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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화 영화·애니

‘송두율 수난’ 그 불편한 진실…누가 자유로울까

등록 2010-03-18 21:16수정 2010-03-19 10:54

다큐영화 ‘경계도시2’ 홍형숙 감독·박원순 변호사 대담
2003년 재독학자 송두율 교수의 입국을 둘러싼 소용돌이를 기록한 다큐멘터리 영화 <경계도시2>가 최근 개봉됐다.(관련기사) ‘스파이’로 매도됐던 분단 지식인의 수난을 기록한 이 영화는 국가보안법, 냄비언론, 한국의 지식인 등 여러 논란거리를 제공하고 있다. 이 영화를 계기로, 영화를 만든 홍형숙 감독과 박원순 변호사가 대담을 나눴다. 또 송 교수 귀국을 추진했던 소설가 서해성씨가 비판적인 시선으로 이 영화를 보고, 그 느낌을 보내왔다.

송두율 교수 입국 초기 “37년 만의 귀향”이라며 비적대적이던 여론은 그가 북한 노동당에 입당한 사실이 알려지자 급변한다. ‘거칠 것을 거쳐야 한다’는 주변 조언을 받아 그는 사과 회견을 열고 노동당 탈당, 독일 국적 포기 선언을 하게 된다. 국가보안법 위반 혐의로 구속기소된 그에게 1심 법원은 징역 7년을 선고한다. 하지만 항소심과 대법원을 거치면서 혐의 대부분을 벗는다.

박원순(이하 박) 영화관에서 한번쯤 조는데 이 영화는 전혀 졸지 못하게 만들었어요. 대면하고 싶지 않은 우리 사회의 불편한 진실을 대면하게 하더군요. 104분짜리 영화 안에서 우리 사회를 총체적으로 분석하고 선명히 드러내는 정치학적, 사회학적으로 위대한 저작이 아닌가 생각합니다.

홍형숙(이하 홍) 철학자 눈에 비친 대한민국 초상이라는 콘셉트의 3주 정도 제작 일정이었어요. 그게 7년 걸릴 줄은 아무도 몰랐어요. (송 교수의) 주변 사람들 입장이나 태도를 옆에서 지켜보고 기록하는 게 고도의 긴장 상태였던 것 같아요. 촬영 뒤 2년 정도 자기 정리 시간이 필요하더라구요. 저도 내면에 혼란과 격동이 일어났으니까요.

저도 그 영화에서 자유스럽지 않죠. 늘 친구로 함께 일했던 사람들은 바로 제 모습이기도 하니까요.

영화가 불편하신 분들이 계실 거예요. 그때 그 자리(송두율대책위)에 대신 다른 분들이 앉으셨다 한들 얼마나 달랐을까요. 그분들은 당시 많은 사람들 의견을 대변할 수밖에 없었던, 자의 반 타의 반 악역이 아니었을까, 그렇게 이해합니다.

<b>박원순 변호사</b>“보안법 강고한 내면화 보여줘 그때나 지금이나 다르지않아”
박원순 변호사“보안법 강고한 내면화 보여줘 그때나 지금이나 다르지않아”

지금 눈으로 판단할 수는 없죠. 당시 그분들은 그때 고비만 넘기면 송 교수가 안전하게 정착할 수 있을 것이다, 잠깐의 고통을 넘겨버리자고 생각한 게 아니었을까요. 그분이 30년간 지켜온 것보다는 미래적인 관점에서 안착해 잘 살았으면 하는 충정이었을 겁니다. 송 교수도 원칙을 지켰으면 잃는 것이 훨씬 적었을 거라고 판단해요. 당시 권력 상층부와 입국을 주도한 분들 사이에 교감이 있었던 것 같아요. 형식적 조사를 받고 기자회견 한번 하면 끝나는 정도로 말이죠. 당시 사건이 악화된 과정을 보면 정부든 방한 주선자들이든 간에 국가보안법이 한국 사회에 얼마나 강고하게 자리잡고 있는지 몰랐던 거 같아요. 보안법은 단순한 법이 아니라 특정화된 권력을 상징하는 정치사회 구조나 문화나 내면화된 의식들을 상징하죠. 언론 문제도 컸죠?


권력에 유착 또는 종속된 언론 구조가 문제였던 것 같아요. 초반에 보수 세력과 수사 기관이 정치적 필요에 의해 피의 사실을 흘리고 언론은 그대로 받아서 여론을 형성했어요. 객관적 사실에 대한 확인 절차가 훼손돼 있었던 거죠. 짧은 기간 확인되지 않은 사실에 의해 여론 재판이 끝나 버렸습니다. 정작 합리적 이성으로 다툼을 벌이는 재판 과정은 제대로 다뤄지지 않았어요.

이른바 냄비언론이라 하죠. 사건을 팩트를 기반으로 깊이 있고, 분석적으로 다루기보다는 의견성·추측성 기사가 많아요. 송두율 사건만 해도 거의 추측으로 썼다는 거잖아요. 사법부가 보였던 것처럼 깊이 있는 기사를 썼다면 애초부터 무죄가 되어 문제가 크게 되지 않았겠지요. 저는 미국의 징벌적 손해(punitive damage) 제도를 도입해야 된다고 봐요. 고의나 중대한 과실로 잘못한 것은 패가망신시키는 겁니다.

<b>홍현숙 감독</b>“촬영 뒤 혼란과 격동의 시간 ‘송두율=스파이’기억 언론 탓”
홍현숙 감독“촬영 뒤 혼란과 격동의 시간 ‘송두율=스파이’기억 언론 탓”

2008년 4월 대법원에서 송 교수 혐의가 대부분 무죄 판결이 났는데 대부분 단신처리됐어요. 사람들 기억 속에 박힌 ‘송두율=스파이’를 지울 수 없지요. 어떤 근거도 없이 모국을 향해 40년 학문을 닦아온 철학자를 하루아침에 추락시킨 책임은 언론에 있다고 생각해요.

당시 지식인들은 보안법 프레임에 갇혀 있지는 않았어요. ‘보안법을 인정하자, 전향을 강요하자’보다는 ‘어떻게 귀향 정착시킬 수 있을까’가 문제였던 것 같아요. 송 교수가 여론이나 공안 기관의 포로가 된 상황에서 맘놓고 싸울 수 없었을 거예요. 하지만 거쳐야 할 것은 거쳐야 한다며 최악의 선택을 했고 결국엔 구속되면서 명분도 실리도 다 잃었지요. 처음부터 당당하게 싸웠으면 상황은 달라지지 않았을까요?

송 교수의 ‘경계인’이 오해, 왜곡되기도 했어요. 원래는 남북 문제에 국한된 것이 아닙니다. 경계를 선 아닌 면 개념으로 보면 경계인은 양자의 틈을 넓혀 미래지향적 공간으로 확장시킬 수 있다는 거죠.

토인비 얘기처럼 변경은 중요한 역할을 합니다. 창조와 변혁은 가득 찬 중심이 아니라 경계 지대에서 발생합니다. 모두 똑같으면 절망, 쇠락, 후퇴뿐입니다. 대원군이 쇄국 정책과 유교 국가를 강조하면서 조선은 외세 침략으로 산산조각 났습니다. 지금 현실이 그와 비슷한지도 몰라요. 일체 좌파를 분쇄하고 우국충정으로 가득 채우려 하죠.

지금 송 교수 입국이 추진된다면 원활하게 이뤄질까요?

거의 비슷하거나 오히려 더 심하겠지요. 역사에서 가정은 허망하지만 나을 거라는 보장은 없습니다. 당시나 지금이나 우리가 우리 사회를 너무 모릅니다. 전혀 준비되어 있지 않습니다.

진행·정리 임종업 선임기자
blitz@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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