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원희의 영화 그리고 농담
지난 주말은 온통 <어벤져스 : 에이지 오브 울트론>이 화제였다. ‘마블 시네마틱 유니버스’라는 프랜차이즈의 일부로 봤을 때 이 영화의 스토리는 분명히 ‘완결’되지 않았다. 그리고 엔드 크레딧이 올라가다 다음 시리즈에 등장할 거대한 슈퍼 빌런의 존재를 쿠키 영상으로 보여주기도 한다. 물리적으로 이어지는 다음 이야기는 <어벤져스>의 다음 편이 아니라 <캡틴 아메리카 : 시빌 워>가 될 것이다. 어떻게 보면 이것은 ‘텔레비젼 연속극’, 그리고 스핀오프 시리즈의 형태를 복합한 느낌의 새로운 시리즈 진행 방법이다. 영화가 한 편으로 끝나지 않고 시리즈로 계속되는 데는 두 가지 경향이 있었다. <쏘우> 등 일련의 호러 영화 시리즈처럼 비슷한 패턴의 플롯이 반복되는 것, 그리고 <반지의 제왕> 시리즈처럼 한 편의 거대한 서사를 나눠서 제공하는 것. <어벤져스> 시리즈는 그 두 가지 어느 곳에도 속하지 않아 새롭다.
1990년대까지만 해도 한 편의 영화 서사가 ‘완벽한’ 마무리를 하지 않는 것은 일종의 금기사항이었다. 1985년작 <백 투 더 퓨쳐>의 마지막 장면, ‘끝’이라는 자막 대신 등장한 ‘다음 편에 계속’이라는 자막은 하나의 혁명과도 같았다. 하지만 <백 투 더 퓨쳐>는 연결되는 스토리일 뿐만 아니라 독자적인 한편의 플롯 역시 온전하게 갖추고 있었기 때문에 관객들의 당혹감은 덜했다. 21세기 들어 ‘한 편의 긴 서사로 만들어질 수 있는 작품’을 ‘파트 원과 파트 투’의 형식으로 잘라낸 영화들이 나오기 시작했다. <해리 포터>, <트와일라잇>, 그리고 <헝거 게임> 등의 시리즈 마지막 편이 두 개로 나뉘었다. 솔직히 관객들은 당혹감을 감출 수 없었다. 프랜차이즈 시리즈의 최종장을 둘로 나누는 것은 사실상 열혈 팬들에 대한 인질극일 수도 있다. 또는 시리즈가 그대로 끝나는 것을 아쉬워 하는 팬들에 대한 서비스라고 긍정적인 해석을 할 수도 있다. 하지만 거의 모든 3부작 시리즈들이 마지막 편을 두 편으로 늘리고 있는 것을 보면 이것은 하나의 새로운 마케팅 기술이라는 생각밖에 들지 않음에도 불구하고 관객들은 이미 익숙해졌고 또 인정하고 있다. 1959년작 <벤허>를 지금 만들었으면 분명히 두 편 이상으로 제작했을 것이다.
마블 영화들은 물론 억지로 늘린 프랜차이즈 시리즈의 종장과는 다른 경우다. 원작의 세계관이 워낙 방대하고 그 변주도 다양하기 때문에 어떻게 한 편을 끝내야 하느냐에 대한 무한대에 가까운 선택지가 있을 수 있다. 프랜차이즈 시리즈의 마지막 편 늘리기, 혹은 마블 영화같은 복잡한 선형 플롯의 군집체 등은 이제 우리가 영화를 시학에 나온 비극의 정의처럼 ‘일정한 길이를 지닌 완결된 행위의 모방’으로 보기 힘들게 됐다는 이야기의 증거처럼 보인다.
조원희 영화감독
[관련 영상] 흥행돌풍 ‘어벤져스2’, 그래도 아쉬운 이유 / <한겨레TV> 잉여싸롱
조원희 영화감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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