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광석. http://www.youtube.com/watch?v=JI5G6sVJseQ
얼마 전(2013년 12월께) 가객 김광석의 노래들을 모창 경연하는 한 방송사의 예능 프로그램을 보았습니다.
김광석의 주옥같은 노래들을 좋아하고 빼닮듯 따라 부르는 사람들의 열정을 통해서, 다시 한번 그를 기리고 추억하는 좋은 기회였습니다. 나중에 페이스북 친구를 통해 알게 된 사실인데, 그 프로그램에 쓰인 김광석의 웃고 있는 사진이 저작권자의 동의를 얻는 과정을 거쳤으면 더 좋은 방송이 되지 않았을까 하는 생각을 해봅니다.
김광석의 노래 중에는 ‘타는 목마름으로 ’라는 노래가 있습니다. 김지하 시인이 쓴 같은 제목의 시를 노래로 만든 것이지요. 작곡을 하는 방법에는 멜로디를 먼저 만들고 거기에 코드를 붙이는 방법, 먼저 코드 진행을 통해 반주를 만들고 거기에 멜로디를 넣는 방법, 심장이 두근두근 뛰는 좋은 리듬을 만들고 거기에 귀에 꽂히는 간단한 반복적 선율을 추가해 루프를 만들고 또 보컬 멜로디를 추가하는 방법 등 여러 가지 종류의 방법들이 있습니다.
카디건스. http://www.youtube.com/watch?v=JsMUQK4jdsQ
리듬을 먼저 만들고 작곡하는 한 가지 사례로 Cardigans의 My favorite game을 한번 들어보시길 바랍니다. 들어보시면 노래 맨 앞 부분부터 드럼 리듬에 전자 기타 리프가 얹혀지면서 하나의 매력적 루프를 만들어 내고 있는 게 들리실 겁니다.
시가 주는 마음속의 울림과 파동을 리듬과 멜로디로 만들어 부르는 것도 또 다른 훌륭한 작곡 방법이지요. 그럼 우선 김광석의 노래 ‘타는 목마름으로’를 한번 들어볼까요?
<타는 목마름으로>(김지하 시, 김광석 노래)
타는 목마름으로
신새벽 뒷골목에
네 이름을 쓴다 민주주의여
내 머리는 너를 잊은 지 오래
내 발길은 너를 잊은 지 너무도 너무도 오래
오직 한 가닥 있어
타는 가슴 속 목마름의 기억이
네 이름을 남몰래 쓴다 민주주의여
아직 동 트지 않은 뒷골목의 어딘가
발자국 소리 호르락 소리 문 두드리는 소리
외마디 길고 긴 누군가의 비명 소리
신음 소리 통곡 소리 탄식 소리 그 속에 내 가슴팍 속에
깊이깊이 새겨지는 내 이름 위에
네 이름의 외로운 눈부심 위에
살아오는 삶의 아픔
살아오는 저 푸르른 자유의 추억
되살아오는 끌려가던 벗들의 피 묻은 얼굴
떨리는 손 떨리는 가슴
떨리는 치떨리는 노여움으로 나무 판자에
백묵으로 서툰 솜씨로
쓴다
숨죽여 흐느끼며
네 이름을 남몰래 쓴다.
타는 목마름으로
타는 목마름으로
민주주의여 만세
김지하 시인의 시 ‘타는 목마름으로’를, 말 그대로 가슴속 깊이 끓어오르는 목소리로 뜨거운 용암처럼 토해내는 것을 들으실 수 있습니다. 시를 읽고 느낀 감정이 고스란히 멜로디에 실려 분출될 수 있다는 장점 때문에 많은 시들이 노래로 만들어지곤 하는 것이죠.
이밖에도 다음과 같이 많은 훌륭한 시들이 좋은 노래로 만들어졌습니다. 시의 운율과 노래의 리듬, 멜로디가 어떻게 아름다운 조화를 이루는지 다시 한번 느껴보시면 어떨까요.
향수.
http://www.youtube.com/watch?v=eWIxclVd1_s
자유.
http://www.youtube.com/watch?v=yHyG0OFlkzI
토함산.
http://www.youtube.com/watch?v=6yqAgefsp_A
해야.
http://www.youtube.com/watch?v=2zAPi2dQNHo
유심초.
http://www.youtube.com/watch?v=Dmg2-Yit6c0
김소월의 <초혼>을 장윤정이, 정지용의 <향수>를 박인수와 이동원이, 류시화의 ‘소금인형’과, 김남주의 ‘자유’를 안치환이, 김미선의 ‘편지’를 임창제가, 김현수의 토함산을 송창식이, 고은의 ‘세노야’를 양희은이, 김남조의 ‘그대 있음에’를 송창식이, 박두진의 ‘해야’를 조하문이 개사하여, 고은의 ‘가을편지’를 김민기와 이동원이, 정호승의 ‘우리가 어느 별에서’를 안치환이, 김동환의 ‘산넘어 남촌에는’을 박재란이, 고은의 ‘작은 배’를 조동진이, 김광섭의 ‘저녁에’를 유심초가 ‘어디서 무엇이 되어 다시 만나랴’라는 이름의 노래로 부르는 등 시를 노래로 만든 수많은 사례들이 있습니다.
아름다운 시들의 시어 하나하나를 입으로 흥얼거리다 보면 어느 순간 번뜩 그 아름다움에 걸맞는 멜로디가 공명되어 나올지도 모를 일입니다.
다음 2, 3회 글에서 구체적으로 앱을 통해 시로 노래를 만드는 과정을 글과 사진, 동영상으로 올려보도록 하겠습니다. 밑에다 몇 개의 시들을 올려놓았으니 시의 뜻과 함께 시어와 시어 사이의 작고도 큰 공간에서 울려 퍼지는 형형색색의 리듬과 운율을 찾아 즐겨보세요.
<향수>
넓은 벌 동쪽 끝으로
옛이야기 지줄대는 실개천이 휘돌아 나가고,
얼룩백이 황소가
해설피 금빛 게으른 울음을 우는 곳.
그 곳이 차마 꿈엔들 잊힐리야.
질화로에 재가 식어지면,
비인 밭에 밤바람 소리 말을 달리고,
엷은 졸음에 겨운 늙으신 아버지가
짚베개를 돋아 고이시는 곳.
그 곳이 차마 꿈엔들 잊힐리야.
흙에서 자란 내 마음
파아란 하늘 빛이 그리워
함부로 쏜 화살을 찾으려
풀섶 이슬에 함초롬 휘적시던 곳.
그 곳이 차마 꿈엔들 잊힐리야.
전설(傳說) 바다에 춤추는 밤물결 같은
검은 귀밑머리 날리는 어린 누이와
아무렇지도 않고 예쁠 것도 없는,
사철 발벗은 아내가
따가운 햇살을 등에 지고 이삭 줍던 곳.
그 곳이 차마 꿈엔들 잊힐리야.
하늘에는 성근 별
알 수도 없는 모래성으로 발을 옮기고,
서리 까마귀 우지짖고 지나가는 초라한 지붕,
흐릿한 불빛에 돌아앉아 도란도란거리는 곳.
그 곳이 차마 꿈엔들 잊힐리야.
<어디서 무엇이되어 다시만나랴>
저렇게 많은 별들중에 별하나가 나를
내려다본다
이렇게 많은 사람중에 그 별하나를 쳐다본다
밤은 깊을수록 별은 밝음속에 사라지고 나는
어둠속으로 사라진다
이렇게 정다운 너하나 나하나는 어디서 무엇이
되어 다시 만나랴
너를 생각하면 문득 떠오르는 꽃한송이 나는
꽃잎에 숨어서 기다리리 이렇게 정다운 너하나
나하나는 나비와 꽃송이되어 다시 만나자
<우울한 샹송> (이수익 시, 길은정 노래)
우체국에 가면
잃어버린 사랑을 찾을 수 있을까
그 곳에서 발견한 내 사랑의
풀잎 되어 젖어 있는
비애를
지금은 흔미하여 내가 찾는다면
사랑은 또 처음의 의상으로
돌아올까
우체국에 오는 사람은
가슴에 꽃을 달고 오는데
그 꽃들은 바람에
얼굴이 터져 웃고 있는데
어쩌면 나도 웃고 싶은 것일까
얼굴을 다치면서라도 소리내어
나도 웃고 싶은 것일까
사람들은
그리움을 가득 담은 편지 위에
애정의 핀을 꽂고 돌아들 간다
그 때 그들 머리 위에서는
꽃불처럼 밝은 빛이 잠시 어리는데
그것은 저려오는 내 발등 위에
행복에 찬 글씨를 써서 보이는데
나는 자꾸만 어두워져서
읽질 못하고,
우체국에 가면
잃어버린 사랑을 찾을 수 있을까
그 곳에서 발견한 내 사랑의
기진한 발걸음이 다시
도어를 노크
하면,
그 때 나는 어떤 미소를 띠어
돌아온 사랑을 맞이할까
<꽃들> (가수 겨레의 노래, 작시 문부식)
어디 핀들 꽃이 아니랴 감옥안에 핀다고
한탄하지 않고 갇힌 자들과 함께
너희들 환한 얼굴로 하루를 여나니
간혹 담을 넘어 들려오는 소식들은 밝고
짐승처럼 갇혀도 우리들 아직 인간으로 남아
오늘 하루 웃으면서 견딜수 있음을
어디 핀 들꽃이 아니랴 감옥안에 핀다고
한탄하지 않고 갇힌 자들과 함께
너희들 환한 얼굴로 하루를 여나니
<토함산>
토함산에 올랐어라 해를 안고 앉았어라
가슴속에 품었어라 세월도 아픔도 품어 버렸어라
터져 부서질듯 미소짓는 님의 얼굴에도
천년의 풍파세월 담겼어라
바람속에 실렸어라 흙이되어 남았어라
님들의 하신양 가슴속에 사무쳐서 좋았어라 아 하~
한발 두발 걸어서 올라라 맨발로 땀흘려 올라라
그 몸뚱이 하나 발바닥 둘을 천년의 두께로 떠바쳐라
산산히 가루져 공중에 흩어진 아침 그 빛을 기다려
하늘을 우러러 미소로 웃는 돌이 되거라
힘차게 뻗었어라 하늘 향해 벌렸어라
팔을든채 이대로 또 다시 천년을 더 하겠어라
세월이 흐른뒤 다시 찾는 님 하나 있어
천년더한 이 가슴을 딛고서게 아 하~~
한발 두발 걸어서 올라라 맨발로 땀흘려 올라라
그 몸뚱이 하나 발바닥 둘을 천년의 두께로 떠바쳐라
산산히 가루져 공중에 흩어진 아침 그 빛을 기다려
하늘을 우러러 미소로 웃는 돌이 되거라
한발 두발 걸어서 올라라 맨발로 땀흘려 올라라
그 몸뚱이 하나 발바닥 둘을 천년의 두께로 떠바쳐라
산산히 가루져 공중에 흩어진 아침 그 빛을 기다려
하늘을 우러러 미소로 웃는 돌~이 되거라
<가을 편지>
가을엔 편지를 하겠어요
누구라도 그대가 되어 받아 주세요
낙엽이 쌓이는 날
외로운 여자가 아름다워요
가을엔 편지를 하겠어요
누구라도 그대가 되어 받아 주세요
낙엽이 흩어진 날
헤매인 여자가 아름다워요
가을엔 편지를 하겠어요
모든것을 헤매인 다음 보내드려요
낙엽이 사라진 날
모르는 여자가 아름다워요
<그대 있음에> (김남조 시, 송창식 노래)
그대의 근심 있는 곳에 나를 불러 손 잡게 하라
큰 기쁨과 조용한 갈망이 그대 있음에 그대 있음에
내 맘에 자라거늘 오 그리움이여 그리움이여 그리움이여
그대 있음에 내가 있네 나를 불러 손 잡게 해
그대의 사랑 문을 열 때 내가 있어 그 빛에 살게 해
사는 것과 외롭고 고단함 그대 있음에 그대 있음에
사람의 뜻을 배우니 오 그리움이여 그리움이여 그리움이여
그대 있음에 내가 있네 나를 불러 그 빛에 살게 해
<해야> (박두진 시, 조하문 개사 노래)
어둠속에 묻혀있는 고운해야 아침을 기다리는 애띤 얼굴
어둠이 걷히고 햇볕이 번지면 깃을 치리라
마알간 해야 네가 웃음지면 홀로라도 나는 좋아라
어둠속에 묻혀있는 고운해야 아침을 기다리는 애띤 얼굴
해야 떠라 해야 떠라 말갛게 해야 솟아라
고운 해야 모든 어둠 먹고 애띤 얼굴 솟아라
눈물 같은 골짜기에 서러운 달밤은 싫어
아무도 없는 뜰에 달밤이 나는 싫어라
눈물 같은 골짜기에 서러운 달밤은 싫어
아무도 없는 뜰에 달밤이 나는 싫어라
{해야 떠라 해야 떠라 말갛게 해야 솟아라
고운 해야 모든 어둠 먹고 애띤 얼굴 솟아라
김형찬기자 chan@hani.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