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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화 방송·연예

나인뮤지스, ‘뮤즈’라 쓰고 ‘비너스’라 읽는다

등록 2014-05-08 19:28수정 2014-11-28 14:12

걸그룹 '나인뮤지스'. 사진 스타제국 누리집
걸그룹 '나인뮤지스'. 사진 스타제국 누리집
이재익의 걸그룹 열전
걸그룹 중에는 한마디로 특징짓기 힘든 팀도 있지만 특정한 느낌이 도드라지는 팀도 있다. 도도한 투애니원, 청순한 에이핑크, 엽기스러운 크레용팝 등등. 나인뮤지스 하면 ‘기럭지’다. 데뷔 때 멤버들 평균 신장이 걸그룹 중 제일 크다는 점이 부각된 이후로 그들은 줄곧 ‘길다’(다른 표현으로 하자면 늘씬하다)는 이미지에 갇혀 있었다.

2010년 여름에 데뷔했으니 활동한 지 벌써 5년차, 만으로도 꽉 찬 4년이다. 나인뮤지스는 쥬얼리, 제국의 아이들의 소속사인 스타제국에서 야심차게 내놓은 프로젝트 그룹이었다. 프로젝트라는 표현을 쓰는 이유는 데뷔 당시부터 소속사에서 견지한 노선 때문이다.

‘멤버들은 바뀌더라도 브랜드는 유지하면서 스타들의 등용문 역할을 한다.’

그래서일까? 멤버들이 참 많이 바뀌기도 했다. 팀 이름은 나인뮤지스이나 7명, 8명으로 활동한 기간도 짧지 않다. 그 설명만 하다가 지면이 끝날 것 같으니 자세한 멤버 이동이 궁금한 분들은 검색해보시길.

활동은 참 부지런히도 했다. 첫 타이틀 곡 ‘노 플레이보이’를 시작으로 ‘레이디스’, ‘피가로’, ‘뉴스’, ‘티켓’, ‘돌스’, ‘건’, ‘글루’ 등 쉼없이 신곡을 발표하며 활동해왔다. 지상파와 케이블 가리지 않고 예능프로그램 출연도 왕성하게 해왔다.

어떤 걸그룹과 함께 서도 비주얼만큼은 압도적이다. 일단 기니까. 웬만한 걸그룹은 나인뮤지스 옆에 서면 어린애 같아 보인다. 원더걸스나 시크릿에서 제일 큰 멤버도 나인뮤지스에서 제일 작은 멤버보다 한참 작을 정도니. 그래서인지 나인뮤지스는 군대에서 유난히 인기가 많았다. 심지어 2013년 초 ‘돌스’로 컴백할 때는 군부대를 돌면서 컴백 첫 무대를 가졌으니, 이렇게 국군을 사랑하는 걸그룹이 또 있을까?

여하튼, 꼬박 4년을 열심히 해왔는데도 위상은 데뷔 때와 크게 다르지 않다. 나인뮤지스의 팬이 아니라면 히트곡 한 곡을 흥얼거릴 만한 사람도 많지 않을 것이다. 그렇다고 대중과의 거리가 딱히 멀어진 적도 없었다. 지난번에 소개한 달샤벳과 마찬가지로, 네티즌들이 한 달이 멀다 하고 올리는 ‘걸그룹 서열표’에서 나인뮤지스는 데뷔 이래 줄곧 인기 마지노선에 걸쳐 있다.

나인뮤지스 커리어에서 가장 중요한 사건이라면 카라를 만든 작곡팀 스윗튠(한재호, 김승수)이 2012년부터 작곡과 콘셉트까지 도맡은 일이라고 할 수 있다. 개인적으로 스윗튠이 만들어내는 아이돌 노래들을 참 좋아했는데, 나인뮤지스의 노래에서 스윗튠이 자기복제를 하는 느낌이 묻어나서 우려스럽다. 나인뮤지스의 ‘건’을 레인보우의 ‘에이’(A)와 비교해서 들어보라. 가장 신곡인 ‘글루’도 새롭지 않기는 마찬가지다. 보컬의 멜로디뿐만 아니라 곡의 진행 방식, 반주에서 쓰는 소리도 예전 노래들과 많이 겹친다.

물론 기대 이하의 실망스러운 노래는 없다. 나인뮤지스의 노래들이 일정 수준은 유지하지만 참신한 개성을 보이지 못하고 있는 데는 스윗튠의 공과 과가 동시에 있다고 본다. 워낙 저력 있는 스윗튠이니 나인뮤지스의 앞으로의 행보를 잘 이끌 것이라고 믿는다.

뮤즈라는 단어의 유래는 그리스·로마 신화에서 나왔다. 시와 음악, 무용 등 예술의 다양한 분야를 관장하는 아홉 여신들을 뮤즈라고 부른다. 스타제국 엔터테인먼트에서 나인뮤지스를 내놓았을 때의 초심과 맥락이 닿는다. 춤, 노래, 패션모델 등 다양한 분야에서 끼 많은 멤버들을 나인뮤지스라는 ‘여신팀’ 안에서 길러내겠다는 기획 말이다. 그런데 아직도 나인뮤지스는 대중에게 ‘늘씬한 걸그룹’ 이상의 평가를 받지 못하고 있으니 안타깝다. 아름다움의 여신 비너스가 예술의 여신 뮤즈로 거듭 태어날 날이 오기를.

이재익 에스비에스 피디·소설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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