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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화 책&생각

소통의 문제의식-작가 김연수 씨의 경우

등록 2009-10-08 17:59수정 2011-12-13 16:28

김윤식 문학평론가·서울대 명예교수
김윤식 문학평론가·서울대 명예교수
김윤식의 문학산책 /
국보 1호 남대문을 가진 600년 고도 서울. “무엇도 영원한 것이 없는 쓰러져가는 것들로 가득 찬 좌충우돌하는 이 도시”(<론리 플래닛>)에서 세계 작가 대회가 열렸소. 여기에 참석한 미국 여류작가가 있었소. 그녀의 바람은 따로 있었소. 13년 전에 죽은 한국인 남자의 고향 찾아보기가 그것. 그런데 딱한 것은 그곳의 이름이 Bamme였다는 것. 오직 이 소리로만 기억되었던 것. 지도에도 없는 이 지명을 찾기란 얼마나 난감했을까. 누군가 있어 Bamme란 밤[栗]이 있는 산(山)이니까 ‘율산’을 찾아보라 해도 사정은 마찬가지. 소리란 의미를 언제나 초월하고 있었으니까. 소통의 첫 번째 난점이 이러했소.

이것은 이 나라의 가장 날랜 작가 중의 한 사람인 김 씨의 가작 <케이케이의 이름을 불러봤어>(2008)의 한 장면이오.

대체 소통하기란 무엇인가. 작가 김 씨의 글쓰기의 요점이 이에서 오고 있소. 모든 글쓰기란 ‘밤메’를 모국어로 하는 글쓰기가 아닐 수 없다는 것. 여기에 닿고자 함을 두고 세상은 번역이라 하오. 한국 작품을 영역하기도 그러한 사례. 이에 대한 영문과 출신 작가 김 씨의 견해는 어떠할까요.

무엇보다 김 씨는 한국어와 영어의 차이에 주목했소. 영어가 사실적 표현에 기울어져 있다면 한국어는 좀 추상적이라는 것. 한국어는 감정 표현에 능하며, 따라서 산문 정신(소설)에는 부적절하다는 것. 그러기에 한국 소설이 제대로 번역되기만 하면 외국에서도 그 값어치를 알아줄 것이라는 주장에 회의적일 수밖에. 만일 한국 소설이 제대로 영역되려면 영어에 능통한 한국 작가와 영역자의 공동 작업이 있어야 한다는 것(‘한국어는 과연 산문 문장에 적합한 언어일까’, 2009). 실제로 이런 일이 가능할까. 김 씨도 동의하듯, 거의 절망적이겠지요. 소통의 두 번째 난점이 이 부근에 있소.

여기까지 오면 이렇게 물을 수밖에요. 작가 김 씨의 소설 쓰기란 새삼 무엇인가가 그것. 다음 세 가지 글쓰기에 대한 거리재기가 아닐 것인가. ① 아주 구체적인 글쓰기(영어 쪽의 소설들), ② 약간 구체적인 글쓰기(한국어 쪽의 소설들), ③ 줄거리뿐인 글쓰기. 이 중 ③은 소설일 수 없으니까 제쳐 둔다면 ①과 ② 사이를 오르내리기가 아닐 수 없소.

그런데 ①에 접근해 가면 한국의 독자들은 어떠할까. 성가셔 하거나 아주 도망칠지도 모르오. 이 얼마나 무서운 일이랴. 그런데 ②에 머물러야 한국 독자에 맞을 텐데, 이 경우 딱한 것은 작품의 구체성이 모자란다는 것이오. 한국인에 제일 잘 읽히는 역작도 영어로 번역하면 저절로 함량미달일 수밖에 없을 테니까. 이 얼마나 섬뜩한 일이랴. 소통의 세 번째 난점이 이 부근에 있소.

남은 문제는, 그러니까 제일 핵심은 과연 어디에서 오는가. 언어란 진화하는 것인가에 관련될 수밖에. 영어가 한국어보다 혹은 다른 언어보다 진화한 것인가의 여부가 그것. 감성적인 것(신체성)에서 출발하여 세계로, 사물로, 구체성으로 나아가는 것인가의 여부가 그것. 혹은 언어란 저마다 특징이 있어 등가일 뿐인가의 여부가 그것.

김윤식 문학평론가·서울대 명예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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