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겨레 23돌] 5·16 쿠데타 50년
현실속 남겨진 과제들
지난해 말 대법원은 박정희 전 대통령이 유신헌법에 근거해 선포했던 ‘긴급조치 제1호’가 “국민의 기본권을 침해하는 것이어서 위헌”이라는 판결을 내렸다. 초법적인 국가권력에 의해 힘겨운 삶을 살아야 했던 수많은 피해자들에게 명예회복과 실질적 보상의 길이 열린 것이다. 유신 시절 발동됐던 나머지 긴급조치들도 절차와 취지가 비슷해 긴급조치에 대한 피해 구제는 지속적으로 이어질 전망이다.
철권통치 시절 기본권을 억압받았던 수많은 사람들이 아직도 그 피해를 제대로 인정받지 못하고 있다는 사실은, 과거사 정리 차원에서 지금 당장 실질적 조처가 필요한, 박정희 시대의 어두운 유산을 보여주는 단적인 사례다. 보수진영의 논리대로 산업화의 성과가 인정된다 하더라도, 당시 국가권력이 저지른 인권탄압이나 반민주적 억압, 지역간 자원배분 왜곡 등의 문제점은 인정될 수 없기 때문이다.
긴급조치 9호로 투옥된 바 있는 ‘7080민주화학생운동연대’의 양춘승(57) 회장은 “긴급조치9호로 투옥 등 피해를 입은 사람이 1500명에 육박한 것으로 알고 있다”며 “인권의 가치가 경제성장의 명목 아래 말살되는 등 당시의 뒤바뀐 본말을 지금에라도 바로잡아야 한다”고 말했다.
졸속적 한·일협정의 결과로 일본 제국주의가 저지른 식민지시대 범죄에 대해 제대로 보상을 받지 못하게 된 사람들도 있다. 2008년 공개된 1965년 한·일협정 문서는 박정희 정권이 사실상 개인의 대일청구권을 소멸시키는 대신 일본으로부터 5억달러의 자금을 받았다는 사실을 드러냈다. 이 때문에 강제징용 피해자 등 많은 사람들이 일본에 대한 보상 청구를 지금도 거부당하고 있다.
지역간 불균형 발전 전략으로 빚어진 지역주의, 노동기본권 탄압을 비롯한 경제개발 우선정책에 따른 부작용 등도 바로잡아야 할 부정적 유산으로 꼽힌다. 정근식 서울대 교수는 “중요한 사실은 우리 사회가 어떻게든 해결해야 할 박정희 시대의 유산이 현실적으로 존재한다는 것”이라며 “박정희 시대에 대한 평가에 앞서 이런 유산들을 해결하는 것이 급선무”라고 말했다. 최원형 기자
관련기사
항상 시민과 함께하겠습니다. 한겨레 구독신청 하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