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 바로가기

광고

광고닫기

광고

본문

광고

문화 방송·연예

2017 다시 강호동

등록 2017-02-23 13:33수정 2017-04-20 17:29

박상혁의 예능in, 예능人
오랜 터널을 드디어 지났다. 후배들에게는 옛날 방식의 진행이라고 핀잔을 듣고 선배에게는 이상한 거 하지 말라고 잔소리를 듣지만 꿋꿋하다. 특유의 자신감 넘치는 진행에 구박받는 캐릭터가 더해졌다. 그런데 희한하게 구박을 받을수록 프로그램들이 잘나간다. 2017년 다시 찬란해진 국민 엠시(MC) 강호동에 대한 이야기다.

공백기를 갖기 직전 강호동의 전성기는 정말 눈부셨다. 2011년 강호동이 진행하는 4개 프로그램. <해피선데이-1박2일>(한국방송2), <강심장>(에스비에스), <무릎팍도사>(문화방송), <스타킹>(에스비에스)의 시청률 합계는 100%에 가까웠다. 대한민국 모든 예능인 중에 전무후무한 기록이다. 그리고 깔끔하게 시청자를 떠났다. 알다시피 돌아와서 프로그램들의 성적은 예전만 못했다.

지금과 같은 반전의 시작은 지상파를 떠나서 케이블이나 종편에서 먼저 자리잡고 있던 제작진들과 함께 하면서부터다. 편한 사람들과 부담 없이 시작한 프로그램들이 독특한 색깔을 내기 시작했다. <신서유기>(티브이엔), <아는 형님>(제이티비시), 그리고 <한끼줍쇼>(제이티비시)에서 강호동은 예전처럼 전체를 아우르는 진행을 하지 않는다. 큰 욕심이 없어 보인다. 그저 선후배들과 어울려서 즐겁게 논다. 마치 <일밤>(문화방송)에서 하차하면서 위기가 왔던 이경규가 <남자의 자격>(한국방송2)을 통해 후배들에게 구박받으면서 웃음을 주며 다시 화려하게 부활할 때 모습과 비슷하다. 생각해보면 대부분의 진행자들은 태초에 개그맨이었고 그들이 진행의 부담에서 벗어나면 훨씬 강력한 웃음을 선사할 수 있다.

사실 강호동은 피디들 입장에서 함께 일하기에 한없이 까다롭기도 하고, 한없이 편하기도 하다. 그는 프로그램을 선택할 때는 누구보다 까다롭다. 그냥 재미있어 보인다고 절대 덥석 하지 않는다. 기획안의 모든 내용을 납득해야 한다. 기획의도가 올바른지, 논리적으로 설명 가능한지 철저하게 살핀다. 제작진이 누구인지, 구체적인 제작 과정은 어떤지도 꼼꼼히 따진다. (역시 사람을 외모로 판단하면 안 된다.) 그러나 출연을 결정하는 순간, 그는 전적으로 제작진을 믿고 따른다. 상황에 따라 자신의 의견을 하나하나 제시하기보다는 자신에게 주어진 역할에 최선을 다한다. 자신뿐 아니라 다른 출연자들도 함께 하는 제작진을 신뢰하도록 촬영장 분위기를 만든다. 그래서 그와 함께 했던 제작진은 이후에도 강호동과 다시 함께 하고 싶어 한다.

프로그램을 하다 보면 이런저런 일들을 겪는다. 사랑을 받기도 하지만 오해를 받는 경우도 있고 억울한 순간도 있다. 해명을 할수록 더욱 논란이 커질 때도 있다. 예전에 함께 하던 프로그램에서 한 출연자가 논란이 생겼을 때 강호동은 그 출연자에게 이렇게 말한 적이 있다. “잘못을 인정하고 사과하기를 두려워하지 마라. 만약 내가 저지른 잘못보다 더 큰 비난을 받는다면 더 크게 진심으로 사과하면 된다. 그러면 오히려 사람들의 마음을 얻을 것이다.” 강호동의 말이 인상 깊었던 것은 그 말의 내용이 아니라 그 이후에 본인이 스스로 정말 그렇게 행동해왔기 때문이다. 솔직하게 잘못을 인정하고 사과하는 일이 얼마나 힘든지는 요즘 뉴스만 봐도 잘 알 수 있지 않은가.

그러나 뭐니 뭐니 해도 강호동의 가장 큰 장점은 좌중을 압도하는 카리스마다. 다른 진행자들은 절대 따라 할 수 없으니 말이다. <무릎팍 도사>에서 민감한 질문을 대놓고 하고 나서 귀엽게 애교를 부리던 모습, <강심장>에서 연예인 20명을 쥐락펴락하던 장면도 다시 그립다. 이제는 혼자 모든 것을 끌고 가던 능력뿐 아니라 다른 출연자들과 함께 밀당하며 웃음을 만들어내고 있기 때문에 앞으로의 프로그램들이 더욱 궁금하다.

어르신들에게는 아직도 천하장사. 어린 학생들에게는 그냥 시끄러운 아저씨. 돼랑이, 시베리아 수컷호랑이, 박쥐, 강팀장…. 그 무엇이든 간에 웃음을 위해 온몸을 던져왔던 강호동의 신나는 2017, 불타는 예능을 기대해보자.

박상혁 씨제이이앤엠 피디

항상 시민과 함께하겠습니다. 한겨레 구독신청 하기
언론 자유를 위해, 국민의 알 권리를 위해
한겨레 저널리즘을 후원해주세요

광고

광고

광고

문화 많이 보는 기사

‘의인 김재규’ 옆에 섰던 인권변호사의 회고록 1.

‘의인 김재규’ 옆에 섰던 인권변호사의 회고록

‘너의 유토피아’ 정보라 작가의 ‘투쟁’을 질투하다 2.

‘너의 유토피아’ 정보라 작가의 ‘투쟁’을 질투하다

‘여자 둘이 살고 있습니다’, 억대 선인세 영·미에 수출…“이례적” 3.

‘여자 둘이 살고 있습니다’, 억대 선인세 영·미에 수출…“이례적”

노래로 확장한 ‘원영적 사고’…아이브의 거침없는 1위 질주 4.

노래로 확장한 ‘원영적 사고’…아이브의 거침없는 1위 질주

9년 만에 연극 무대 선 김강우 “2시간 하프마라톤 뛰는 느낌” 5.

9년 만에 연극 무대 선 김강우 “2시간 하프마라톤 뛰는 느낌”

한겨레와 친구하기

1/ 2/ 3


서비스 전체보기

전체
정치
사회
전국
경제
국제
문화
스포츠
미래과학
애니멀피플
기후변화&
휴심정
오피니언
만화 | ESC | 한겨레S | 연재 | 이슈 | 함께하는교육 | HERI 이슈 | 서울&
포토
한겨레TV
뉴스서비스
매거진

맨위로
뉴스레터, 올해 가장 잘한 일 구독신청