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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화 영화·애니

[조원희의 영화 그리고 농담] 7년만에 원직 복직

등록 2016-09-05 12:01수정 2016-09-05 19:28

2013년부터 이 지면에 칼럼을 연재하기 시작했으니까 만 3년이 넘었다. 2010년에 데뷔작 <죽이고 싶은>이 극장에 상영된 이후로 장편 상업영화를 만들지 못했었다. 칼럼을 연재하는 동안 감독으로서 ‘농한기’를 지낸 셈이다. 지금 햇수로 7년만에 장편 영화를 찍고 있다. ‘농번기’가 온 것이다.

일반적으로 감독이 1년에 한 편의 상업영화를 만들 수 있다면 그것만으로 풍족하게 먹고 살 수 있다. 2년에 한 편 정도라면 적어도 한국 평균의 경제적 생활은 가능하다. 하지만 한국에 꾸준히 ‘1년에 한 편의 영화를 만드는’ 감독은 지극히 드물다. 2년에 한 편씩 만드는 감독도 찾아보기 힘들다. 말하자면 ‘영화 감독’이라는 단 하나의 직업만으로 생활을 할 수 있는 사람은 대한민국에 몇 없다는 이야기다. 몇 년 전 쯤, ‘전업 감독’의 숫자를 세어 본 적이 있다. 채 다섯 명이 되지 않았던 기억이다. 현재 한국 영화계에서 장편 상업영화로 데뷔한 이후 감독으로 살고 있는 사람들은 대략 1000여명 수준이다. 그중 학교에서 강의를 하지도 않고, 나같이 방송에 출연하거나 매체에 정기적으로 기고하지도 않고, 카페나 치킨집 등 자영업을 하지도 않고, 자신의 제작사를 차려 역시 다른 방식의 자영업을 하고 있지 않은 채로 ‘먹고 살 수 있는’ 감독은 채 다섯 명이 되지 않는다는 말이다. 이렇게 보면 ‘감독’은 직업일 수가 없다. 예전에 시인 김소연이 ‘시인은 직업이 될 수 없다’는 말을 했었다. 비슷한 이유다.

한 영화의 감독을 맡는다는 것은 정말이지 고통스러울 정도로 어려운 일이다. 영화 속에 등장하는 크고 작은 배역의 연기자들은 물론 배경이 될 장소 뿐 아니라 아주 작은 소품 하나하나까지 모두 결정해야 한다. 그리고 그것들이 어떻게 배치되고 운용될 것인지에 대한 판단을 해야 한다. 촬영 기간에는 노동 시간도 비정상적으로 길다. 체력과의 싸움인 동시에 정신적 스트레스 또한 이루말할 수가 없다.

하지만 자신의 창작물이 완성됐을 때의 희열은 그 모든 고통과 스트레스를 한번에 날려 준다. 물론 그 뒤에는 흥행의 성공여부라는 더 큰 스트레스와 고통이 따라오지만 그건 다른 문제다. 촬영의 마지막 커트를 외치는 그 순간, 혹은 파이널 믹싱으로 개봉할 영화의 준비가 끝났을 때, 그 짧은 순간의 만족감을 위해 몇 년의 세월을 보내는 감독이라는 사람들은 어찌 보면 참으로 미련한 인간들일지도 모른다.

그 순간을 더욱 영광스럽게 맞이하기 위해 오랫동안 지켜 왔던 지면에서 떠난다. 아직 제목이 정해지지 않은 새 영화로 내년 봄쯤 찾아뵐 것 같다. 그동안 여러모로 부족한 글을 읽어주신 독자 여러분께 감사를 드린다.

※‘조원희의 영화 그리고 농담’은 이번으로 연재를 끝냅니다. 그간 수고해주신 필자와 사랑해주신 독자들께 감사드립니다.

조원희 영화감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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