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윤식 문학평론가·서울대 명예교수
김윤식의 문학산책
-2012년을 보내며
-2012년을 보내며
올해 노벨 문학상이 중국 작가 모옌(莫言, 57살)에게 주어졌다 하오. 중국 국적으로는 처음인 셈인데, 수상 후 그가 당원이며 체제 순응적이라는 비판도 있었다 하오. 이에 대한 그의 반응이 인상적이오. 길거리에서 외쳐대는 것만이 현실 참여가 아니라는 것. 일본 작가 오에 겐자부로는 노벨 문학상 수상 연설(1994)에서 “영속적 빈곤과 혼란으로 가득한 아시아라는, 낡았으나 아직도 살아 있는 은유로서” 한국의 김지하, 중국의 정이(鄭義), 모옌을 언급한 바 있었소. 추측건대 스웨덴 한림원은 작가는 작품으로 말한다는 쪽으로 기운 것이라 할 수 없을까. 이 점은 그가 친한파라는 사실이라든가 댜오위다오 분쟁 지역에 물고기만 살게 하라는 그의 발언보다 중요하지 않을까 싶소. 노벨상도 정치성 배제라는 시세를 반영한 한 가지 보이지 않는 증거일 수도 있기 때문이오.
노벨상이 있든 없든, 이 나라 문학판은 또 그대로 전개되는 법. 당연히도 새롭게 전개되는 법. 새롭게라면 어디에 그런 곳이 있는가. 이미 이야기란 모든 것이 다 말해진 마당이 아닌가. 맞는 말이오. 그렇지만 그것들이 다시 되풀이되어 흡사 새로운 듯한 모습을 띠는 것도 사실인 셈. 그런 사실의 하나로 자전적 소설, 이른바 성장소설을 들 수 없을까. 이것처럼 쓰기 쉽고 읽기 좋은 것이 달리 있으랴. 이 나라 문학판은 그동안 이것을 붙들고 크게 성장했음도 사실이오. 언어의 세련성 확보도 이로써 달성되었던 것이니까.
그러나 이젠 진절머리가 날 때가 온 것이 아닐까. 모든 소설이 자전소설이며 “보바리 부인은 나다”를 입에 게거품을 물고 달려드는 데까지 이르렀다면 어떠할까. 바깥으로의 탈출이 시도될 수밖에. 보시라, <장마>(정미경), <내 멕시코 삼촌>(함정임), <옥수수와 나>(김영하), <부드럽고 그윽하게 그이가 웃음 짓네>(백수린) 등을. 한갓 관광 수준의 여행기라 할 수도 있겠으나, 따라서 새롭다고 할 것까지는 없겠지만, 예술과 관련된 문물의 수용에까지 나아간 것인 만큼 몸부림이라도 쳤다고 볼 수 없을까. 자전소설에 진절머리가 났으니까.
금년도에 내가 주목한 것은 <파도가 바다의 일이라면>(김연수)과 <오릭맨스티>(최윤)이오. 두 작품이 분리되면 의미를 잃기 십상이오. 그도 그럴 것이 악명 높은 입양 고아 문제를 다룬 것이니까. 그들이 지금쯤은 거의 어른으로 성장했고, 그 사실은 <피는 물보다 진하다>(아스트리드 트롯찌)라는 스웨덴 입양 고아의 소설로 대변되는 것. 그러나 과연 그러할까. 자기를 버린 부모를 찾아와 이런저런 경험하기란 누가 보아도 신파조. 피가 어찌 물보다 진하랴. <파도가 바다의 일이라면>에서 비로소 이 문제가 나름대로 극복되오.
피는 피지 물과 비교될 수 없는 것. 피는 누구의 피도 동일한 것. 요컨대 피의 낯섦이 앞뒤를 가로막는 것. ‘오릭맨스티’란 또 무엇일까. 벨기에에 입양된 이 고아는 성장하면서 급습하는 간질병에 시달렸다 하오. 그 간질병의 앞과 뒤에 들리는 음향, 그것은 한국어도 유럽어도 아닌, 왈 ‘오릭맨스티’. 뜻으로 번역되지 않는 신비로운 지대가 있다는 것. 이 나라 소설은 노벨상과 관계없이도 세계문학의 반열에 올라섰다고 할 수 없을까.
김윤식 문학평론가·서울대 명예교수
<한겨레 인기기사>
■ 문재인, 신당 창당 예고…“국민정당으로 간다”
■ “문재인, 부엉이 귀신 따라 죽을까 걱정” 막말 논란
■ 타임 “스트롱맨” 논란 일자, ‘독재자의 딸’로 제목 바꿔
■ 안철수 “제가 사퇴했다고 투표 안하면…”
■ 맞붙은 ‘광화문대첩’…빨강-노랑 열기 ‘후끈‘
■ 김연아, 뱀파이어와 키스~
■ [화보] 손 맞잡고 부산 선거유세 하는 문재인-안철수
■ 문재인, 신당 창당 예고…“국민정당으로 간다”
■ “문재인, 부엉이 귀신 따라 죽을까 걱정” 막말 논란
■ 타임 “스트롱맨” 논란 일자, ‘독재자의 딸’로 제목 바꿔
■ 안철수 “제가 사퇴했다고 투표 안하면…”
■ 맞붙은 ‘광화문대첩’…빨강-노랑 열기 ‘후끈‘
■ 김연아, 뱀파이어와 키스~
■ [화보] 손 맞잡고 부산 선거유세 하는 문재인-안철수
항상 시민과 함께하겠습니다. 한겨레 구독신청 하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