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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화 영화·애니

‘개싸가리 났다’…관객 입소문으로

등록 2014-06-12 19:14수정 2015-05-20 14:53

조원희의 영화 그리고 농담
‘개싸가리’라는 말이 있다. 욕설이 아니다. 영화계에서 쓰는 은어다, ‘날이 갈수록 관객수가 증가하는 현상’ 혹은 ‘시간이 지나도 관객수가 줄어들지 않는 상황’을 뜻하는 말이다. 잘못 사용하면 말버릇이 고약한 사람으로 오해받을 수도 있는 이 용어의 어원은 일본어 ‘게쓰아가리’에서 온 것이라는 속설이 있는데 중요한 사실, 그런 일본말은 없다. 한마디로 그 태생부터가 미스터리인 ‘개싸가리’는 ‘개싸가리가 났다’는 식의 용례로 사용되는데 지금 극장가에서 가장 주목받고 있는 한국 영화인 <끝까지 간다>가 바로 그런 상황을 맞이하고 있다.

5월29일 개봉한 <끝까지 간다>는 극장 전산망 박스 오피스 2위를 줄곧 지켜오고 있다. 그동안 1위가 블록버스터 <엑스맨: 데이즈 오브 퓨처 패스트>에서 <엣지 오브 투모로우>로 배턴 터치를 했지만 꾸준히 2위를 지키고 있는 것이다. <끝까지 간다>는 예상 밖의 유머, 이선균과 조진웅의 몰입도 높은 연기, 그리고 시종일관 관객을 들었다 놨다 하는 역도풍의 스토리라인까지 모든 것이 ‘입소문’을 타고 흥행했다. ‘개싸가리’ 현상을 위해서는 여러 조건이 필요하지만 그중 가장 중요한 것이 바로 관객들이 스스로 만들어내는 여론 조성이다. ‘재미있다는 소문’보다 더 좋은 마케팅은 없다.

현재와 같은 와이드 릴리스 방식이 아닌 단관 장기 상영의 시대에는 얼핏 그런 영화들이 많았을 것 같지만 오히려 많지 않았다. 개봉일에 관객이 집중되는 현상은 지금과 같았지만, 상영기간이 늘어나기 위해서는 관객들의 입소문이 더욱 중요했다. 인터넷도 스마트폰도 없던 시절, 관객들의 입소문은 아주 천천히, 그리고 다양하게 퍼져나갔다. 스타가 없기 때문에, 마케팅 비용을 많이 쓰지 못했기 때문에 조용히 개봉했던 양질의 영화가 역전의 기회를 얻을 수 있는 일이 그리 많지는 않았다.

조원희 영화감독
조원희 영화감독
하지만 지금의 관객 여론은 매우 기민하고 냉정하게 조성된다. 영화의 개봉 당일 스코어로 최종 스코어를 예상하는 것은 어렵지 않은 일이 됐다. 그렇게 망할 영화는 초스피드로 망하고, 될 영화는 역시 빠르게 상승세를 탄다. ‘개싸가리 영화’가 1년에 두세편 이상 나오는 것을 보면 어떤 면에서 이 민첩한 여론 조성이 ‘영화의 숨겨진 가치’를 알아볼 수 있게 하는 긍정적 측면을 가지고 있는 셈이다.

한국 영화계에는 ‘영화가 제목대로 된다’는 미신도 있다. 지난주 개봉한 <우는 남자>가 슬픈 성적을 올리고 있는 동안 <끝까지 간다>는 정말 끝까지 갈 기세로 달려가고 있다. 2010년 개봉했던 내 영화의 제목은 <죽이고 싶은>이었다. 그렇게 나는 ‘죽이고 싶은 감독’이 됐다.

조원희 영화감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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