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원희 영화감독
[문화‘랑’] 조원희의 영화 그리고 농담
지난해 칸영화제에서 심사위원대상을 차지한 영화 <인사이드 르윈>의 한국 개봉을 앞두고 여러 가지 화제가 집중되고 있다. 수백명의 영화 관계자들이 ‘올해의 영화’로 이 영화를 선정했다거나 저스틴 팀버레이크, 케리 멀리건 등의 스타들이 출연한다는 등의 이야기들이다. 영화광들 사이에서는 스타 감독인 코언 형제의 영화라는 점에서 역시 열성 감상자들의 호기심을 자극하고 있다. 도대체 어떤 영화이기에 이렇게들 열광하는 것일까.
<인사이드 르윈>의 중요한 소재는 포크라는 음악 장르다. ‘포크’라는 말을 들으면 우리는 김민기, 양희은, 송창식, 정태춘 등의 이름을 ‘통기타 한 대’의 이미지와 동반해 떠올린다. 미국의 유명 포크싱어라면 우디 거스리로부터 밥 딜런이나 조니 미첼 등이 유명하다. ‘통기타 한 대’를 들고 시인처럼 노래하는 이 장르는 사실 미국 백인들의 ‘민요’가 근원이다. 영국이나 아일랜드에서 이민한 미국의 선조들이 부른 노래들로부터 그 뿌리를 찾을 수 있다. 말하자면 미국의 ‘전통음악’인 셈이다.
우리는 ‘전통음악인이 방랑하며 고생하는 영화’를 알고 있다. 바로 1993년 작 임권택 감독의 <서편제>다. 단도직입적으로 말하자면 <인사이드 르윈>은 미국의 <서편제> 같은 영화다. 이쯤 되면 그 대단한 찬사들이 왜 등장했는지 알 수 있을 것이다.
물론 그 세세한 내용이나 태도는 전혀 다르지만 미국의 영화 관계자들에게 이 영화가 어떤 정서로 다가왔는지를 설명할 수 있게 하는 단서는 된다.
주인공 르윈 역을 맡은 오스카 아이작이 원래 뮤지션이었다는 사실 역시 중요한 공통점이다. 많은 이들이 이 연기자를 ‘줄리아드 음대 출신’이라고 표현하는데 그것은 사실과 다르다. 줄리아드 스쿨의 드라마 학과를 졸업했다. 하지만 음악에도 깊은 재능이 있어 2011년 작 <서커 펀치>에서는 글램록의 고전 ‘러브 이즈 더 드러그’(Love is the drug)를 직접 노래하기도 했다. 음악 영화에 실연자가 출연한다는 것이 얼마나 중요한 부분인지를 우리는 <서편제>의 오정해로부터 이미 배운 바 있다. 영화 속에서 ‘르윈 데이비스’가 포크송을 노래하는 몇 번의 장면은 이 영화의 압권이다. <서편제>에서 오정해의 소리가 그랬듯이.
<서편제>는 장기 상영 끝에 서울 관객 100만이라는 신화를 달성했었다. 이제 ‘와이드 릴리스’가 일상화된 지금의 현실에서 <인사이드 르윈>과 같은 영화는 장기 상영을 필요로 하는 작품이다. 적은 수의 극장으로도 오랫동안 상영해 성공을 거두는 영화가 될 것이다. 돌이켜 생각해 보면 지난해 부산국제영화제에서는 이 영화도 상영했고, 임권택 감독 회고전에서 <서편제>도 상영했다. 영화제의 프로그래머들은 과연 나와 같은 생각을 했던 것일까.
조원희 영화감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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