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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화 방송·연예

걸그룹을 넘어선 ‘후천적’ 걸그룹 브아걸

등록 2013-08-22 19:43수정 2014-11-28 14:19

브라운 아이드 걸스
브라운 아이드 걸스
이재익의 걸그룹 열전
걸그룹을 문자 그대로 해석한다면 여자들로 구성된 모든 팀을 걸그룹이라고 해야 한다. 그러나 좋아하는 걸그룹이 누구냐고 물었을 때 빅마마나 옥상달빛, 한스밴드라고 답한다면?

그렇다. 뭔가 이상하다. 우리가 암묵적으로 동의하는 걸그룹의 정의는 단순히 여자들로 이뤄진 팀이 아니다. 이 정도는 어떨까? ‘스무 살 전후의 여자 멤버들로, 군무가 곁들어진 일렉트로 팝을 주로 부르고 섹시하고 귀여운 외모로 어필한다.’

내가 ‘걸그룹 열전’에서 다루는 모든 걸그룹은 위의 세 가지 필요충분조건에 정확히 들어맞는다. 지금까지 다룬 원더걸스·소녀시대·카라·티아라가 모두 그랬고 앞으로 다룰 팀들도 그럴 것이다. 그런데 위의 조건들을 무색하게 만드는 독특한 그룹이 딱 하나 있다. 이 팀을 빼고 갈까도 생각했으나 이 팀 없이 걸그룹 얘기를 하는 것은 음악 피디로서 직무유기라는 생각이 들었다. 걸그룹이 아니면서 걸그룹인 팀, 바로 브라운 아이드 걸스다.

줄여서 브아걸이라고 부르는 이 팀의 멤버들은 현재 가인 한 명을 빼고 모두 서른이 훌쩍 넘었다. 10대 후반에 데뷔하는 신생 걸그룹 멤버들에게는 이모뻘이다. 브아걸이 데뷔할 때 캐치프레이즈가 ‘여자 브라운 아이즈’였다. 심지어 얼굴 없는 가수라는 콘셉트가 잡혔던 적도 있었다. 한마디로 비주얼은 포기한다는 얘기. 게다가 음악 장르도 전형적인 알앤비. 흠… 어느 면으로 봐도 걸그룹은 아니었다.

데뷔 시점으로 치자면 브아걸은 걸그룹의 원조 격인 원더걸스나 소녀시대(모두 2007년 데뷔)보다 빠르다. 2006년 3월에 첫 앨범을 발표한 이후의 활동 역시 걸그룹과는 거리가 멀었다. 갑자기 이미지 변신을 시작한 시점은 2008년 1월 싱글 ‘L.O.V.E’를 발표하면서였다. 나오자마자 무서운 상승세를 이어간 이 노래는 지상파를 비롯한 음악 차트에서 정상을 휩쓸었다. 뒤를 이은 ‘마이 스타일’, ‘어쩌다’도 반응이 좋았다.

본격적인 걸그룹 춘추전국시대가 열린 2009년 여름, 브아걸은 3집 앨범 <사운드 지>를 발매한다. 최근 싸이가 ‘젠틀맨’에서 다시 선보인 시건방춤을 ‘국민 댄스’로 만든 노래 ‘아브라카다브라’가 타이틀이었다. 이 노래는 모든 음원 사이트와 차트를 점령했다. 원더걸스의 ‘노바디’, 카라의 ‘미스터’, 티아라의 ‘롤리폴리’와 함께 아직까지도 가장 유명한 걸그룹 안무가 아닐까 싶다. 3집 활동으로 브아걸은 음원 수익만 100억원을 올렸다고 한다.

그 뒤로 멤버들의 개인 활동도 성공적이었고 4집 <식스 센스>와 최근 발표한 5집 <블랙박스>까지도 팬들을 만족시키고 있다. 7년 동안 5장의 정규 앨범을 낸 걸로 알 수 있듯이 브아걸은 무척 성실하다. 스타일을 바꾸는 데도 성실하고 동시에 본연의 색깔을 지키는 데도 성실하다. 그들의 대부와도 같은 작곡가 윤일상도 참 대단하다.

브아걸을 이렇게 표현하면 어떨까? 유일무이한 후천적 걸그룹이라고. 데뷔 초기 얼굴 없는 가수 콘셉트에서 시작한 그들의 지금 위상을 보라. 10대 후반 소녀들과 나란히 서도 그들은 충분히 반짝거린다. 곡의 수준과 노래 실력으로만 친다면 브아걸과 대적할 걸그룹이 있을까? 나인뮤지스처럼 늘씬하지도 않고 크레용팝처럼 귀엽지도 않지만 브아걸은 어떤 걸그룹보다 예쁘다.

갈색 눈을 한 소녀들이여, 부디 나이 마흔까지 걸그룹으로 활동했으면 좋겠다. 누군가 걸그룹은 다 거기서 거기라고, 고만고만한 ‘어린애’들을 뽑아다가 똑같이 춤추고 노래 시킨다고 빈정댈 때 내 손가락이 그대들을 가리킬 수 있으면 좋겠다. 저들을 보라. 브아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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