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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화 영화·애니

다스베이더 못잖은 악역 강동원의 매력

등록 2014-07-24 19:14수정 2015-05-20 14:53

조원희의 영화 그리고 농담
군도: 민란의 시대
23일 개봉한 <군도: 민란의 시대>는 한마디로 ‘새로운 시도의 장’이다. 조선 철종 시기로 연대를 규정했음에도 그 시대에 그리 얽매이지 않은 무예와 각종 장비들이 등장하는 ‘스파게티 웨스턴 스타일’의 사극이라는 면에서 좀처럼 찾아보기 쉽지 않은 기획이다. 일단 감독 윤종빈부터 새로운 시도를 감행했다.

지난 세 편의 장편영화에서 윤종빈은 ‘자신이 직접, 혹은 간접적으로 체험한 배경’에 대한 이야기를 해 왔다. 첫 장편영화 <용서받지 못한 자>에서는 그 자신이 복무했던 군대를 배경으로 했다. <비스티 보이즈>에서는 본인이 직접 유흥업소 웨이터로 ‘잠입 취재’를 하며 그 무대를 체험했다. 또한 그의 출세작인 <범죄와의 전쟁: 나쁜 놈들 전성시대>는 경찰 간부였던 그의 선친을 떠올리며 만든 작품이기도 하다. 그렇게도 ‘자신의 체험’을 영화화했던 윤종빈은 사극이며 또한 서부극인 <군도: 민란의 시대>를 통해 철저하게 상상 속의 이야기를 펼친다. 또한 이전까지 각본을 직접 집필했던 것에 비해 이번에는 원안만 제공하고 전문 작가의 시나리오를 ‘받는’ 작법을 시도했다. 윤종빈 감독은 ‘안 가본 길’을 가보기로 작정한 셈이다.

타란티노풍의 호방한 양식, 적재적소에 배치된 코미디 등 비범한 만듦새가 돋보이는 영화이지만 영화를 관람한 많은 이들이 이구동성으로 외치는 것은 악당 조윤 역을 연기한 강동원의 매력이었다.

<군도: 민란의 시대>는 하정우, 이성민, 마동석, 이경영, 조진웅 등 걸출한 주연급 배우들이 대거 포진해 근사한 연기를 보여준 호화 캐스팅 영화이지만 영화의 포커스는 악역인 강동원에 맞춰져 있었다. 흥미진진하게 풀어낸 인물의 전기적 스토리텔링으로부터 관객들의 눈을 정화하는 ‘서비스 샷’에 이르기까지 모든 것이 전략적으로 그의 매력을 강조하고 있다. 어떤 관객들은 이 낯선 스타일의 영화에 동의하지 않을 수도 있겠지만, 강동원의 마력에 가까운 매력으로부터 빠져나가기는 쉽지 않을 것이다. 이런 전략은 배트맨 시리즈의 조커, 스타워즈 시리즈의 다스 베이더 등의 ‘주인공보다 더 인기있는 악역’을 내세우는 것인데, 한국 영화에서는 아주 가끔 시도되는 일이다. 연기 귀신 하정우는 그런 영화의 매력포인트를 이미 캐치해 스스로를 다소 낮추는 방법으로 영화 전체의 완성도에 기여하는 명민함을 보여줬다.

하지만 조선시대에도 ‘하정우 먹방’은 계속된다. 자르지도 않은 대파를 손에 들고 뜯어먹다니. 누구보다 하정우의 매력을 일찍 발견했고 오래 함께해 왔던 윤종빈 감독의 센스가 있었기에 가능했던 부분이다.

조원희 영화감독
조원희 영화감독
<군도: 민란의 시대>는 현시대에 대한 정치적 알레고리 역시 지니고 있다. 특히 조윤 캐릭터는 환경을 파괴하는 개발을 감행하고 가난한 자들을 착취하며 부자들을 배불리는 인물이라는 면에서 누군가가 쉽게 떠오르는데, 그렇게까지 잘생긴 배우를 캐스팅해 주다니, 해당 인물은 기분이 참 좋겠다.

조원희 영화감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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