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원희의 영화 그리고 농담
개를 훔치는 완벽한 방법, 더 테너
개를 훔치는 완벽한 방법, 더 테너
지난해 12월22일 공정거래위원회의 심의 결과를 기초로 문화체육관광부는 ‘공정위 영화산업 불공정행위 결정 관련 후속조치’를 발표했다. 극장 체인과 영화 배급업, 그리고 영화 제작업까지도 겸하고 있는 ‘수직계열화 영화 대기업’이 자사 제작 영화와 계열 배급사의 영화들을 자사 극장을 통해 개봉하면서 차별 대우한 것에 대해 과징금을 물린 것이다. 하지만 그 과징금이 부당이익에 비해 보잘 것 없는 금액이라는 사실이 영화 전문지를 통해 알려진 바 있다. 그래서일까, 꽤나 잘 만들어졌고, 또 특정 계층의 관객들이 찾아보려 애쓸 뿐만아니라 관람 뒤 만족도 역시 높은 한국영화 두 작품이 대기업 극장 체인에 의해 ‘버림받은’ 현상은 새해에도 계속되고 있다.
바바라 오코너의 이색 성장 소설을 영화화한 <개를 훔치는 완벽한 방법>과 실존 인물인 테너 배재철의 절망과 재기를 영상화한 <더 테너:리리코 스핀토>가 바로 그 작품들이다. <개를 훔치는 완벽한 방법>은 아빠의 사업 실패로 집을 잃은 한 소녀가 개를 훔친다는 기상천외한 방법으로 행복을 되찾기 위해 애쓰는 모습을 코믹하면서도 감동적으로 그린 작품이다. 타깃 관객층이 어린이일 것 같은 분위기이지만 어른들도 함께 공명할 수 있는 이야기로 채워져 있다. 김혜자, 강혜정 등 뛰어난 연기로 정평이 나 있는 연기자들은 물론 아역 배우들의 연기마저 뛰어난 앙상블을 이룬다. 개봉 후의 관객 평점 역시 매우 높다. 하지만 첫 주말의 스크린 수는 200개관을 넘지 못하고 있다. 1위로 승승장구하고 있는 <국제시장>이 천개의 스크린을 돌파한 것을 보면 암담한 수준이다.
<더 테너:리리코 스핀토>의 경우는 ‘기회가 주어지지 않았다’는 면에서 더욱 안타깝다. 세계적인 천재 오페라 가수로 승승장구하던 배재철(유지태 분)이 갑작스러운 갑상선암으로 목소리를 잃고, 재기를 위해 발버둥치는 모습이 처연하면서도 감동적으로 그려진 이 작품은 특히 클래식 음악 팬들과 종교인들로부터 큰 박수를 받고 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힘 없는 배급사’에 의해 배급된 이 영화는 개봉 첫 주말 177개의 상영관을 확보했을 뿐이다.
많은 이들이 <님아 그 강을 건너지 마오>의 예를 들며 ‘관객이 감동하면 결국 시장에 의해 제대로 평가를 받게 된다’는 반론을 던지기도 한다. 당연히 <님아 그 강을 건너지 마오>의 대성공은 관객들의 입소문에 의한 것이었다. 하지만 우리는 이것이 지난 10여년간 단 두 번밖에 없었던 일이며 이번 경우는 예의 ‘수직 계열화 영화 대기업’이 배급한 영화라는 사실을 염두에 둬야만 한다. 에스엔에스의 시대, 관객들이 얻은 감동을 공유할 방법은 많다. 하지만 안타깝게도 그것을 뒷받침할 ‘배급의 힘’이 없이 숨어있는 좋은 작품이 제대로 평가를 받을 수 있는 방법은 없다. 지난해, 한국 영화계는 몇 편의 거대한 히트작으로 양적인 성장을 한 것처럼 보인다. 그러나 실상은 ‘빈익빈 부익부’의 양극화가 더욱 심해졌을 뿐이다. 영화계 역시 지당하게도 이 나라 경제의 일부라는 점에서 어쩔 수 없는 것일까.
조원희 영화감독
조원희 영화감독
항상 시민과 함께하겠습니다. 한겨레 구독신청 하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