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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화 방송·연예

터프한 클럽녀 이미지 ‘2NE1’ 니가 제일 잘나가

등록 2013-09-12 19:32수정 2014-11-28 14:06

2NE1
2NE1
이재익의 걸그룹 열전
걸그룹을 싸잡아 폄하하는 사람들이 제일 먼저 내세우는 이유가 개성이 없다는 거다. 비슷하게 인형같이 예쁜 외모에, 비슷한 댄스음악에, 비슷한 춤까지…. 심지어 이름까지 비슷하다고 불평하는 사람도 있다. 틀린 말은 아니다. 방송국 피디인 나도 걸그룹 멤버들을 다 구별하지 못할 정도니.

지난 회에 소개한 브라운아이드걸스가 태생적인 면에서 독보적이라고 한다면 개성 측면에서 독보적인 걸그룹이 투애니원(2NE1·사진)이다. 다른 걸그룹들과 비교해도 그렇고 멤버들 면면도 그렇다.

데뷔할 때 ‘여자 빅뱅’이라는 수식어를 달고 나왔을 정도로 투애니원은 와이지엔터테인먼트가 작정하고 미는 그룹이었다. 지금도 와이지 하면 떠오르는 브랜드가 빅뱅과 투애니원 아닌가. 2009년 3월 빅뱅과 함께 싱글 ‘롤리팝’을 발매하면서 시작한 투애니원의 활동은 몇 달 후 공식 데뷔 싱글 ‘파이어’에 이어 ‘아이 돈 케어’의 대성공으로 이어졌다.

2009년은 그야말로 걸그룹의 해였다. 소녀시대가 원더걸스를 제치고 걸그룹 제국의 왕좌를 차지하고, 카라와 티아라가 재빠르게 라이벌 구도를 형성하며 2인자 자리를 차지한 해다. 시크릿·포미닛·애프터스쿨·레인보우·에프엑스 등등 앞으로 소개할 쟁쟁한 걸그룹들이 모두 그때 데뷔했다. 그중 투애니원은 독보적 존재감을 과시하며 단숨에 2인자 자리에 있던 카라와 티아라 급으로 뛰어올랐다.

다른 걸그룹들이 예쁘고 귀엽고 섹시한 여성미를 내세운 반면, 투애니원은 터프한 ‘클럽녀’ 이미지를 내세웠다. 자기주장이 확실하고 당당한 캐릭터다. 멤버들도 제각기 개성이 달랐다. 그래서인지 멤버들은 다른 걸그룹처럼 ‘유니폼’을 입지 않고 각각 다른 의상을 입고 무대에 선다. 부조화의 조화랄까. 수많은 걸그룹들의 틈에서 그들을 돋보이게 만든 것은 이미지뿐만이 아니다. 노래도 이미지와 꼭 맞았다. 2010년 9월에 발매한 첫 정규 음반 <투 애니원>(To Anyone)을 보자. 매니저한테서 음반을 받았을 때 전율을 느꼈던 기억이 난다. 앨범의 타이틀곡이 무려 세 곡이다. ‘캔트 노바디’(Can’t Nobody), ‘고 어웨이’(Go Away), ‘박수쳐’. 게다가 세 곡 모두 음악 프로그램 차트 1위에 오르는 이례적 기록을 세웠다.

실력? 이만큼만 해라. 수많은 걸그룹을 지켜봤지만 이들만큼 잘 노는 그룹은 없다. 게다가 실력이 점점 늘고 있다. 초기 노래들부터 들어보면 티가 확 난다. 막내 공민지의 존재감도 커지고, 래퍼 씨엘의 실력이 향상되는 것을 보는 기쁨도 쏠쏠하다.

다만, 최근 발표하는 노래들이 밋밋해졌다는 점은 아쉽다. 투애니원의 노래를 도맡아 만드는 이는 십수년째 와이지엔터테인먼트의 수많은 히트곡을 작곡한 테디(그룹 원타임 출신의 박홍준)다. 그의 실력에는 요만큼의 의심도 없지만 투애니원만 놓고 보면 2011년 이후 곡들은 날이 무뎌졌다. 속도와 짜임이 거의 비슷한 ‘내가 제일 잘나가’(2011년 6월)와 ‘두 유 러브 미’(2013년 8월)를 비교하면 확연히 드러난다. ‘두 유 러브 미’는 씨스타가 불러도 에프엑스가 불러도 좋을 것 같다. 투애니원은 오직 투애니원만 소화할 수 있는 노래를 해야 하지 않을까?

예쁜 여자에게는 많은 남자들이 말을 건다. 그런데 예쁜데다 콧대도 높고 자신감마저 충만해 보이는 여자에겐 감히 말을 붙이기 부담스럽다. 투애니원은 그런 여자 같다. 나는 그녀에게서 달달한 속삭임을 듣고 싶지 않다. 말 거는 나를 무시하고 가버리기를 바란다. 그녀는 아마도 이렇게 말하겠지. ‘좀 싸가지 없어 보이면 어때? 내가 제일 잘나가는데.’

이재익 에스비에스 피디·소설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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