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 바로가기

광고

광고닫기

광고

본문

광고

문화 영화·애니

영화 사상 최악의 악역은 누구?

등록 2013-05-05 18:05수정 2015-05-20 14:57

조원희 감독
조원희 감독
조원희의 영화 그리고 농담
‘영화 사상 최악의 악역은 누구인가?’라는 설문은 여러차례 있었겠지만 ‘미국 영화 연구소’에서 뽑았다면 상당히 권위 있을 것 같다. 어쨌든 거기서 1위를 한 악역이 바로 ‘한니발 렉터 박사’였다. 2위는 앨프리드 히치콕의 <사이코>에 나오는 살인마 노먼 베이츠, 3위쯤 돼야 그 유명한 다스 베이더의 이름이 등장하는 것을 보면 한니발이 얼마나 ‘넘을 수 없는 4차원의 벽’ 너머에 존재하는 악당인지 알 수 있다.

한니발이라는 이름 자체가 식인종이라는 뜻의 ‘카니발’과 각운을 맞춘 것이 이미 살벌하다. 한니발은 두 번이나 만들어진 영화 <레드 드래곤> <한니발> <한니발 라이징> 그리고 그 유명한 <양들의 침묵>을 통해서 악명을 떨친 바 있는 인물이다. 한니발은 전형적인 사이코패스인데 살인을 할 때 심장 박동수가 전혀 증가하지 않으며 세상의 온갖 맛있는 것들과 함께 인체 각 부위를 섭취하는 ‘고귀한’ 취향을 지니고 있다. 뭐든지 1등은 각광받지 않던가. 인간이 상상할 수 있는 최상 한계선쯤에 존재하는 악의 화신이라는 면에서 많은 이들의 사랑을 받고 있는 셈이다.

사실 우리가 ‘한니발’이라고 하면 가장 먼저 떠오르는 배우는 앤서니 홉킨스인데 거의 모든 배우 소개의 첫 줄에 ‘한니발 렉터 박사로 유명한’이라는 수식어가 붙는다. 홉킨스는 사람 좋은 배역도 많이 했음에도 한니발 역의 그림자가 너무 강해서 불쌍하게도 연인으로부터 “무섭다”는 말을 듣고 헤어진 적이 있을 정도다. 소설가 토머스 해리스가 창조한 소설 ‘한니발 시리즈’는 꾸준히 영화로 만들어지다 이번엔 소위 ‘미드’(미국 텔레비전 드라마)로 처음 만들어졌다. 시리즈 중 첫 에피소드인 ‘레드 드래건’의 이전부터 시작하는 한니발 박사의 젊은 시절 이야기라서 당연히 앤서니 홉킨스가 배역을 맡을 순 없었다.

이번에 한니발 역을 맡은 마스 미켈센은 정말 ‘사람 잡아먹게 생긴’ 배우다. 어디서 많이 본 얼굴이라는 생각이 들면 그건 바로 <007 카지노 로얄>에서 제임스 본드의 ‘영 좋지 않은 곳’을 구타하던 바로 그 악당이 기억 속에 남아 있는 것이다. 덴마크 출신의 이 배우는 최근 한국에 개봉한 수작 예술영화에 많이 출연했는데 <더 헌트>는 소녀를 성추행했다는 누명을 쓴 남자가 마을 사람들의 폭력과 대결하는 이야기이고 <로얄 어페어>에서는 전제적 군주제를 개혁하는 왕가의 주치의 역을 맡았다. 그런데 문제는 이제 미드 <한니발>을 보고 나서 그 영화들을 보면 엉뚱한 내용이 예상된다는 거다. <더 헌트>에서는 주인공이 누명을 쓰고 억울해서 마을 사람들을 몰살시킨 후 뇌를 먹을 것 같고 <로얄 어페어>를 보면 심지어 한니발처럼 의사이기도 한 주인공이 귀족들의 ‘고급 뇌’를 즐길 것 같아 불안해진다. 영화는 그래서 극장에 걸리면 부지런히 봐 둬야 한다. 영화감독

이번주부터 영화에 대한 즐겁고 의미있는 이야기를 전해주는 조원희 영화감독의 새 칼럼이 3주마다 연재됩니다.



항상 시민과 함께하겠습니다. 한겨레 구독신청 하기
언론 자유를 위해, 국민의 알 권리를 위해
한겨레 저널리즘을 후원해주세요

광고

광고

광고

문화 많이 보는 기사

‘의인 김재규’ 옆에 섰던 인권변호사의 회고록 1.

‘의인 김재규’ 옆에 섰던 인권변호사의 회고록

‘너의 유토피아’ 정보라 작가의 ‘투쟁’을 질투하다 2.

‘너의 유토피아’ 정보라 작가의 ‘투쟁’을 질투하다

‘여자 둘이 살고 있습니다’, 억대 선인세 영·미에 수출…“이례적” 3.

‘여자 둘이 살고 있습니다’, 억대 선인세 영·미에 수출…“이례적”

노래로 확장한 ‘원영적 사고’…아이브의 거침없는 1위 질주 4.

노래로 확장한 ‘원영적 사고’…아이브의 거침없는 1위 질주

9년 만에 연극 무대 선 김강우 “2시간 하프마라톤 뛰는 느낌” 5.

9년 만에 연극 무대 선 김강우 “2시간 하프마라톤 뛰는 느낌”

한겨레와 친구하기

1/ 2/ 3


서비스 전체보기

전체
정치
사회
전국
경제
국제
문화
스포츠
미래과학
애니멀피플
기후변화&
휴심정
오피니언
만화 | ESC | 한겨레S | 연재 | 이슈 | 함께하는교육 | HERI 이슈 | 서울&
포토
한겨레TV
뉴스서비스
매거진

맨위로
뉴스레터, 올해 가장 잘한 일 구독신청