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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화 책&생각

소설가 김남일의 하노이

등록 2012-05-13 20:42

최재봉
최재봉
최재봉의 문학풍경
“1970, 80년대에 저를 지탱했던 가치와 이념이 흔들리는 상황에서 제가 찾은 곳이 베트남이었습니다. 제가 처음으로 베트남행 비행기에 올랐던 1995년 6월29일, 서울에서는 삼풍백화점이 무너졌지요. 그렇게 향했던 베트남에서 제가 만난 것은 우리가 잃어버렸던 친근하고 인간적인 삶이었습니다. 한국식 고도성장주의의 종언을 고하는 사건과 저의 베트남행이 동시에 이루어졌다는 사실은 적어도 저에게는 매우 커다란 상징적 의미를 지니는 것이었어요.”

지난 9일 저녁 서울 홍대 앞의 한 대형서점 행사장. <천재토끼 차상문>의 소설가 김남일이 50여 명의 청중 앞에서 베트남 이야기를 들려주었다. 그가 주축이 되어 쓴 책 <스토리텔링 하노이>를 대상으로 삼은 북콘서트 현장이었다. 아시아 문학 전문 출판사 ‘아시아’에서 펴낸 <스토리텔링 하노이>는 한국과 베트남의 문인과 학자들이 하노이의 역사와 문화, 자연과 사람들에 관해 쓴 글들을 모아 엮은 책이다.

1995년 처음 베트남을 방문했던 김남일은 이듬해 소설가 최인석·김영현·이성아·방현석 등과 의기투합해 ‘베트남을 이해하려는 젊은 작가들의 모임’을 결성한다. 이후 열댓 번 이상 베트남을 방문하면서 베트남 작가들과 교분을 텄고, 서로의 작품을 번역 출간하는 성과를 이루기도 했다. 바오닌 소설 <전쟁의 슬픔>도 1995년 첫 베트남 여행에서 그가 영어판을 구해 읽고 소개한 인연으로 한국에서 번역 출간되기에 이르렀다.

“저는 <전쟁의 슬픔>을 세 번 읽었습니다. 읽을 때마다 같은 작가로서 절망감을 느꼈어요. 이 소설은 우리가 흔히 전쟁문학의 고전으로 꼽는 레마르크의 <서부전선 이상 없다>나 헤밍웨이의 <누구를 위하여 종은 울리나>를 압도하는 전쟁문학의 백미라고 생각합니다. 전쟁을 배경으로 삼긴 했지만, 단순히 전쟁의 참혹함을 고발하는 데에 그치지 않고 전쟁 때문에 어긋난 사랑의 슬픔이 중심을 이루는 서정적인 작품이지요.”

그는 내친김에 지나치게 유럽 중심적인 세계문학 정전에 대해서도 이의를 제기했다.

“저부터도 책장을 살펴보니까 아시아 작가들의 작품은 거의 없더라고요. 최근에 몸이 아파서 누워 있는 동안 아시아 문학작품을 구할 수 있는 대로 구해 읽으면서 새삼 많은 반성을 했습니다. <전쟁의 슬픔>을 1번으로 삼아 출범한 ‘아시아 문학선’은 세계문학사에 대한 관점을 바꾸어 놓을 역사적인 기획이 될 것이라고 자부합니다.”

오랜만의 장편소설인 <천재토끼 차상문>을 발표한 2010년 위암 수술을 받고 정양을 해 온 그는 생애 최초라는 이번 북콘서트를 계기로 좀더 활발하게 대외 활동을 펼치겠노라는 각오를 비쳤다. 아울러 “건강이 회복되는 대로 <천재토끼 차상문>에 등장하는 북조선 출신 ‘여자 토끼’ 신애란을 주인공 삼은 후속편 역시 쓰고 싶다”고 밝혔다. 북콘서트를 마무리하면서 그가 <스토리텔링 하노이>의 일부분을 낭독했다.

“도시가 작가를 만들지만, 작가 또한 도시를 만든다. 바오닌은 하노이의 ‘이야기’를 구성하는 가장 중요한 인물이다. 바오닌은 하노이를 사랑하지만, 동시에 그는 시시각각 다수의 힘을 업고 매사를 수직적으로 재단하고 규정하는 식의 ‘약탈적 영토화’에 대해서는 분명히 반대할 것이다. 그가 곁에 두고 늘 들춰보는 사전에서 하노이는 속도와 동의어가 아니다. 봉건적 훈육과 고루한 전시, 계층별 선택과 배제도 아닐 것이다. 물신(物神)은 더더욱 아니리라.”

최재봉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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