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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화 영화·애니

내년엔 ‘대선 감독’은 됐으면 좋겠다

등록 2015-12-29 19:10수정 2015-12-29 19:11

조원희의 영화 그리고 농담
어쩌다 보니 <한겨레>영화면 외부 필자들 중 올해 마지막 순번이 나에게 돌아왔다. 내년에도 영화계에 일어났으면 좋겠다고 생각하는 일들, 내년엔 보지 않았으면 하는 일들, 그리고 영화인으로서의 새해 소망 등을 늘어놓으려 한다.

올해 영화계에서 가장 크게 변화한 부분은 바로 ‘여성 주연 영화’들이 특히 할리우드를 중심으로 크게 약진했다는 점이다. <매드맥스: 분노의 도로>에서 주인공 퓨리오사는 타이틀 롤인 맥스를 압도했다. 사실 옛날부터 거장이었지만 그 사실을 숨기고 있었던 조지 밀러 감독은 화려한 귀환을 했을 뿐더러 대중 영화의 새로운 패러다임을 제시했다. 누군가에게 종속적이지 않고 들러리가 아니라 극을 온전히 이끌어나가는 여성 캐릭터였다. 아니나 다를까 10년만에 돌아온 스타워즈 시리즈 역시 세상 변한 걸 잘 알고 여성 주연을 선택했다. 그리고 그 영화 <스타워즈: 깨어난 포스>는 미국에서 아바타의 역대 최고 박스오피스 기록을 무난히 갱신할 것으로 예상된다. 아직 한국 영화계에서는 그 정도의 변화가 이뤄지진 않았다. 하지만 <차이나타운>같은 영화들이 의미 있는 스코어를 기록했고 천만영화 <암살>의 주인공이 전지현이 아니라고 말할 수 있는 이는 누구인지 궁금하기도 하다. 여성 주연 영화는 당분간 영화계의 가장 중요한 화두가 될 것이다.

지난해부터 부산시는 부산국제영화제를 흔들어왔는데 올해도 그 공격은 이어졌다. 최근엔 부산시가 누가 봐도 부당해 보이는 ‘표적 감사’를 실행한 감사원의 지시를 받아 이용관 집행위원장을 고발해 물의를 일으키고 있다. 선출직 공무원 서병수 시장이 전문가 집단인 부산국제영화제 집행부에 대해 끊임없는 공격을 감행하는 것은 어떻게든 그 사단법인을 자신들의 손 안에 넣겠다는 야욕인데, 이제 그만 좀 했으면 좋겠다. 부산국제영화제는 서병수 같은 사람의 손을 탄 적이 없었기 때문에 아시아 최고의 영화제로 성공할 수 있었던 것이다. 한국의 중요한 문화유산이 될 수 있는 영화제를 망친다면 그는 언젠가 ‘진짜 올바른’ 역사책에 영 좋지 않은 방향으로 기록될 것이다.

조원희 영화감독
조원희 영화감독
영화인으로서 새해 소망은 사실 간단하다. 좋은 영화를 만들어 대중 여러분께 보여드리고 싶다. 지난 영화를 만든지 벌써 5년이 지났다. 4년에 한 번쯤 영화를 만드는 감독을 올림픽 감독이나 월드컵 감독이라고 부르는데 올해 월드컵 감독이 될 기회마저도 놓쳤다. 어떻게든 올해 5년째 내 영화를 찍어서 ‘대선(대통령 선거) 감독’은 됐으면 좋겠다. 사실 내가 영화를 못 만들고 있는 이유는 경직된 투자 환경이나 획일화된 스타 시스템, 혹은 승자독식의 논리가 한국 영화계를 지배하고 있는 까닭이지만 모두 내 탓으로 돌리겠다는 농담으로 올해를 마무리하겠다.

조원희 영화감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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