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스로에게 삶을 물어본 첫 책 베스트셀러로
3년뒤 “다른사람이 시키는 일은 그만” 전업 선택
7일 중 3일은 집필 2일은 자유롭게 2일은 가족과
“남을 설득하려면 내가 먼저 증명해야죠”
3년뒤 “다른사람이 시키는 일은 그만” 전업 선택
7일 중 3일은 집필 2일은 자유롭게 2일은 가족과
“남을 설득하려면 내가 먼저 증명해야죠”
한국의 글쟁이들/⑩ 변화경영 저술가 구본형씨
1998년, 지은이 이름은 생소하지만 눈을 확 잡아끄는 제목의 책이 베스트셀러 순위에 오른다. <익숙한 것과의 결별>. 지은이는 한국IBM의 경영혁신팀장인 회사원 구본형씨. 40대에 접어들면서 문득 자신은 누구인지, 지금까지 무엇을 해놓았는지 고민에 빠져 구씨 스스로 답을 찾고 삶을 바꿔보기로 결심해 쓴 책이었다. 일상 속에서 변화할 것을 역설한 이 책은 상당한 인기를 누렸고, 이후 20만부 넘게 팔리는 스테디셀러로 자리잡았다.
그리고 2000년, 구본형씨는 20년 동안 몸담았던 직장을 떠난다. 당시 나이 마흔여섯. 직장인 생활을 마치면서 구씨는 자기 자신과 세가지를 약속한다. 앞으로는 더 이상 다른 사람이 시키는 일을 하지 않기로, 자신이 마음대로 쓸 수 있는 시간의 양의 늘리기로. 그리고 마지막으로 직업을 통해 누군가를 돕기로. 이 약속을 실현하기 위해 그가 고른 새 직업은 바로 ‘변화경영전문가’인 전업 저술가였다. 경영과 자기계발 두 분야를 대표하는 저술가 구본형(52)씨는 그렇게 등장했다.
2000년대 이후 출판 각 분야에 저술가들이 서서히 등장하고 있지만 아직까지도 경영과 자기계발 분야에는 그 수가 매우 드물다. 구씨와 공병호(46·공병호경영연구소장)씨 정도만이 손꼽힌다. 대신 이 두 사람의 지위는 확고하다. 인터넷 서점들이 저술가 개인의 이름을 내걸어 따로 코너를 마련하는 필자는 구씨와 공씨뿐이다. 변화의 전도사로서 구씨 스스로 변화를 시도해 도전한 대가로 거둔 성과다. 전업 저술가가 된 지 올해로 만 6년. 예상보다 짧은 기간에 확실하게 자리를 잡은 것이다.
그런데, 자세히 보면 구씨가 이미 첫 책으로 상당한 성공을 거둔 뒤 3년 뒤에 비로소 저술가로 나섰음을 알 수 있다. 10만부 넘게 팔린 두번째 책 <낯선 곳에서의 아침>과 세 번째 책 <월드클래스를 향하여>를 쓴 다음에야 사표를 내고 독립한 것이다. “과연 내가 책을 써서 살 수 있는가, 1년에 책 1권씩을 쓸 수 있는가를 시험한 거죠. 아내를 설득하는 기간이기도 했구요. 실제 1년에 1권씩 3년을 쓴 다음에 자신감을 가질 수 있었습니다.” 경영컨설턴트는 많지만 ‘변화경영’ 전문은 적다는 점, 그리고 이를 글로 쓸 수 있는 사람은 더 적다는 점, 자신이 이미 14년 동안 변화경영을 담당한 전문성이 있다는 점, 이런 점들 때문에 후발 경쟁자들의 진입이 어려울 것으로 먼저 판단한 것은 물론이다.
저술가가 된 뒤 구씨는 정확히 2년에 3권꼴로 책을 쓰고 있다. 지금까지 펴낸 책은 모두 12권. 내용은 크게 두 가지다. <그대 스스로를 고용하라>와 <오늘 눈부신 하루를 위하여> <나 구본형의 변화이야기> 등 개인들의 삶속에서의 변화를 다루는 책들이 주를 이루는 동시에 한국 사회 전반의 문제와 변화를 다루는 <공익을 경영하라> <코리아니티 경영> 등이 다른 한 축을 이룬다.
경영·자기계발서 시장에서 공병호씨가 세상 흐름을 기민하게 포착해 구체적 방법론을 내세워 보다 넓은 독자층을 대상으로 하면서 노골적일 정도로 실용성을 추구하는 트렌드를 대표한다면, 구씨는 보다 본질적인 분야를 다루면서 현실생활도 잘하면서 삶도 충만하고자 하는 성향의 독자들을 대상으로 삼는다. 책 내는 스타일도 공씨가 일년에도 책을 몇 권씩 몰아서 내기도 하는 다작형인 반면 구씨는 규칙적이고 주기적으로 생산하는 형이다. 여기에 <부자 아빠 가난한 아빠>와 <아침형 인간>으로 대표되는 지나친 부자 열풍과 기능위주의 자기계발 일색의 흐름을 비판하는 등 자기 색깔과 지향점을 분명하게 드러내기도 한다.
1년 한권씩 스스로 ‘저술가 테스트’ 출판계에서 꼽는 구씨는 능력은 ‘새로운 주제를 끌어가는 힘’이다. 동시에 똑떨어지는 카피와 제목을 뽑아내는 감각까지 갖췄다는 평을 듣는다. 휴머니스트 한필훈 편집장은 “전하려는 메시지가 익히 잘 알만한 것일 수도 있지만 엄청난 독서로 얻어낸 근거로 정리하기 때문에 내용이 상투적이거나 뻔하지 않으면서 설득력을 지니게 된다”고 분석했다. 독자들은 구씨의 책에서 확실한 자극을 얻을 수 있다고 평한다. 이는 구씨가 설득하는 방법이 자기 자신의 이야기에서 나오기 때문으로 볼 수 있다. 구씨는 “내게 책을 쓴다는 것은 언제나 나 자신에게 물어보는 질문과도 같다”고 말한다. “남을 설득하려면 가장 간단한 질문부터 일단 자기가 증명해줄 수 있어야 해요. 그러니까 제 케이스로 설득하는게 제 스타일이죠. 처음 저술가로 나설 때에는 제가 박사도 아니고, 대단한 경력도 없고 그저 20년 직장인일뿐이란 사실이 핸디캡일 거라고 생각했어요. 그런데 제 마음이, 제 경력이 곧 독자란 것을 깨달았어요. 직장인들이 왜 좌절하고 왜 힘들어하며 무엇 때문에 즐거워하고 희망을 갖는지 잘 알 수 있는 훌륭한 배경이더란 거에요.” 구씨는 저술가로서 자기관리에 철저한 편이다. 관련 분야가 아니면 글을 쓰지 않으며, 책을 낼 때도 지나치게 실용서 위주로 내는 출판사를 가리는 등 자기 브랜드를 훼손시키지 않는데 많은 신경을 쓴다. 원고도 매일 일정양을 규칙적으로 쓰고, 거의 완성이 된 다음에야 출판사를 정한다. 글 쓸 시간을 확보하기 위해 약속을 최소화하고, 강연 요청도 월 10회 정도로 제한한다. 주 7일 가운데 3일만 이런 ‘비즈니스’에 배분하며 남은 4일 중 2일은 완전히 자유롭게 활용하고, 또 다른 2일은 가족과 보낸다는 것이 생활의 원칙이다. 구씨는 “내 관련 영역에서 사회가 필요로 하는 중요한 작가라는 위상을 갖춰 변화경영이란 분야에서 적절한 조언이 가능한 작가라는 평가를 받으려고 한다”고 말한다. 그래서 상업성으로 보면 당장 책이 많이 팔릴만한 주제는 아니지만 한국 사회의 변화 추이에 따라 그에 걸맞는 전문적 조언이 필요한 분야를 골라 책을 쓰는 작업을 병행한다. 공익부문의 변화경영 필요성을 다룬 <공익경영>이 대표적이다. 시류 편승하지 않는 한국형 계발서 최근들어 구씨의 책 판매량은 초기보다는 다소 줄어든 것이 사실이다. 이는 “시장을 따르기보다는 시장에 하고 싶은 이야기를 쓴다”고 선택한 결과이기도 하지만 구씨 책이 누적되면서 자연스럽게 생겨나는, 그래서 극복해야할 과제이기도 하다. “시장 반응이 미지근하면 실망스럽기도 하고, 사람들이 이제 이런 것에 관심 없나하는 고민도 들지요. 그래서 콘텐츠를 어떻게 재조합 할 것인가를 생각합니다. 사람들이 구체적인 것에 목말라 있으니 직장인들이 직장안에서 생계형 월급쟁이로 살지 않고 어떻게 하면 훌륭한 직업인이 될 수 있느냐는 문제에 관심을 갖고 있어요.” 시장 흐름에 편승하지는 않되 실용적이면서 한국적 현실에 맞는, 그래서 번역서들이 가지지 못한 우리 문화적 요소를 고려한 책을 쓰는 것. 그가 요즘 세운 목표이자 차별화 방안이다. 글 구본준 기자 bonbon@hani.co.kr, 사진 박종식 기자 anaki@hani.co.kr
1년 한권씩 스스로 ‘저술가 테스트’ 출판계에서 꼽는 구씨는 능력은 ‘새로운 주제를 끌어가는 힘’이다. 동시에 똑떨어지는 카피와 제목을 뽑아내는 감각까지 갖췄다는 평을 듣는다. 휴머니스트 한필훈 편집장은 “전하려는 메시지가 익히 잘 알만한 것일 수도 있지만 엄청난 독서로 얻어낸 근거로 정리하기 때문에 내용이 상투적이거나 뻔하지 않으면서 설득력을 지니게 된다”고 분석했다. 독자들은 구씨의 책에서 확실한 자극을 얻을 수 있다고 평한다. 이는 구씨가 설득하는 방법이 자기 자신의 이야기에서 나오기 때문으로 볼 수 있다. 구씨는 “내게 책을 쓴다는 것은 언제나 나 자신에게 물어보는 질문과도 같다”고 말한다. “남을 설득하려면 가장 간단한 질문부터 일단 자기가 증명해줄 수 있어야 해요. 그러니까 제 케이스로 설득하는게 제 스타일이죠. 처음 저술가로 나설 때에는 제가 박사도 아니고, 대단한 경력도 없고 그저 20년 직장인일뿐이란 사실이 핸디캡일 거라고 생각했어요. 그런데 제 마음이, 제 경력이 곧 독자란 것을 깨달았어요. 직장인들이 왜 좌절하고 왜 힘들어하며 무엇 때문에 즐거워하고 희망을 갖는지 잘 알 수 있는 훌륭한 배경이더란 거에요.” 구씨는 저술가로서 자기관리에 철저한 편이다. 관련 분야가 아니면 글을 쓰지 않으며, 책을 낼 때도 지나치게 실용서 위주로 내는 출판사를 가리는 등 자기 브랜드를 훼손시키지 않는데 많은 신경을 쓴다. 원고도 매일 일정양을 규칙적으로 쓰고, 거의 완성이 된 다음에야 출판사를 정한다. 글 쓸 시간을 확보하기 위해 약속을 최소화하고, 강연 요청도 월 10회 정도로 제한한다. 주 7일 가운데 3일만 이런 ‘비즈니스’에 배분하며 남은 4일 중 2일은 완전히 자유롭게 활용하고, 또 다른 2일은 가족과 보낸다는 것이 생활의 원칙이다. 구씨는 “내 관련 영역에서 사회가 필요로 하는 중요한 작가라는 위상을 갖춰 변화경영이란 분야에서 적절한 조언이 가능한 작가라는 평가를 받으려고 한다”고 말한다. 그래서 상업성으로 보면 당장 책이 많이 팔릴만한 주제는 아니지만 한국 사회의 변화 추이에 따라 그에 걸맞는 전문적 조언이 필요한 분야를 골라 책을 쓰는 작업을 병행한다. 공익부문의 변화경영 필요성을 다룬 <공익경영>이 대표적이다. 시류 편승하지 않는 한국형 계발서 최근들어 구씨의 책 판매량은 초기보다는 다소 줄어든 것이 사실이다. 이는 “시장을 따르기보다는 시장에 하고 싶은 이야기를 쓴다”고 선택한 결과이기도 하지만 구씨 책이 누적되면서 자연스럽게 생겨나는, 그래서 극복해야할 과제이기도 하다. “시장 반응이 미지근하면 실망스럽기도 하고, 사람들이 이제 이런 것에 관심 없나하는 고민도 들지요. 그래서 콘텐츠를 어떻게 재조합 할 것인가를 생각합니다. 사람들이 구체적인 것에 목말라 있으니 직장인들이 직장안에서 생계형 월급쟁이로 살지 않고 어떻게 하면 훌륭한 직업인이 될 수 있느냐는 문제에 관심을 갖고 있어요.” 시장 흐름에 편승하지는 않되 실용적이면서 한국적 현실에 맞는, 그래서 번역서들이 가지지 못한 우리 문화적 요소를 고려한 책을 쓰는 것. 그가 요즘 세운 목표이자 차별화 방안이다. 글 구본준 기자 bonbon@hani.co.kr, 사진 박종식 기자 anaki@hani.co.kr
| |
관련기사
항상 시민과 함께하겠습니다. 한겨레 구독신청 하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