청을 했으나 잇따라 기각되자 지난해 소송을 냈다. 그는 “67년 11~12월 3사단 지역에서 근무하면서 고엽제에 노출됐다”고 주장했다. 육군은 “당시 3사단 지역은 고엽제 살포 지역이 아니므로 오씨는 환자 등록 대상이 아니다”라고 밝혔다. 미군사고문단의 초목통제계획(CY-68)에 따라 ‘고엽제는 67년, 68년 사용했으나 67년에는 10월9~19일 미 2사단과 한국군 21사단 지역에서만 시험 살포했다’는 게 육군의 공식 입장이다. 이에 맞서 오씨는 ‘67년 3사단 지오피 지역에서 고엽제를 살포한 것으로 추정된다’는 3급 비밀인 군 문건 내용을 증거로 제시했다.
재판부는 “67년 당시 여러 정황 증거로 미뤄 다른 부대들이 고엽제를 사용한 것으로 추정된다. 육군이 초목통제계획의 기록을 다른 부대에서 고엽제를 사용하지 않았다는 근거로 삼는 것은 잘못”이라고 판단했다.
지난 6월말 현재 국가보훈처에 등록된 고엽제 환자를 보면, 베트남 파병자는 9만9936명인 데 비해 국내 고엽제 환자는 1873명으로 베트남 파병자의 1.87%에 불과하다. 베트남 복무가 확인되고 고엽제 후유증세가 나타나면 베트남 고엽제 환자로 등록할 수 있지만, 국내 고엽제 피해자들은 증세가 뚜렷해도 오씨처럼 근무지가 고엽제 공식 살포 지역이 아니거나 고엽제법의 피해기간(67년 10월~72년 1월)을 벗어나면 등록이 불가능하다.
오씨의 법률대리인인 이유호 변호사는 “오씨는 승소했지만 부대 기록은 모두 비밀이어서 고엽제 살포 사실 확인이 불가능하다. 휴전선 고엽제 피해자들은 명령에 따라 임무를 수행하다 독성물질에 노출돼 오랫동안 고통을 겪었다. 국가가 전향적인 대책을 마련해 피해자들의 여생을 돌봐야 한다”고 밝혔다.
송인걸 최예린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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