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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화 영화·애니

5년만에 핀 민들레

등록 2014-12-09 19:04수정 2015-05-20 14:14

조원희의 영화 그리고 농담
님아 그 강을 건너지 마오
<님아, 그 강을 건너지 마오>의 흥행 기세가 놀랍다. 개봉 첫 날 186개의 상영관에서 시작한 이 다큐멘터리 영화는 최근 관객 27만명 돌파, 예매율 3위를 기록하며 상영관을 계속 늘려가고 있다. 다큐멘터리 영화가 관객 2만명을 돌파하는 것도 어려운 현실 속에서 대단한 강세다. 더욱 중요한 것은 이제 막 입소문이 나기 시작했다는 점이다. 조심스럽게 역대 한국 다큐멘터리 사상 최대 기록을 세운 <워낭소리>의 296만 관객에 접근할 것 같다는 예상까지 하게 될 정도다.

<워낭소리>의 기시감은 이 영화의 주인공들이 98세 할아버지와 89세 할머니라는 점에서 더욱 짙어진다. 76년째 금슬 좋게 함께 살고 있는 노부부의 생활과 이별의 준비가 펼쳐지는 이 다큐멘터리는 오랜만에 관객들의 ‘만장일치’에 가까운 칭송을 얻어내고 있다. 어느 포털 사이트의 역대 영화 별점 평가에서는 부동의 1위를 차지하고 있던 <쇼생크 탈출>을 밀어내고 1위로 올라섰다. 열광의 정도 또한 대단하다. 이 영화 평에 ‘황혼 이혼’을 갖다 댄 평론가는 그 의도가 ‘황혼 이혼을 생각하는 사람들은 이 영화를 보고 다시 한 번 생각해 보라’는 것이었음에도 불구하고 불경스럽다는 이유로 ‘가루가 되도록 까이고’ 있다.

사실 2009년 <워낭소리>가 개봉하고 믿을 수 없을 만큼의 기록을 세웠을 때, 많은 이들은 ‘제2의 워낭소리가 나오기 위해서 한국 영화계에 필요한 것은 무엇인가’에 대한 많은 담론을 교환했었다. 하지만 결론은 언제나 빈약한 독립영화계에 대한 관심과 지원, 혹은 다큐멘터리 등 ‘비 극영화’에 대한 투자와 주목이라는 당연한 만큼 하나마나한 소리들만이 울려 퍼졌을 뿐이다. 그 이후 한국의 숨은 다큐멘터리스트들은 결코 변하지 않은 환경 속에서 오로지 ‘언젠가 좋은 작품을 다시 만들면 관객들이 호응할 것이다’라는 희망만을 가지고 묵묵히 작업해 왔다. 좋은 작품의 기준이 물론 흥행 성적으로 좌우되는 것은 아니겠지만 어쨌든 극장용 다큐멘터리도 ‘상업 예술’인 바, <워낭소리>는 하나의 상징적인 목표와 포부로 작용했던 것이 사실이다. 대부분의 투자자들은 선례 없이 움직이지 않는다. 그들에게 좋은 선례가 있었던 만큼 한국의 다큐멘터리는 이전보다 많이 만들어지고 있다. 또한 <님아, 그 강을 건너지 마오>가 하나의 새로운 선례가 되면서 그동안 ‘반짝 히트 이후 소외된 시장’처럼 보였던 한국 다큐멘터리의 시장은 활로를 찾게 됐다. <명량>의 대 히트 이후 주춤하고 있는 것처럼 보이는 한국 극영화들 사이에 피어난 민들레라고나 할까. 세상에 감동의 씨앗을 흩뿌리며 한국 영화계의 새로운 토양을 만들어내고 있다.

조원희 영화감독

[잉여싸롱]‘카트’, ‘거인’, ‘님아’... 강추 한국영화 3인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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