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원희의 영화 그리고 농담
영화 <변호인>에 대한 관심과 성원이 뜨겁다. 각종 시사회를 통해 영화를 접한 거의 모든 이들이 이구동성으로 외치는 것은 ‘송강호 연기력의 대폭발’이다. 물론 자신의 연기 인생을 일신시킬 정도로 엄청난 연기를 보여 준 송강호에게 스포트라이트가 모두 가는 것도 당연한 일이지만 이 영화는 수많은 이들의 협익이 있었기 때문에 나온 결과물이라는 사실을 잊어서는 안 될 것이다.
가장 먼저 돋보이는 인물은 ‘고문 경관’ 역을 맡은 곽도원이다. 이미 <범죄와의 전쟁>에서 악독한 검사 역을 맡았던 곽도원은 옛날 같았으면 정말 길거리에서 모르는 사람에게 머리를 얻어맞았을 정도로 미움받을 만한 캐릭터를 훌륭하게 소화했다. 아이돌 그룹 멤버인 연기자 임시완은 ‘아이돌 출신에 대한 선입견’ 따위는 단번에 날려주는 연기력을 선보였다. 이 ‘아름다운 청년 진우’가 고문을 당해 정신이 나가버리는 장면은 보는 이들의 피를 끓게 만들었다.
어떤 영화에서도 독특한 감초 역할을 하는 오달수는 자신의 임무를 완벽하게 수행했고 ‘문양’으로 불리는 비서 역의 차은재 또한 ‘송우석 변호사’가 처한 상황에 대한 명민한 리액션으로 존재감을 보여줬다. 스크린에서 자주 볼 수는 없었지만 오랜 경력의 연기자 이항나는 송우석 변호사의 아내 역으로 방점을 찍었다. 행복한 소시민에서 권력자의 협박과 탄압을 견뎌내는 이로 성장하는 송우석은 그 아내 캐릭터가 없었다면 존재하지 못했을지도 모른다.
그밖에도 진우의 어머니 역의 김영애, 송우석의 선배 변호사 역의 정원중, 무능한 판사 역을 맡은 송영창, 어용 검사 역의 조민기 등도 호명이 꼭 필요한 이 영화의 조력자들이다. 심지어 영화에서 그저 배경으로 스쳐 지날 수도 있는 보조 출연자들의 연기 또한 놀라웠다. 네번에 이르는 법정 장면에서 객석에 앉아 있는 연기자들은 주인공들의 대사 한마디에 울고 웃으며 반응했다. 수십명에 이르는 연기자들과 일대일로 어떤 표정과 어떤 반응을 보일 것인가를 연출한 이들은 양우석 감독을 위시한 네명의 연출부였다. 영화의 백미인 법정 장면에서 ‘카메라에 걸리지 않을 수 있는 곳’까지도 섬세하게 꾸민 수많은 이들의 조력이 있었기 때문에 이런 결과물이 나올 수 있었다.
아무리 뛰어난 연기와 감동이 존재하는 영화일지라도 ‘관객을 극장으로 인도하는 단계’에서 실패하면 아쉬운 실패를 하는 경우도 있다. 그러나 <변호인>은 영화 자체와 아무 관계없는 이들도 그 역할을 하고 있다. <변호인>을 주목하게 만드는 최고의 일등공신은 지금 현재의 대한민국 정부임에 틀림없다. 그렇다면 영화 <변호인>은 과연 대한민국의 시민들에게 어떤 조력을 선사할 것인가. 영화 속에서 송우석이 그렇게도 맛있게 먹던 돼지국밥의 전국적인 유행, 그 이상의 뭔가가 분명히 있을 것이다.
영화감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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