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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화 영화·애니

12년 흘렀어도…되는 영화는 어떻게든 된다

등록 2013-11-21 20:08수정 2015-05-20 14:53

조원희 영화감독
조원희 영화감독
조원희의 영화 그리고 농담
영화 <친구2>는 개봉 나흘 만에 100만 관객을 돌파하면서 역대 청소년 관람 불가 영화 중 가장 빠른 기간에 100만을 동원한 영화가 됐다. 첫주 관객만 137만명이다. 초반 기세만 봐서는 경이로울 정도의 성적이다. 이 놀라운 흥행은 어떻게 이뤄졌을까.

많은 이들은 <친구>라는 영화의 브랜드를 이야기한다. 분명히 중요한 부분이다. 2001년 영화 <친구>는 전국 800만 관객을 동원해 당시로서는 역대 흥행 1위를 기록했던 작품이다. 단순히 관객만 많이 들었던 것이 아니라 ‘곱씹을 거리가 많은’ 영화로 자리했다. 이후 2009년엔 텔레비전 드라마 <친구, 우리들의 전설>로 다시 한번 우려내기도 했다. 하지만 이 영화가 ‘뜨거운’ 브랜드이기엔 너무 오랜 시간이 지났으며 드라마로 한번 재탕을 하기도 했다는 점에서 그 브랜드가 그리 싱싱하지 않은 것으로 예상하기 쉬웠다.

또한 영화가 개봉된 직후 관객들의 감상평은 일부 만족하는 평가도 있었지만 주로 ‘감동은 없고 잔인함만 있다’, ‘대사를 알아듣기 힘들다’, ‘설정이 억지스럽다’는 평들이 줄을 이었다. 어쨌든 중요한 부분은 ‘전작에 비해 못하다’는 것들이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2주차에도 관객은 꾸준히 들고 있다. 관객들의 ‘혹평’이 그렇게 큰 영향을 주지 않고 있다는 것을 알 수 있다.

영화의 시작이 기획이고 마지막이 마케팅이라고 봤을 때, 이 영화는 투자 기획과 마케팅의 승리라고 볼 수 있다. 이것은 ‘이제 한물간 것으로 보이는 아이템’을 발굴해 기획하고 투자한 이들의 용기인 동시에 ‘전작과의 비교’라는 가혹한 상황에서도 적절한 연령대와 관객층에 마케팅 포인트를 맞춘 마케터들의 감각이 발현된 것이라고 볼 수 있다. 거기에 김우빈이라는 ‘뜨고 있는 배우’까지 포진시킨 것은 화룡점정이라고 볼 수 있다. 또한 이 영화는 ‘특수 업계’의 컬트이기도 하다. 현직 종사자, 전직 종사자, 거기에 그들의 관련 인물이나 연인, 배우자들을 합하면 적지 않은 인구가 이 영화에 ‘직업적 관심’을 지니고 있음을 쉽게 알 수 있다. 때로 이 업계의 종사자들은 영화 개봉 정보를 빨리 얻지 못하는 경우들도 있는데, 이번엔 좀 다른 경로로 이 영화의 존재를 알게 됐을 수도 있다.

영화의 배경과 관련 있는 범죄 조직의 두목이 하필이면 영화 개봉에 맞춰 구속됐다. 그것도 너무나 절묘하게 ‘예고편이 나오는 날’과 거의 겹쳤다. 그날 하루 종일 실시간 검색어는 이 영화의 제목과 그 조직의 이름이었다. ‘되는 영화는 어떻게든 된다’는 무책임한 말이 있는데, 이런 초자연적인 경우가 생기기 때문에 영화계에서는 그 말을 계속 사용할 수밖에 없다.

조원희 영화감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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