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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화 영화·애니

‘부부 공동감독’이 없는 까닭

등록 2013-07-11 19:37수정 2015-05-20 14:59

조원희 영화감독
조원희 영화감독
[문화‘랑’]조원희의 영화 그리고 농담
일반적인 극영화는 한 명의 감독이 현장을 지배하는 것으로 약속돼 있다. 2인 감독이 만드는 영화는 비교적 드문 편이다. 특히 우리나라에서는 아직 2인 감독이 만들어 크게 상업적인 성공을 한 영화가 없었는데, 이번에 <감시자들>이 첫 주 178만명이라는 대단한 흥행 기록을 세웠다. 2인 감독 체제로 첫 영화 <죽이고 싶은>을 만들어 전국 13만명이라는 총 관객수로 마감한 나로선 부러운 일이다.

2인 감독의 대표적인 예는 ‘형제 감독’이다. <노인을 위한 나라는 없다> 외에도 수많은 걸작을 양산한 바 있는 코언 형제가 가장 유명하고, ‘무릎팍 도사’에 첫 외국인 게스트로 출연하기도 했던 워쇼스키 형제-이제는 남매-가 또한 명성을 얻은 바 있다. 예술영화관용 감독들 중에선 벨기에의 다르덴 형제, 이탈리아의 타비아니 형제 등이 있다. 한국에선 <자가당착>의 제한상영가 조치 때문에 투쟁중인 김곡·김선 감독을 만날 수 있다.

이번 <감시자들>의 성공은 2인 감독인 조의석, 김병서가 이름만 봐도 알 수 있듯 형제가 아니라는 점에 주목해야 한다. 대부분의 상업영화 현장에서 촬영은 시간 싸움이다. 배우의 연기가 끝나 감독이 ‘컷’을 외치고 촬영기가 멈췄을 때, 감독이 얼마나 짧은 시간 안에 ‘오케이’를 외치느냐 아니면 ‘다시 갑시다’를 외치느냐에 따라 감독의 능력도 가늠되고 현장의 분위기도 결정되는 경우가 많다. 2인 감독의 경우, 두 사람의 ‘합의’의 시간이 필요한데, 이것은 현장의 분위기를 아주 손쉽게 망칠 수 있는 부분이다. 예전 어느 현장에서 2인 감독이 ‘컷’을 외치고 모니터로 방금 촬영한 화면을 다시 보며 토론을 해 오케이를 결정하는 것이 화제가 된 적 있다.

2인 감독 체제의 승부처는 ‘얼마나 분업화가 잘돼 있는가’인데 형제 감독들은 그 부분에서 경쟁력이 있다. 모든 형제가 그런 것은 아니지만 우애가 깊은 형제들이라면 말하지 않아도 서로 통하는 부분이 많고 짧은 시간 안에 양보를 할 수도 있기 때문이다. 이번 <감시자들>의 감독들은 한 명이 촬영감독을 겸하며 미장센을, 한 명이 연기를 책임지는 분업화가 잘됐기 때문에 성공한 것이다.

때로 두 명의 감독이 동시에 현장에서 연출한 것이 아니라 먼저 한 명이 감독을 하다 촬영 도중 감독이 교체되며 두 명의 감독 크레디트가 오르는 경우도 있는데, 대충 2인 감독으로 오해받기도 한다. 2인 감독이 성공하기 힘든 아주 큰 이유 중 하나는 감독이 둘이라고 해서 개런티도 2인분을 주는 것은 아니기 때문이다. <여고괴담 두 번째 이야기>를 찍은 김태용·민규동 감독도, <천하장사 마돈나>를 찍은 이해영·이해준 감독도 최소한 작품의 만듦새에 있어서는 성공했지만 이후 함께 작업한 적은 없다. 반값 개런티가 아무 영향을 안 줬다고 말할 수 있을지 모르겠다. 그리고 2인 공동 감독 중 부부지간은 지극히 드문데, 결혼 생활을 해 보신 분들이라면 드문 이유를 굳이 설명하지 않아도 잘 알고 계실 줄로 믿는다.

조원희 영화감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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