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 바로가기

광고

광고닫기

광고

본문

광고

문화 영화·애니

연기자는 입다물고 분칠만 하라?

등록 2015-02-24 19:44수정 2015-05-20 14:13

조원희의 영화 그리고 농담
지난 2월23일 연기자 김의성의 광화문 1인 시위가 일단 막을 내렸다. 쌍용자동차 부당 해고 노동자들과 그 가족들을 응원하는 릴레이 시위였다. 김의성의 시위는 지난해 12월15일부터 시작됐다. 생업 때문에 일단 중단하지만 때가 오면 다시 시작하겠다고 한다. 이 시위는 크지 않지만 넓은 파장을 그리는 데 성공했다. 촬영 등의 일정 때문에 그가 자리를 비우면 그 자리는 만화가 강도하를 비롯한 그의 지인들, 혹은 전혀 친분이 없는 시민들의 자발적 참여로 채워졌다. 이런 행동이 언론을 통해 알려지면서 ‘쌍용차 부당 해고 사태’에 대한 인식이 확장됐다. 가수 이효리를 비롯한 많은 이들이 다시 한 번 부당 해고자 복직을 위해 굴뚝 위에 올라간 두 노동자 이창근과 김정욱의 이름을 기억하고, 또 직접, 혹은 간접적으로 응원하게 됐다.

때로 대중들은 정치적, 사회적 이슈에 대해 발언하거나 행동하는 연기자들에게 곱지 않은 시선을 보내기도 한다. 예로부터 ‘학생은 공부나 하고 연예인은 얼굴에 분칠이나 하라’는 식의 훈계가 날아다니곤 하는 사회가 바로 이 나라다. 정치적 발언을 할 사람과 안 할 사람이 따로 있다고 생각하는 것 자체가 하나의 거대한 차별적 이념이다.

연기자들의 정치적 사회적 입장 표명과 행동은 이곳에서만 발견할 수 있는 것이 아니다. 우연하게도 김의성이 ‘광화문 1인 시위 시즌 1’을 끝내던 그 날, 미국 로스앤젤레스에서 열린 아카데미 시상식에서 여우조연상을 수상한 퍼트리샤 아켓은 “우리는 모든 사람의 평등한 권리를 위해 싸워왔다. 평등은 모든 이들에게 부여해야 한다. 특히 여성들에게”라는 외침으로 소감을 대신했다. <보이후드>에서 강인한 어머니를 연기해 상을 받은 그가 양성평등과 동일임금이라는 사회적 이슈를 ‘전 세계에서 가장 많은 시청자들이 지켜보는 시상식’에서 던진 것이다. <킹스맨>으로 한국 박스오피스를 흔들고 있는 콜린 퍼스 역시 오래 전부터 정치적, 사회적 이슈에 대한 발언과 행동을 멈추지 않고 있다. 브라질의 불법 벌목에 반대했던 그는 브라질의 원주민인 아와족의 생존을 지지하는 성명서를 브라질 법무장관에게 보내는 운동을 벌이기도 했다. 이란 여성들이 투석형을 받는 것에 반대하는 구명운동이나 강제 소환당할 처지에 빠진 콩고 난민의 구호 운동에 힘쓰기도 한 것 역시 자명한 사실이다.

조원희 영화감독
조원희 영화감독
솔직히 나는 정치적인 발언이나 사회적인 이슈에 대한 고민을 전혀 하고 싶어하지 않는 성격이다. 하지만 근로소득자의 기준경비율로 장난을 쳐 저소득자의 세금 부담을 높이고, 정치적 이유로 아시아 최고의 영화제를 흔드는 선출직 공무원이 있는 이 땅에서 그런 발언이나 고민으로부터 분리되는 것은 불가능한 상황이다.‘정치적 발언을 하지 않기 위해 정치적 발언을 할 수밖에 없는 상황’은 매우 피곤하고 이율배반적인 지경이 아닐 수 없다.

조원희 영화감독



항상 시민과 함께하겠습니다. 한겨레 구독신청 하기
언론 자유를 위해, 국민의 알 권리를 위해
한겨레 저널리즘을 후원해주세요

광고

광고

광고

문화 많이 보는 기사

‘의인 김재규’ 옆에 섰던 인권변호사의 회고록 1.

‘의인 김재규’ 옆에 섰던 인권변호사의 회고록

‘너의 유토피아’ 정보라 작가의 ‘투쟁’을 질투하다 2.

‘너의 유토피아’ 정보라 작가의 ‘투쟁’을 질투하다

‘여자 둘이 살고 있습니다’, 억대 선인세 영·미에 수출…“이례적” 3.

‘여자 둘이 살고 있습니다’, 억대 선인세 영·미에 수출…“이례적”

노래로 확장한 ‘원영적 사고’…아이브의 거침없는 1위 질주 4.

노래로 확장한 ‘원영적 사고’…아이브의 거침없는 1위 질주

9년 만에 연극 무대 선 김강우 “2시간 하프마라톤 뛰는 느낌” 5.

9년 만에 연극 무대 선 김강우 “2시간 하프마라톤 뛰는 느낌”

한겨레와 친구하기

1/ 2/ 3


서비스 전체보기

전체
정치
사회
전국
경제
국제
문화
스포츠
미래과학
애니멀피플
기후변화&
휴심정
오피니언
만화 | ESC | 한겨레S | 연재 | 이슈 | 함께하는교육 | HERI 이슈 | 서울&
포토
한겨레TV
뉴스서비스
매거진

맨위로
뉴스레터, 올해 가장 잘한 일 구독신청