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바 ‘해피 뉴 이어’. 동영상 출처 https://www.youtube.com/watch?v=feuS4xJNxU4
2015년 양띠해 새해가 환하게 밝았습니다. 모두 새해를 맞아 새로운 꿈이 담긴 계획을 세우고 계실 겁니다. 한 해를 정리하는 연말 분위기가 물씬한 크리스마스 캐럴에 이어, 또 다른 한 해의 시작을 준비하는 마음을 담은 새해맞이 노래들을 들으면서 새로운 희망을 가슴에 품어보시는 건 어떨까요?
유명한 새해맞이 노래로는 우선 다들 한번쯤 그 이름을 들어보셨을 스웨덴의 전설적 팝밴드 아바의 노래 ‘해피 뉴 이어(Happy new year)’가 있습니다.
“행복한 새해가 되길
행복한 새해가 되길
우리 모두가 꿈을 갖게 해주길
모든 이웃이 친구인 세상이 올 거라는
행복한 새해가 되길
행복한 새해가 되길
우리 모두 희망을 갖고
우리의 뜻이 시도될 수 있기를
그렇지 않으면 우린 누워 죽은 것과 같아요”
(아바의 노래 ‘해피 뉴 이어’ 중에서)
다가올 알 수 없는 미래를 생각하며 세상에 평화가 찾아오길 바라는 내용의 이 노래는, 아바가 1978~1979년 ‘불레부(Voulez-Vous; 영어로 you want)’ 음반으로 큰 성공을 거둔 뒤 잠깐 휴식을 취하러 갔던 남아메리카 위쪽 대서양의 바베이도스에서 1980년에 썼습니다. 원래 새해 전날(New Year‘s Eve)에 관련된 뮤지컬을 염두에 두고 만들어진 곡이라고 합니다,
아바의 남성 멤버였던 비요른 울바에우스와 베니 앤더슨은 자신들의 뮤지컬 드라마 아이디어를 유명한 극작가에게 보냈는데 그만 거절당했다고 하네요. 우여곡절 끝에 ‘해피 뉴 이어’라는 제목으로 이 노래를 발표하기로 결정하고 1980년 2월 녹음에 들어가 같은 해에 뮤직 비디오를 만들었다고 합니다. 원래 이 노래를 만들 때 칭했던 제목은 따로 있었는데, 그 제목은 ‘아빠, 크리스마스엔 술 취하지 마세요’였다고 하죠.
또 다른 색다른 일화는 여성멤버였던 아그네사 팰트스코그가 비행기 여행을 무서워하고 싫어해 노래의 홍보를 뮤직 비디오에 의존하게 되었다는 것입니다. 이들의 뮤직 비디오는 MTV가 나오기 전까지 1970~1980년대 전 세계의 텔레비전 음악 프로그램을 종횡무진했다고 하네요. 이 무렵부터 뮤지컬에 관심을 많이 보였던 비요른과 베니는 나중에 뮤지컬 제작자로도 왕성한 활동을 했다고 합니다.
이글스 ‘펑키 뉴 이어’. 동영상 출처 https://www.youtube.com/watch?v=HKIYXQoZzA0
시대를 뛰어넘는 명곡 ‘호텔 캘리포니아’와 ‘새드 카페’로 우리나라에도 잘 알려진 미국 컨트리, 포크 록 밴드 이글스도 ‘펑키 뉴 이어(Funky New Year)’라는, 새해를 주제로 한 노래를 만들었습니다.
“바로 어제 파티에 갔었지
새해를 제대로 맞이하려 간 거였지
오늘 아침 깨어보니
어제 저녁 내가 얼마나 행복했었는지 기억나지 않네
하지만 아직도 그 기분 그대로 느끼네
이제 곧 신나는 새해가 오네
멋진 새해
오, 멋진 새해가 틀림없어
신나는 새해“
(이글스의 노래 ‘펑키 뉴 이어’ 중에서)
전날 술과 함께 파티를 실컷 즐기고 두통과 함께 새해를 맞이하는 사내의 재미난 모습을 담은 이 노래는 ‘플리즈 컴 홈 포 크리스마스(Please Come Home for Christmas)와 함께 1979년에 싱글앨범으로 발표된 곡입니다. 1978년 ‘뉴 키드 인 타운(New Kid in Town)’과 ‘호텔 캘리포니아’로 두 개의 그래미상을 수상하는 등 생애 최고의 한 해를 보낸 이글스는 진지한 뮤지션이라는 고정관념을 깨기라도 하듯 크리스마스와 새해맞이 노래를 발표한 것이었습니다. 당시 한창 유행하던 디스코 댄스와 펑크 음악들 사이를 비집고 들어가 18위에 랭크되며 20년만에 처음으로 빌보드 20위 안에 오른 크리스마스 시즌 노래로 기록되었다고 합니다.
유투 ‘뉴 이어스 데이’. 동영상 출처 https://www.youtube.com/watch?v=f8BtB4C3Vi8
‘위드 오어 위드아웃 유(with or without you)’ 등의 노래와 사회적 메시지를 담은 가사로 세계적인 명성을 얻고 2005년 ‘로큰롤 명예의 전당’에도 헌액된 아일랜드 출신 4인조 밴드 유투(U2)의 노래 ‘뉴 이어스 데이 (New Year’s Day)‘도 빼놓을 수 없는 새해 노래이지요.
“새해에는 모든 것이 조용하네
하얀 세상엔 뭔가 이뤄지고 있네
난 그대와 함께이고 싶어
밤이나 낮이나 그대와 있고 싶어
새해엔 그 무엇도 변치 않네
새해에는
난 그대와 다시 있게 될 거야
난 그대와 다시 있게 될 거야
(중략)
신문은 말하고, 말하지
이것이 진실, 진실이라고...
우린 헤쳐나갈 수 있어
비록 둘로 나뉘었어도
우린 하나가 될 수 있어”
(유투의 노래 ‘뉴 이어스 데이’중에서)
1983년 ‘워(War)‘ 앨범에 수록된 이 노래는 1980년대 초반 레흐 바웬사가 주도했던 폴란드 자유노조운동을 언급한 노래인데요. 우연인지 필연인지 이 노래가 녹음되고 난 뒤 폴란드 정부는 자유노조운동에 대한 금지법을 폐지했다고 합니다. 애덤 클레이튼의 독특한 베이스 선율과 귀를 사로잡는 디 에지의 피아노, 기타 연주가 이끌어가는 이 노래의 가사는, 원래 이 밴드의 보컬 보노가 그의 부인에게 보내는 사랑의 메시지였는데 자유노조운동에서 영감을 얻어 다시 바꿔 썼다고 하죠. 밴드 유투에게 있어서는 음악차트 10위에 오르면서 영국에서 처음 히트를 친 의미 있는 노래라고 합니다. 또 노르웨이에서 9위, 덴마크에서 11위, 스웨덴에서 17위 미국 빌보드 차트에서 100위안에 첫 진입하는 등 U2가 세계적인 명성을 얻게 된 노래이기도 하구요.
밴 모리슨 ‘켈틱 뉴 이어’. 동영상 출처 https://www.youtube.com/watch?v=qUTMgobBiqg
북아일랜드 출신의 뮤지션으로 블루스, 재즈, 포크, 소울, 알앤비, 켈틱(아일랜드 민속음악) 등의 여러 장르를 조화시켜 록음악의 지평을 넓힌 밴 모리슨은 ‘셀틱 뉴 이어(Ceitic New Year)’라는 새해 노래를 2005년에 발표했습니다.
“주중에 만약 너를 못 본다면
창문으로 네 모습을 볼 수 없다면
다음에 전화로 얘기 나눌 수 없다면
늦가을에도 널 보지 못한다면
길에서라도 널 보고 싶구나
왜 돌아오지 않니? 물어본다
널 꼭 보고 싶구나 내 사랑
왜 켈트의 새해에 돌아오지 않니?
켈트의 새해에”
(밴 모리슨의 노래 ‘켈틱 뉴 이어’ 중에서)
밴 모리슨이 구수한 목소리로 노래한 ‘켈틱 뉴 이어’, 즉 아일랜드 켈트 민족의 새해는 11월1일 무렵에 시작된다고 합니다. 10월 추수기가 끝난 뒤 겨울의 시작을 축하하며, 또 자연의 어둠과 죽음이 다시 빛과 생명으로 되살아나길 기원하며 펼쳐지는 고대 켈트족의 삼하인(Samhain) 축제도 이때 함께 시작되는 것이죠. 아일랜드의 삼하인 축제는 할로윈데이의 기원이 되었다고 합니다. 길고 느리게 달리며 반복되는 밴 모리슨 특유의 선율이 듬뿍 담긴 이 노래는 밴 모리슨의 어쿠스틱 기타와 포기 리틀의 전자기타가 서로 연주를 주고받는 가운데 살그머니 그 둘 사이에 스며드는 칩튼 패디 멀로니의 아일랜드 피리 ‘휘슬’ 연주 소리가 아주 인상적인 곡입니다.
그 외에도 너바나의 드러머였던 데이브 그롤이 1995년에 만든 미국 록밴드 푸 파이터스는 2차 세계대전 때 미확인 비행물체를 뜻하는 이름을 가진 밴드답게 “나 내년엔 꼭 집에 돌아올거야”라고 모호하게 외치는 노래 ‘넥스트 이어(Next Year)’를 내놓아 새해 노래로 인기를 끌었구요. ‘화이트 크리스마스’ 등의 캐럴 가수로 유명한 빙 크로스비는 크리스마스 캐럴에 이어 ‘렛츠 스타트 더 뉴 이어 라이트(Let‘s start the New Year Right)’라는 새해 노래도 불러 연말연시를 모두 자신의 노래로 화려하게 장식하는 가수가 되기도 했습니다.
또 새해뿐만 아니라 새해 전날을 위한 노래도 있습니다. 1947년 미국 작곡가 프랭크 로이서가 작곡한 ‘왓 아유 두잉 뉴 이어스 이브?(What Are You Doing New Year‘s Eve?)가 바로 그 곡입니다. ‘두~우~’ 하는 화음으로 유명한 보컬그룹 ‘디 오리올스’가 불러 히트를 치면서 한 해의 마지막을 장식하는 노래의 하나로 남게 됐죠. 원래 미국에서는 1900년대 초반까지만 해도 로버트 번스가 자신이 채집한 스코틀랜드 민속음악에 맞춰 가사를 붙여 만든 노래 ‘올드 랭 사인’이 연말 방송에서 주로 울려퍼졌습니다. ‘왓 아유 두잉 뉴 이어스 이브?’가 유명세를 타면서 다른 연말 보내기, 새해맞이 노래들이 잇따라 등장하게 되었다고 합니다. 이 노래는 나중에 엘라 피츠제럴드 등이 다시 부르면서 더더욱 사랑받는 연말연시 노래가 되었다고 하죠.
터보, 디헤븐, 하우스룰즈, 프리키 등 우리나라 가수들도 ‘해피 뉴 이어(Happy New year)’라는 같은 제목의 노래들을 발표했습니다.
새해 계획 세우실 때 또 그 계획이 3일 뒤 ‘작심삼일’로 흐트러질 때, 한국과 외국의 새해맞이 노래들을 비교해 들으면서 마음을 다잡아 보시는 건 어떨까요? 새해 일상에 사랑과 평화와 행복이 가득히 깃드시길….
김형찬기자 chan@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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