뮤지컬 ‘웨스트 사이드 스토리‘의 한장면, 유튜브 화면 갈무리
얼마 전 카드사 고객 정보가 유출돼 카드사 사장들이 사표를 쓰고 고객들은 집단소송까지 제기하는 일이 있었죠,. 또 카드사용 전산 내역이 줄줄이 노출되는 사고가 벌어지기도 했구요.
그 얼마 뒤엔 통신사 고객 주민번호와 은행계좌 등의 고객정보가 해킹으로 털려 커다란 사회적 파장을 낳기도 했습니다.
그렇게 유출된 우리의 정보들은, 이를테면 2014년 3월의 어느 날 마포 피자집에서 어떤 피자와 파스타를 얼마나 먹었는지, 그 뒤에 공덕동 커피점에서 어떤 커피와 음료수를 사먹었는지, 퇴근뒤 집에 가기 전 DVD 가게에서 무슨 영화 DVD를 빌렸는지, 또 무슨 통신사를 이용하고 스마트폰 약정기간이 언제 끝나는지 등등 우리의 일상생활을 누군가에게 고스란히 보여주게 되겠죠.
죠지 오웰이 말한 ‘빅브라더’나 푸코가 말한 ‘팬옵티콘(원형 감시탑)’을 지근거리에서 체감케 해준 일들인 것 같습니다.
‘푸코’라는 이름이 뇌리에 떠오르자 제임스 조이스가 소설 ‘율리시스’에서 사용한 자동기술법이라도 작동되는 듯, 제가 대학시절 포스트모더니즘 유행 속에 읽었던 미셸 푸코의 ‘성의 역사’를 비롯해 ‘고전주의 시대에 있어 광기의 역사’ ‘지식의 고고학’ 등 그의 저작의 이름들이 마치 핵반응처럼 연쇄적으로 기억의 중생대 지층속에서 홀연히 발굴되는군요.
그 의식의 꼬리를 계속 물고 따라가 보니 미셸 푸코,루이 알튀세, 자크 데리다, 움베르토 에코 등 20세기 서구 지성사의 핵심적 인물들에게도 절대적인 영향을 끼친 시인이자 소설가 호르헤 루이스 보르헤스 (1899년 8월 24일 아르헨티나 출생~1986년 6월 14일 타계)가 현현합니다.
박찬욱 영화감독과 강금실 전 법무장관, 진중권 동양대 교수 등이 추천한, 어이없을 정도로 매혹적인 제목의 그의 단편소설집 ‘불한당들의 세계사’가 자연스레 제 망막 위로 인화되구요.
뒤이어 1929년 L. 페브르와 M. 블로크를 중심으로 형성되어 , 2세대 F. 브로델, 3세대 J. 르고프, 조르주 뒤비 등에 의해 인간의 삶에 관한 모든 학문 분야를 통합, 생활사 중심으로 역사를 기술하여 1970년대 이후 세계 역사학계에 중요한 족적을 남긴 프랑스 역사학파 ‘아날학파’ 가 떠오릅니다.
또 미국 펜실베니아 주립대 등 연구팀이 멕시코 동굴 석순에서 강수량 데이터를 분석하여 과학지 사이언스에 발표한 마야문명 멸망 원인이 660년~1000년 사이의 극심한 건조기 탓이었다는 것, 아메리카 신대륙을, 대구의 서식 경로를 쫓아가다가 발견했고 미국의 독립혁명도 영국의 대구와 차 무역제한으로 촉발됐다는 것, 발해 멸망의 진짜 원인은 백두산 화산 폭발일 수도 있다는 것, 3.1 운동이 당시 전 세계적으로 유행했던 스페인 독감(요즘의 신종플루)에 대한 일제의 무책임한 방역정책과도 연관되어 있다는 신문 기사도 떠오릅니다
그리고 드디어 음악 화성학에 있어서의 대리코드들이 머리 속으로 산책을 나오는군요
푸코, 보르헤스, 브로델 등이 정치경제 중심의 역사에서 더 나아가 문화적 접근 등을 통해 ‘다양한 인간 삶의 역사’를 구축하는 모습에서, 코드 진행에 있어서 중심적 코드들인 토닉(I) 서브도미넌트 (IV) 도미난트(V) 코드들을 좀 더 다양하고 풍요롭게 바꿔주는 대리코드들의 모습이 보였기 때문입니다.
더 나아가 푸코가 그의 저서 ‘감시와 처벌’에서 보여준 것처럼 통제를 내면화시키는 권력에 대한 ‘불온한 도전’을 생각하면, 때론 진부하고 낡은 기존코드 체계에 저항하는 ‘불온한 대리코드’들을 통해 뭔가 더 색다른 음악적 시도를 꿈꾸게 되기도 합니다.
바로 아래의 사진들은 G키의 I, IV,V도인 G ,C, D 코드 대신 대리로 쓸 수 있는 코드들을 검색할 수 있는 앱의 화면입니다. 유용하게 참조하시고 자기 나름의 대리코드 사용법들을 시도해보시기 바랍니다. 아래 그림들은 전번 저의 글 ‘별에서 온 그대, 별에서 온 노래’ (https://www.hani.co.kr/arti/culture/music/627560.html)에서 김수현씨가 부른 ‘너의 집 앞’ 노래의 키인 G키에서 토닉인 G코드, 서브 도미난트인 C코드, 도미난트인 D코드를 ‘피아노 컴패년’ 앱에서 찾아 올린 것들입니다.
안드로이드 앱 ‘피아노 컴패년(piano companion)’을 열고 ‘리버스 코드 조회’를 선택하여 G키의 구성음인 솔, 시, 레를 오른쪽 건반으로 누르면 ‘왼쪽 ’솔‘ 밑으로 솔6(G6), 솔7(G7), 미m7 (Em7) 등등의 코드들이 보이실 겁니다. 아래에도 다른 코드들이 더 있는데요, 다른 코드들에 잘 이어지는 코드를 자기 취향에 맞게 선택해서 ’솔‘ (G) 코드 대신 사용하여 코드를 진행하시면 됩니다. G의 대리코드란, 노래에서 G코드가 들어가야 할 자리이긴 한데 또 G코드를 계속해서 쓰면 지루하기 때문에 조금 변화를 주기 위해 쓰는 코드입니다. 아래 G키의 서브 도미난트 코드인 C코드와 도미난트 코드인 D코드도 마찬가지 순서를 통해 대리 코드를 찾아 쓰시면 됩니다.
보르헤스의 `불한당들의 세계사’에 나오는 불한당 중 한 명인 ‘잔혹한 구세주 라자루스 모렐’은 흑인 노예들을 노예 주인에게 돈을 받고 판 뒤, 몰래 탈출시켜 노예에게 그 돈의 일부를 주고 다시 다른 농장에 돈을 받고 팔아 넘겼다가 또 탈출시키는, 말 그대로 `잔혹한 구세주‘입니다.
그에 대한 짧은 단편소설을 쓰면서 보르헤스는 많고 많은 음악가들 중 블루스 음악가 핸디(William Christopher Handy (1873~1958)를 콕 찍어 언급합니다. 아무래도 보르헤스가 그의 음악을 유별나게 좋아했기 때문이겠죠. (윌리엄 크리스토퍼 핸디의 멤피스 블루스 Memphis Blues http://www.youtube.com/watch?v=ZGqBmlZR3dc, 세인트 루이스 블루스 ST LOUIS BLUES http://www.youtube.com/watch?v=Gpp75gQ-T6Y)
뮤지컬 ‘마이 페어 레이디‘의 한장면.유튜브 화면 갈무리
또 ’보르헤스가 보르헤스에 대해 말하다‘라는 글에서 보르헤스는 그 스스로 뮤지컬 ’웨스트 사이드 스토리(투나잇 Tonight http://www.youtube.com/watch?v=5_QffCZs-bg)‘와 ’마이 페어 레이디‘(위드아웃유 “Without You” http://www.youtube.com/watch?v=CMzfmyKNuls)’를 좋아한다고 밝히고 있군요. 물론 이 노래들에는 이 노래들을 매력적이게 만들어주는 다양한 대리코드들이 여기저기 들어가 있습니다.
김형찬의 앱으로 여는 음악세상 http://plug.hani.co.kr/appsong