개도 고전음악에 긍정 반응, 헤비메탈 기피
음악이 동물에게 영향 끼친다는 연구 많아
음악이 동물에게 영향 끼친다는 연구 많아
음악은 동물들에게도 많은 영향을 끼칩니다.
영국 북아일랜드의 수도 벨파스트에 있는 퀸즈 대학의 데보라 웰스 박사의 연구에 따르면 동물원의 코끼리에게 클래식 음악이 좋은 영향을 준다고 하네요. 광야를 배회하는 본능 때문에 갇힌 상태에 적응 못해 몸을 심하게 흔들거나 두개의 앞발을 번쩍 치켜들거나 통나무를 코로 던지는 등 이상 행동을 보이는 코끼리들에게 엘가의 '님로드(Nimrod)', 푸치니 오페라 투란도트의 '공주는 잠 못 이루고(Nessun dorma)', 베토벤의 '5번 교향곡'의 씩씩하고 빠른 8분 음표 오프닝을 들려주었더니 상당한 진정 효과를 보였다고 합니다.
엘가의 '님로드'
푸치니 오페라 투란도트의 '공주는 잠 못 이루고(Nessun dorma)'
베토벤 교향곡 5번
데보라 웰스 교수의 연구팀은 코끼리 암놈 4마리를 5일씩 3번, 하루에 4시간씩 매 분마다 관찰하고 기록했습니다. 첫번째 5일 동안은 어떤 음악도 들려주지 않았고, 두번째 5일 동안은 울타리에 스피커를 설치하고 모차르트, 엘가, 헨델, 베토벤의 음악을 들려주었습니다. 그리고 세번째 5일 동안은 스피커를 껐습니다. 결과를 분석해보니 음악을 틀어주는 동안 코끼리들의 이상 행동이 현저하게 줄어들었다고 합니다. 개들도 클래식 음악에 비슷한 반응을 보였는데, 헤비 메탈 음악에 대해선 부정적인 반응을 보였다고 하네요.
아래의 동물과 사람이 들을 수 있는 주파수 대역 표시 그림을 보면 코끼리는 20Hz 초저주파수대의 소리를 들을수 있군요. 사람은 20~20,000Hz의 소리를, 고양이와 개는 40,000Hz까지의 소리를, 돌고래는 160,000Hz 조금 못되는 주파수의 소리를 들을 수 있네요. 미국 코넬 대학 생물음향학 연구 프로그램의 책임자 크리스토퍼 클라크는 중간 주파수대를 사용하는 음파탐지기가 고래를 당황하게 하거나 길을 잃게 하여 최악의 경우 해변으로 내몰아 죽음에 이르게 한다고 말합니다.
동물이 들을 수 있는 주파수 대역. 출처: www.cochlea.org/en/hear/frequency-hearing-range-in-man-and-some-common-animal-species
침팬지는 협화음과 불협화음을 구별합니다. 일본 규슈 대학 스기모토 타수쿠, 고바야시 히로미 등의 연구팀은 예전에 한번도 음악을 들은 적이 없는 침팬지 '사쿠라'를 대상으로 그의 나이 17주~ 23주 동안에 실험을 시행했습니다. 그 실험에서 어린 침팬지 '사쿠라'는 컴퓨터 장비의 도움으로 협화음의 음악을 불협화음의 음악보다 더 오랜 시간 트는 경향을 보였다고 합니다.
스기모토, 고바야시 연구진은 사쿠라의 오른 손에 모직 끈을 쥐여주고 그 끈을 당기면 오디오플레이어와 스피커를 통해 38초에서 63초 길이의 노래가 나오도록 했습니다. 바장조 협화음의 영국 음악과, 같은 음악에서 모든 '솔'을 '솔b'으로 모든 '도'를 '도b'으로 컴퓨터 프로그램을 통해 바꾼 불협화음 버전 음악을 모직 끈을 통해 선택하여 듣게 하였더니 상당히 일관되게 협화음 음악을 선택했다고 합니다. 한번도 음악을 들은 경험이 없는 침팬지를 대상으로 한 실험이란 점에서, 침팬지에게 경험에서 비롯된 것이 아닌 음악에 대한 선천적인 이해 능력이 있다는 점을 알게 됩니다.
이것은 협화음에 대한 선호가 인간에게만 한정된 것이 아니고, 또한 음악을 이해하는 것이 진화론적으로 의미가 있을 수 있다는 가설을 뒷받침 해주는 증거라고 볼 수가 있는 것이죠.
김형찬기자 chan@hani.co.kr
http://plug.hani.co.kr/appsong/175368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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