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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화 방송·연예

시청자 심장 훔친 ‘파란만장 흉부외과’

등록 2008-01-06 20:22수정 2008-01-07 00:39

의학드라마 ‘뉴 하트’의 매력
<종합병원>으로 시작된 우리나라 의학드라마는 <하얀거탑>에서 정점을 이루었다. 병원에서 연애하던 드라마가 병원 안의 권력다툼을 비추면서 의학드라마의 새 지평을 열었다. 지난 12월12일 첫 방송한 <뉴 하트>는 그런 점에서 우려가 컸다. 흉부외과의 일상을 다룬다는 내용은 의학드라마에 바라는 시청자의 기대치를 만족시키기에는 진부한 선택이기 때문이다. 그런데 방송 3회 만에 시청률 20%를 넘기며 수목드라마 1위를 이어가고 있다. 보편적인 것에서 새로운 재미를 빚는 재주를 부리며 색다른 의학드라마의 활로를 모색하고 있는 것이다.

‘뻔한 소재’ 우려 씻고 시청률 상승
정치·휴먼 뒤섞고 ‘캐릭터’로 변주
외과기피·지방대 차별 ‘현실’ 짚어

■ 평범한 것에서 찾은 새로움=<뉴 하트>는 장르를 규정짓기 어렵다. 사람냄새 나는 휴먼드라마를 표방하지만 이야기의 틀은 정치적인 기운으로 싸여 있다. 첫 장면에서 병원장 박재현(정동환)은 자신의 이익을 목적으로 최강국(조재현)을 흉부외과 과장으로 데려오고, 강국은 아버지의 명예를 찾으려고 그 자리를 수락한다. 권력다툼, 의사들의 일상 등 병원 이야기는 모두 그 위에서 뒤섞여 전개된다. <하얀거탑>이 병원에서 정치하는 드라마이고, <외과의사 봉달희>가 레지던트의 성장기로 정리되는 것과 사뭇 다른 양상이다. 박홍균 피디는 “의사라는 직업의 특수성보다 흉부외과에서 벌어지는 보편적인 일상을 소개하다 보니 내용에 따라 다양한 장르를 보여주게 되는 것 같다”고 말했다. 장르의 혼재는 캐릭터의 변주가 보태어 탄력을 받는다. <뉴 하트> 속 주인공은 기존 의학드라마에서 보던 군상에서 한발짝 나아간다. 최강국은 <하얀거탑> 장준혁처럼 실력과 야망을 내비치지만 최도영처럼 환자를 우선으로 생각한다. 남혜석(김민정)과 이은성(지성)의 뒤바뀐 성격은 이 드라마가 캐릭터에서 새로운 재미를 주려는 의도와 맞아떨어진다.

■ 사회를 비추는 거울=의학드라마가 현실을 얼마나 반영하느냐는 끊임없이 논의되어 왔다. <뉴 하트>도 경기도 곤지암에 세트장을 지어 실제 병원에서 촬영하는 느낌을 살렸다. 회당 제작비의 대부분이 출연료를 제외한 장비제작에 들어간다. 6명의 의사가 돌아가며 수술장면을 조언하고, 현장에는 두 명의 간호사가 대기하고 있다. 의학드라마로는 이례적으로 의료계가 처한 현실을 적나라하게 보여주며 그들 역시 우리와 같은 인간이라는 점을 드러내는 데 집중한다. 숱한 의학드라마들이 의사로서의 사명감을 보여주는 데 급급했다면 <뉴 하트> 속 의사들은 하루에도 열두 번 그만두고 싶은 유혹에 사로잡힌 모습들이다. 지난 6회 방송에는 지방대 출신이 받는 심적 소외감을 다루며 같은 고민을 하고 있을 시청자들의 감정몰입을 도왔다. 개업조차 할 수 없어 외면받는 흉부외과의 현실을 비중있게 전하며 어려운 일을 꺼려하는 요즘의 세태를 꼬집는다. 박홍균 피디는 “갈수록 힘든 일을 하지 않으려는 사회 분위기를 드라마를 통해 떠올리게 하고 싶었다”고 했다.

■ 의학드라마의 한계=‘심장’을 향해 내달리는 세 의사의 하모니가 빛을 발할 때 드라마도 빛났다. 그러나 갈수록 <뉴 하트>도 기존 의학드라마의 실수를 저지른다. 긴박하게 흐르던 드라마는 3회부터 멜로에 병원비를 내지 못하는 환자 등 뻔한 소재로 점철되고 있다. 가운을 입은 채 술집을 찾는 현실적이지 않는 모습도 끊임없이 지적된다. <하얀거탑>은 애초에 일본 소설을 원작으로 삼아 표절논란에서 자유로웠지만, <외과의사 봉달희>는 미국의 <그레이 아나토미>와 비슷한 인물 구성과 음악으로 논란이 일었다. <뉴하트>도 일본 만화 <의룡>과 흡사한 설정으로 우리나라 의학드라마가 갖는 소재의 한계를 여실히 드러내고 있다. 두 작품은 흉부외과를 배경으로 시골에 낙향한 의사가 화려하게 복귀하는 것과 응급 처치 하려고 환자에게 볼펜을 찌르는 장면 등이 유사하다. 이에 대해 박홍균 피디는 “작가가 흉부외과를 2년 동안 취재했다. 소재로 삼을 수 있는 의사들의 사연이 한정되어 있다보니 비슷한 장면들이 나오는 것 같다”고 말했다.

남지은 기자 myviollet@hani.co.kr

사진 문화방송 제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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