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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화 영화·애니

‘비정상회담’ 능가하는 ‘컬러풀한 가족’

등록 2014-10-21 19:09수정 2015-05-20 14:16

조원희 영화감독
조원희 영화감독
조원희의 영화 그리고 농담
한국은 다문화 사회를 넘어서 다인종 사회를 바라보고 있지만 아직도 인종 차별의 벽은 높다. 특히 여전히 ‘유색인종’이라는 명칭으로 불리는 비 백인 일족들에 대한 벽을 실감할 수 있을 때가 많다. 영미권으로 유학을 떠나는 자녀에게 부모가 “다른 건 모르겠는데 흑인 사위만 안 데리고 오면 좋겠다”는 말을 농담 반 진담 반으로 하는 것이 전혀 낯설지 않은 일이다. 피부색과 문화적 차이를 이유로 사람을 차별하는 것이 정치적으로 올바르지 않은 일이라는 사실을 인식하고 있는 이들이 많지만, 마음을 열어 다른 인종들을 전혀 차별하지 않는 사람들은 많지 않다. 그렇다면 똘레랑스, 관용의 사회라고 불리는 프랑스는 어떨까. 지난주 개봉한 영화 <컬러풀 웨딩즈>를 보면 우리와 그렇게 큰 차이를 보이는 것 같지는 않다.

프랑스의 어느 시골, 부유하게 살고 있는 클로드 부부에게는 네 딸이 있다. 그런데 대도시인 파리로 나가 살고 있는 딸들이 첫째는 아랍인 사위를, 둘째는 유대인을, 셋째는 중국인을 데리고 온다. 독실한 가톨릭 신자로 순수한 프랑스 혈통인 클로드 부부는 아연실색하지만 어쩔 수 없이 모두 사위로 받아들인다. 하나 남은 막내 딸만은 프랑스인 사위와 결혼했으면 해 ‘소개팅’까지 시켜 주지만 부부의 뜻은 이뤄지지 않는다. 막내가 알제리 출신의 아프리카인과 결혼하겠다고 하면서 남편 클로드씨는 대폭발을 일으킨다. 설상가상으로 사윗감의 아버지는 식민 지배의 기억 때문에 프랑스를 매우 싫어하는 전형적인 알제리 사람이다. 똘레랑스의 나라에서 벌어지는 인종 갈등이 이 영화의 가장 중요한 정서다.

우리는 <비정상회담>과 같은 프로그램을 보면서 이제 우리나라도 단일민족의 프레임에서 벗어나 다양한 외국 문화를 넓은 마음으로 받아들일 수 있을 것 같은 생각을 하지만 실상 개개인의 가정에서 직접 이런 문제를 겪게 된다면 입장이 바뀔 수밖에 없을 것 같다. 특히 <비정상회담>은 미국과 유럽의 백인들이 주류를 이루고 있다. 물론 피부색이 백인이나 우리와 다른 인종들에 대해 열린 마음을 가지기란 쉽지 않은 일임을, 옳지는 않지만 이해는 할 수 있다. 이 영화는 <비정상회담>보다 훨씬 깊은 곳을 건드린다.

하지만 영리한 이 영화의 제작진은 그렇게도 민감하고 보통 사람들이 생각하고 싶어하지 않는 이야기를 요절복통할 정도로 코믹하게 처리한다. 영화의 전반부는 전형적인 인종 차별 코미디처럼 시작되지만 마무리는 웃고 떠들었던 자신을 돌아보고 기분 나쁘지 않게 가벼운 반성을 하게 만든다. ‘만약 경북 청도에서 네 딸을 둔 아버지가 파키스탄인, 인도인, 멕시코인, 그리고 아프리카인 사위를 연쇄적으로 맞이하게 된다면?’ 우리의 현실과 충분히 비교해볼만한 가치가 있는 이야기다. 이 영화는 상당히 계몽적이다. 그러나 가장 효과적인 계몽은 오락을 동반할 때라는 것을 이 영화는 적확하게 제시하고 있다.

조원희 영화감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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