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배보다 배꼽이 더 크면 어때?’ 애프터스쿨 소개 때 제목을 이렇게 달았다. 애프터스쿨에서 나온 유닛 그룹 오렌지캬라멜이 애프터스쿨보다 오히려 더 인기가 많아서 한 얘기였다. 포미닛 소개 때는 ‘포미닛의 낭중지추 김현아’라는 제목을 달았었다. 비슷한 맥락에서다. 오늘 소개할 미쓰에이(miss A)도 수지가 중심에 설 수밖에 없다.
2010년에 제이와이피(JYP)에서 데뷔한 미쓰에이는 페이·지아·민·수지로 구성된 다국적 4인조 걸그룹이다. 박진영이 작심하고 만든 ‘제2의 원더걸스’였다. 데뷔 당시 밝힌 그룹 이름의 의미는 이렇다. “모든 면에서 에이(A) 클래스급 실력을 지닌 뒤 아시아 최고가 되겠다.”
데뷔곡 ‘배드 걸 굿 걸’은 이름에 담긴 거창한 의미에 걸맞을 만큼 엄청난 반응을 얻었다. <엠카운트다운>에서 불과 3주 만에 1위를 차지했는데, 데뷔 뒤 가장 빨리 1위에 오른 걸그룹이라는 기록이 안 깨지고 있다. 연달아 <뮤직뱅크>, <인기가요> 등 지상파 프로그램은 물론 음원 차트도 휩쓸었다. 그해 한국갤럽 조사로 선정한 최고의 여자 신인으로 뽑히기도 했다.
이듬해 ‘굿바이 베이비’도 대단했다. 순위 프로그램은 전부 1위를 차지하고 음원도 대성공. 그즈음이 소속사 전성기와도 일치한다. 투피엠(2PM)과 원더걸스가 왕성하게 활동하고, 비의 제이튠엔터테인먼트를 합병하고, 미쓰에이가 승승장구하던 호시절이었다. 에스엠(SM)이나 와이지(YG)에 비교해도 명성에서나 사이즈에서나 꿀릴 게 없던 시절. 그러나 미쓰에이도 제이와이피도 이후 행보는 순탄치 않았다.
미쓰에이 노래들은 ‘굿바이 베이비’ 이후로 인기가 떨어지기만 했다. 사람들에게 대표곡을 물어보라. 백이면 백 ‘배드 걸 굿 걸’ 아니면 ‘굿바이 베이비’다. 제이와이피도 마찬가지. 주가만 봐도 알 수 있다. 이렇게 말하면 여의도 애널리스트 같은데, 흥미롭게도 제이와이피 주가와 미쓰에이의 인기는 거의 같은 그래프를 그린다. 최저점을 찍은 2010년 7월에 미쓰에이가 데뷔했는데, 이후 주가가 숨가쁘게 상승해 1년 만에 거의 열 배가 올라 최고점을 찍었다. 미쓰에이가 ‘굿바이 베이비’로 활동하던 때다. 이후 주가는 고점의 절반 수준에 머무르고 있다.
흠… 우연이겠지? 요즘은 에스엠, 와이지와 함께 3대 엔터테인먼트 기획사로 묶기가 망설여질 정도로 주춤하고 있으나 수장인 박진영을 비롯한 스태프들 저력은 무시할 수 없다. 도약을 위해 숨을 고르는 중이라고 믿고 싶다.
여하튼 이렇게 쉽지 않은 상황에서 홀로 솟아오른 존재가 수지다. 연기자로 변신한 그는 드라마 <응답하라> 시리즈와 함께 1990년대 복고 붐을 만들어낸 영화 <건축학개론>의 최고 수혜자였다. 한 살 언니인 아이유한테서 ‘국민 여동생’ 타이틀을 이어받은 것이다. 시나리오 작가이기도 한 내가 봐도 가장 탐나는 신인 배우다. 수지의 인기가 높아지는 만큼 미쓰에이의 이미지는 점점 수지의 이미지로 수렴된다는 점이 문제다.
현아가 있는 걸그룹 정도로 인식되던 포미닛은 작년에 ‘이름이 뭐예요?’로 팀 전체가 한 단계 상승했다. 미쓰에이의 회심의 한 방이 필요하다. 제이와이피의 저력을 믿는 것처럼 미쓰에이의 저력도 믿어보겠다.
매년 여름 <케이팝스타> 예심에 심사위원으로 나가는데, 춤 좀 춘다는 여학생들이 하나같이 미쓰에이의 안무를 따라 하던 시절이 있었다. 지겨울 정도로. 그런데 지난해에는 단 한 명도 그런 지원자가 없더라. 올해 심사장에서는 미쓰에이의 신곡을 듣고 싶다. 제2의 미쓰에이를 꿈꾸는 소녀들을 만날 수 있길….
이재익 에스비에스 피디·소설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