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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화 영화·애니

‘디 워’의 흥행? 심형래의 흥행?

등록 2007-08-05 16:11수정 2007-08-06 01:22

심형래 감독의 영화 <디-워>의 포스터.
심형래 감독의 영화 <디-워>의 포스터.
‘디 워’의 흥행 성공 놓고 영화계 의견 분분
이송희일 감독, ‘디 워’에 직격탄 날리는 글
심형래 감독의 '디 워'가 1일 개봉한 후 4일 만에 전국 관객 200만 명을 넘어서는 등 흥행 대박을 터뜨리는 가운데 이를 지켜보는 영화계 인사들의 의견이 분분히 엇갈리고 있다.

영화 '디 워'가 '화려한 휴가'와 함께 침체에 빠진 한국영화의 부활을 이끌어내고 있지만 예상을 뛰어넘는 관객의 반응에 당혹스러워하고 있는 분위기가 감지된다. '디 워'는 작년 한국영화 최고 흥행 기록을 경신한 '괴물'의 흥행 추이와 비슷한 곡선을 그리고 있다.

이 같은 흥행에 대해 영화계는 "영화 외적인 요인으로 사회적 현상이 된 것 같다"는 반응이다. 물론 한국영화로는 괄목할 만한 특수효과 기술의 성취도를 보여주고 있지만 '디 워' 영화 자체에 대한 관객의 평가보다는 심형래 감독에 대한 인간적인 지지와 성원에 더 쏠리고 있다는 분석.

◇ 심 감독에 대한 관객들의 지지

'디 워' 개봉 전 심형래 감독의 학력 허위 논란이 일었다. 웬만한 유명인 같은 경우에는 비난이 쏟아질 수도 있는 상황이었으나 심 감독에 대해서는 오히려 대중들이 너른 포용력을 보여줬다. 또한 8년여 동안 자신의 꿈을 이루기 위해 매진한 것에 대해 지지를 보냈다.

영화 흥행의 결정적 계층인 30~40대 남성 관객을 극장에 유인한 요소 역시 영화보다는 심감독 개인에 대한 애정으로 파악된다. 흔히 대박 영화의 경우 30~40대 남성 동원 여부가 관건이다. 각종 예매 사이트에 따르면 자녀와 함께 이 영화를 보려는 30~40대 남성 관객의 점유율이 다른 영화보다 훨씬 높게 나타나고 있다.

4~5일 주말 맥스무비 예매 점유율 분석에 따르면 '디 워'는 52.97%였으며 1인 당 예매량이 2.3매로 가족관객이 많다는 것을 알 수 있다. 더욱이 30~40대 관객의 비중이 70%를 넘어서며 남성이 56%로 우위를 보이는 이례적인 현상을 보인다.

이들은 어린 시절 '영구'로 대표되는 심형래의 코미디 프로그램을 즐겨 보며 심형래 따라하기 경험이 있는 세대다.


심감독이 영화 홍보차 각종 TV 예능 프로그램에 출연해 코미디언으로서 변치않는 기량(?)과 함께 영화를 제작하는 과정에서의 고충에 대해 눈물을 글썽이며 털어놓는 장면이 대중에게 공감을 불러 일으킨 것.

'라디오 스타'를 제작한 영화사 아침의 정승혜 대표는 "현재 '디 워'에 대한 관객의 반응은 영화 자체보다는 심형래 감독에 대한 인간적인 지지로 보인다. 이는 예외적인 현상이며 차후 이런 현상은 쉽게 나타나지 않을 것"이라고 말했다.

◇ 이송희일 감독의 비판과 누리꾼의 지지

심형래 감독.
심형래 감독.
4일 온라인상에서는 이송희일 감독이 '디 워'에 대해 쓴 글이 논란을 불러일으켰다. 작년 저예산영화로는 보기 드물게 관객의 호응을 이끌어낸 퀴어멜로 영화 '후회하지 않아'의 감독인 이송희일 감독은 ''디 워'를 둘러싼 참을 수 없는'이라는 제목의 글을 자신의 카페에 올렸다.

그는 이 글에서 "'디 워'는 영화가 아니다. 70년대 청계천에서 마침내 조립에 성공한 미국 토스터기 모방품에 가깝다"라고 직접적이고 신랄하게 비판을 했다.

이송희일 감독은 "이야기는 엉망인데 현란한 CG면 족하다고 우리의 게임 시대 아이들은 영화와 게임을 혼동하며 애국심을 불태운다. 더 이상 '영화'는 없다. 이 영화가 참 거시기하다는 평론가들 글마다 주렁주렁 매달려 악다구니를 쓰는 애국애족의 벌거숭이 꼬마들을 지켜보는 건 정말 한 여름의 공포다"라며 누리꾼들을 향해서도 일격을 가했다.

이 글이 알려지면서 이송희일 감독의 블로그는 접속자가 폭주해 서버가 다운될 정도였으며, 이송희일 감독을 비난하는 누리꾼들의 글이 인터넷을 휩쓸고 있다.

영화계는 이송희일 감독의 글에 대해 심정적으로 동의하고 있는 분위기다.

영화평론가 전찬일 씨는 "'디 워'에 대해 무작정 인정해줄 건 인정하자고 말하는 건 타협인 것 같다"며 "'디 워'를 둘러싼 상황을 보면 지금까지 볼 수 없었던 고도의 영화 마케팅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그는 "현재 그 영화에 대해서 말하면 누군가를 자극하는 일이고, 이는 영화 자체에 대한 평가를 벗어난 일"이라고 보고 "팩트에 근거해 말을 해도 누리꾼을 비롯한 심형래 감독의 지지자들이 집단으로 공격을 해 와 큰소리로 말을 하지 못하는 상황에서 평소 직선적인 발언을 하는 이송희일 감독이 솔직하게 자신의 심경을 털어놓은 것 같다"고 덧붙였다.

봉준호 감독의 최근 발언도 '디 워'에 대한 비난이었다는 소문이 퍼지면서 누리꾼들이 봉감독에 대해서도 독설을 퍼붓기도 해 최근 현상은 분명 이상기류로 보일 정도다.

그러나 누리꾼들은 한국 영화계에 대해 쓴소리를 한다.

이송희일 감독의 글이 퍼지자 ID iggy2000씨는 "'디 워'가 모든 면에서 뛰어나다고 할 수 없다. 그러나 우리가 인정해 주어야 할 것은 그 장르적인 면과 상업적인 측면에서이지, 이런 식의 매도가 아니다. 이송희일 감독은 아마도 '심형래'라는 사람을 '감독'으로 인정해주지 않는 전제로 글을 쓰고 있는 것 같다"고 비판했다.

또 다른 누리꾼도 "영화는 시나리오 뿐만 아니라 영상과 사운드의 종합 예술임을 잊은 건 아닌지 스스로 자문해보셔야 할 것"이라며 "설마 영상으로 표현되는 영화를 하시는 분이 텍스트만의 문학예술론을 영화에 들이대고 싶지는 않으실 것"이라고 이송희일 감독의 글을 반박했다.

◇ 벙어리 냉가슴 앓는 영화계

영화 '디 워'에 대해서는 할 말이 많지만 영화계를 바라보는 대중들의 비판적인 시선으로 인해 할 말을 못하고 있다는 것으로 요약된다.

일단 '디 워'가 한국영화 관객의 발길을 돌려놓았다는 점이 대다수 영화인들에게는 오히려 고민거리를 안겨준 인상이다. 스토리는 빈약한 채 어마어마한 영상으로만 승부하는 할리우드 블록버스터들이 많은데 '디 워'가 한국영화가 쉽게 도전하지 못한 장르에서 새로운 활로를 모색했다고 평가받을 수 있기 때문이다.

영화 '기담'의 감독인 정가형제는 "어찌됐든 '디 워'가 한국영화에 대한 관심을 다시 불러일으켰다는 것은 반길 일이다. 오랫동안 할리우드 영화에 밀려왔지 않은가. 다양한 방식으로 소통하는 것"이라고 말했다.

한편 싸이더스FNH 김미희 대표는 "영화인들 모두 고생해서 지금 한국 영화의 성과를 거뒀음에도 마치 영화인들이 심형래 감독을 터부시했다는 식으로 비치며, 심감독에 대한 적수의 개념으로 보는 것이 당혹스럽다. 최근 한국영화계에 쏟아진 비판이 고스란히 심감독에 대한 지지로 바뀐 듯한 인상이어서 착잡하다"고 털어놓았다.

정승혜 대표는 "한국영화를 비판할 때는 7천 원이 아깝다고 했던 관객이 심형래 감독에게는 기꺼이 쓸 수 있는 돈이라고 생각하는 것 같다"고 말했다.

김가희 기자 kahee@yna.co.kr (서울=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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