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기호/한국출판마케팅연구소장
한기호의 출판전망대 /
〈중국 초우량주에 돈을 묻어라〉는 중국어판을 그대로 완역하는 바람에 한국인이 중국 주식에 투자할 때 필요한 정보는 정작 찾아볼 수 없다는 점과 중국 주식이란 단어로는 책이 검색되지 않는다는 결정적 한계를 가진 책이었다. 그러나 출판사는 블로그를 활용해 이 책의 시장성을 키웠다. 블로그에는 책에 싣지 못했던 정보까지 제공해 책의 결점을 보완했다.
중국 주식과 관련된 커뮤니티와 이 블로그를 링크시켜 잠재독자가 중국 주식에 대한 정보를 검색했을 때 블로그가 쉽게 노출되도록 만들고 이 책과 함께 관련서를 소개했다. 또한 블로그를 통한 커뮤니티 이벤트를 여러 차례 벌이기도 했다.
중국 주식 투자 정보에 목말랐던 잠재 독자들은 블로그에서 제공하는 정보에 열광했고, 책 소개 글을 자발적으로 퍼갔다. ‘광고’가 아닌 ‘양질의 정보’로 독자를 ‘유인’한 것이다. 날마다 수십 명의 사람들이 블로그에 들어와 글을 다른 곳으로 퍼다 나르면서 움직이지 않던 책이 다시 살아나 상당한 부수가 팔려나갔다.
오늘날 대중은 게이트키퍼나 오피니언 리더의 충고보다 다른 사용자가 퍼트리는 정보, 곧 다른 독자(고객)의 판단을 보고 행동(구매)을 결정한다.
생산자이면서 소비자인 프로슈머는 이제 정보를 일방적으로 받아들이지 않는다. 블로그에서 그들은 스스로 정보를 편집해가며 정보의 질을 판단하고 즐긴다. 블로그는 독자의 피드백을 즉각 확인하고 이용하는 쌍방향 커뮤니케이션의 장으로서 기능한다. 따라서 블로그는 모든 마케팅의 시발점이 된다. 게다가 블로그에서 유명세를 탄 보통사람이 저자가 되어, 블로그 내용을 책으로 만든 ‘블룩’(blook)을 펴내는 일이 일상적으로 벌어진다. 오죽하면 ‘모든 사람은 미디어’라는 말이 나왔을까? 출판기획자는 온라인 마케팅과 저자 발굴이라는 두 마리 토끼를 잡기 위해 영향력 있는 ‘알파 블로거’ 찾기에 분주하다.
블로그뿐만 아니라 Q&A커뮤니티, 소셜 네트워크 서비스(SNS), 게시판, 뉴스그룹, 시오아이(COI·Community Of Interest·특정 관심사에 집중하는 커뮤니티) 사이트 같은 소비자 발신 미디어(CGM=Customer Generated Media)가 마케팅의 핵으로 떠올랐다. 시지엠(CGM)에는 일반 소비자가 실제 체험을 통해 터득한 방대한 정보가 실시간으로, 제공되는데 이것들이 축적되면서 갈수록 영향력을 키우고 있다.
시지엠은 메이커(생산자)나 매스미디어에서는 상상할 수 없는 특수한 사례와, 이해관계에 속박되지 않은 자유로운 의견이 정보로 모여 축적되기 때문에, 소비자에게는 구매정보를 얻을 수 있는 최고의 지원 환경이 되고, 메이커에게는 상품에 대한 평가가 그 상품의 인기도에 직결되는 장소가 된다.
시지엠은 방송과 결합한 포드캐스팅, 영상과 결합한 유시시 등으로 영역을 넓혀가면서 객관적이고 공정한 개인의 힘을 무한대로 키우고 있다. 아마도 그 힘은 머지않아 지난 세월의 영광에서 벗어나지 못하는 대중매체의 코를 납작하게 만들어버릴 것이다. 아니, 이미 그런 세상인지도 모른다.
한기호/한국출판마케팅연구소 소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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